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침체, 신규주택 건설 중단 사태까지

주택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다. 서울의 강남 등 일부 노른자위 지역은 분양가에 프리미엄까지 붙고 있지만 지방의 대부분 지역은 단지 전체가 미분양 되는 등 극심한 침체현상을 격고 있다. 

특히 최근 수년간 주택사업에 치중한 건설사의 주택 물량이 지방에서 소화되지 못하면서 주택시장 침체가 심해지고 있다.

경북 경주와 충남 서산은 이런 주택 물량이 넘치면서 신규 주택 건설을 중단하는 강수까지 뒀다. 단기간에 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없는 데다, 정부 규제로 주택 시장 부진이 계속되고 있어 미분양이 계속 쌓일 경우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 주택은 5만9614가구다. 시·군·구별로 보면 경남 창원이 6773가구로 가장 많았고, 부산이 5228가구에 달했다. 도시 규모가 크지 않은 경북 경주(1997가구), 충북 청주(1899가구), 경남 거제(1832가구), 경남 김해(1829가구), 충남 서산(1800가구)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 미분양 업체를 들여다 보면 창원은 1월 말 기준으로 부영주택의 ‘월영부영아파트’ 미분양 비중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이 아파트는 4298가구 모두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부영주택은 ‘마린 에시앙 부영’이라는 새 이름으로 재분양을 할 예정이지만, 지역 경기가 침체돼 분양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e편한세상 창원파크센트럴’도 일반분양 856가구 중 816가구가, 덕산종합건설의 ‘감계아내애코2차’도 1393가구 중 522가구가 미분양이다. 이 아파트는 올해 1월 준공을 앞두고 사용검사를 받았다.

경북 경주는 3월 말 기준으로 용강동 ‘두산위브트레지움’이 1204가구 중 1077가구, 현곡면 ‘경주센트럴푸르지오’가 1671가구 중 429가구가 미분양인 것으로 집계됐다. 경남 거제에선 일운면 ‘거제코아루파크드림’이 767가구 중 582가구 미분양이며, 장평동 ‘거제장평꿈에그린(258가구)’, 거제면 ‘오션파크자이(219가구)’, 문동동 ‘거제아이파크2단지(165가구)’ 등이 계약자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해는 2월 말 현재 한국자산신탁의 ‘내동지구아파트’ 814가구 중 564가구가 미분양이다. ‘율하2지구 S3블록 시티프라디움’도 1081가구 중 318가구가 계약자를 찾지 못했다. 청주는 3월 말 기준으로 ‘동남지구 B-7블록 우미린’이 1016가구 중 454가구, 서원구 ‘청주더샵퍼스트파크’도 1112가구 중 292가구 미분양이다. 충남 서산시 성연면에 공급되는 ‘서산 금호어울림 에듀퍼스트’의 미분양이 651가구에 이른다. 이 단지는 총 725가구로 지어졌다. 예천동 ‘예천2지구 중흥S-클래스’도 1273가구 중 509가구 미분양이다.

최근 주택 공급이 쏟아진 일부 지역은 신규 아파트 사업 승인을 제한할 정도로 미분양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 3월 신규 아파트 건설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경주시의 주택보급률은 125%로, 수요보다 공급이 크게 초과된 상태다. 임대아파트까지 합친 미분양 물량은 4500여가구가 넘는다.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받았지만, 공사에 들어가지 않은 단지도 5개 단지(2300여가구)에 이른다. 경주시는 2016년 11월부터 현재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미분양지역으로 지정·관리되고 있다.

서산시도 3월부터 미분양 주택 해소와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주택건설사업 관리계획을 수립해 공급량을 조절하고 있다. 서산시는 "2020년 2월 말까지 2년간 신규 주택건설사업을 전면 제한하겠다"면서 "앞으로 미분양 물량 추이와 여건에 따라 제한기한 연장도 고려한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13.25% 오르는 동안 충북은 6.97% 하락했고 경남, 경북은 각각 6.81%, 6.01% 내렸다. 부산(-2.3%), 울산(-6.42%), 충남(-3.42%), 전북(-1.92%) 등의 지역도 모두 집값이 내리고 있다. 신규 분양아파트의 경우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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