현행법상 지주회사의 금융계열사 소유 안돼 할 수 없이 매각

롯데카드 매각 본입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하나금융그룹이 새 주인 자리를 꿰찰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금융계열사 매각주관사인 시티글로벌마켓증권은 오는 19일 롯데카드의 매각 본입찰을 진행한다. 본입찰에는 하나금융지주(38,400 -0.26%)와 한화그룹, MBK파트너스 등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하나금융과 한화그룹은 각각 비은행부문 강화와 유통부문 확대 목적으로 롯데카드 인수 의지를 표명해 유력 후보로 부상했다.

하지만 최근 시장에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오면서 하나금융이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한화그룹이 두 개의 인수전을 놓고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롯데카드 인수를 사실상 포기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롯데카드의 매각 희망 가격으로 1조5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후보자들이 지분 전액 매각보다는 일부 지분을 롯데지주(51,300 -0.77%)에 남기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어 잔여지분에 따라 매각 대금은 달라질 수도 있다.

유력 인수 후보였던 한화그룹의 관심이 아시아나항공으로 쏠리면서 또다른 인수 후보인 하나금융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나금융은 경영전략 중점 과제로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을 강조하며 비은행 계열사 이익 비중을 그룹 전체 30%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하나카드는 자산규모 약 7조원, 시장점유율 8%로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으나 자산 규모 약 13조원, 시장점유율 11%를 기록 중인 롯데카드와 합병 시 단숨에 신한·삼성카드에 이은 업계 3위로 올라서게 된다. 

최근 카드사 수수료 개편으로 카드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이지만 롯데카드가 보유한 유통 부문 데이터베이스가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은행을 기반으로 카드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하나카드와 고객군도 크게 겹치지 않아 더 큰 시너지 효과 기대도 가능하다.

최근 금융당국이 카드사들의 과도한 마케팅 경쟁에 제동을 걸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공격적인 영업을 하기 어려워졌다. 때문에 하나카드는 롯데카드 인수를 통해 몸집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시장점유율 1%를 높이기 위해서는 2000억원 정도의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하나카드의 롯데카드 인수는 나쁘지 않은 결정"이라며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카드산업 특성상 회원 수가 많아지면 비용 감축뿐만 아니라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롯데그룹은 지난 2017년 10월 롯데지주를 설립하면서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 규정을 지키기 위해 금융 계열사 매각에 나섰다.

롯데카드 매각 일정은 본입찰 이후 1~2주의 검토를 거쳐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하고 이후 한 달 정도의 실사를 거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롯데그룹은 지난해 11월 말 금융 계열사인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많이 쏠렸다. 

롯데가 매각을 결정한 이유는 매각으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법적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로 인해 지배구조가 불투명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롯데는 지난해 10월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롯데지주를 출범시켰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 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그러나 롯데지주는 롯데카드 지분을 93.8% 보유한 최대주주로 등재돼 있다.

롯데는 이 때문에 관련 규정에 의해 지주사 설립 2년 이내인 올해 10월까지는 금융 계열사를 매각해야 한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 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 원칙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한 끝에, 그룹 내 금융 계열사 중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외부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롯데보다 먼저 지주사로 전환한 SK와 CJ도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증권사 등 금융 계열사를 매각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그룹 최고 경영진은 이런 결정을 내리면서도 롯데카드의 매각을 끝까지 망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은 카드(금융)가 유통과 한 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매각에 엄청난 고심을 했다'는 것이다. 특히 빅데이터를 활용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등 미래 유통에서 금융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그만큼 고민이 컸다고 한다. 

이 때문에 롯데카드를 매각하는 대신, 아직 지주사에 편입되지 않은 롯데물산과 호텔롯데에 금융 계열사 지분을 넘기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롯데물산과 호텔롯데도 결국 지주사로 끌어들일 방침이어서 금융 계열사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최종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는 양 계열사 인수자 선정 과정에서 각각 1천700여명에 달하는 임직원의 고용안정과 처우 보장을 최우선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단순한 금융 계열사 매각을 넘어서 유통 1위 기업인 롯데의 방대한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을 선정하는 데 중점을 둘 방침이다.

롯데카드는 일반 카드 회사와 달리 방대한 유통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유통과 금융이 윈윈할 수 있는 전략적 동반자를 선정하겠다는 게 롯데의 차후 전략이다. 

 

최기준 기자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