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범죄 정황에 수사력 집중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진주 아파트 방화 살해 사건 수사에 진척이 별로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안인득(42)이 여전히 범행동기 등에 대해 횡설수설하고 있어 경찰이 수사에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19일 경남 진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안인득을 상대로 계획 범죄 여부와 범행동기, 사건 당일 동선 등에 대해 조사 중이지만 안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횡설수설하며 신빙성 있는 진술을 하지 않아 수사 진척이 더딘 상황이다. 경찰은 안인득이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프로파일러 3명을 투입, 안의 정신·심리상태와 관련한 분석을 이어갈 예정이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거나 추가 정신병력 기록이 없는지 등도 함께 살펴볼 방침이다. 이밖에 안인득의 휴대전화 분석은 물론 주변인들을 상대로 한 탐문 수사도 이어가며 현장검증도 검토한다.

안인득은 경찰 조사에서 '국정농단 등이 나를 해하려는 세력에 의해 일어났다', '10년 동안 불이익을 당해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 '부정부패가 심하다' 등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안의 진술과 별개로 계획범죄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사전에 셀프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사 온 점, 대피하는 주민들 급소를 노려 흉기를 휘두른 점 등을 봤을 때 살인 고의성이 상당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안인득은 사과보다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안인득은 18일 오전 창원지법 진주지원에 출석했다. 군청색 점퍼에 마스크를 하고 모자를 눌러쓴 안인득은 흉기를 휘두른 이유가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나도 하소연을 많이 했었고 10년 동안 불이익을 많이 당했다”며 “사건 조사하기 전에도 그렇고, 이래저래 인생사 어떻게 살아왔는지 조사 좀 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제대로 밝혀 달라”며 외치기도 했다.

이날 전재혁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현주건조물방화‧살인 등의 혐의를 받는 안인득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안인득을 상대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전 부장판사는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

경찰은 또 이날 오후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20분 만에 신상공개를 결정했다. 공개 대상은 실명과 나이, 얼굴 등이다. 경찰은 “안인득 사진을 별도로 공개하지는 않되, 언론 등에 공개될 때 마스크를 씌우지는 않겠다”고 설명했다.

신상공개심의위원회는 경찰관과 인권위원, 정신의학과 전문의, 법학 교수, 언론인 등 7명으로 구성됐다. 심의위원회는 피의자가 사전에 준비한 흉기로 5명의 주민을 살해하는 등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과 피의자의 범행 시인, CCTV 영상 분석, 참고인 진술 등 증거가 충분한 점을 고려했다.

또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범죄에 대한 경각심 고취를 통한 범죄예방 등 공익의 이익을 위해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피의자의 얼굴과 성명, 나이 등의 신상을 ‘특정강력범죄법’에 따라 공개하기로 했다.

경찰은 피의자가 과거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경력이 있지만 수사 과정에서 사물을 변별하고 의사를 결정하는 능력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인정돼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안인득의 범행이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피해망상에 따른 분노가 쌓여 계획적으로 실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2~3개월 전 흉기를 샀고 범행 그날 휘발유를 구매하는 등 치밀하게 계획한 정황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편 안인득은 지난 17일 자신이 사는 진주시 가좌동 아파트 4층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려고 집 밖으로 나온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렀다. 이 사건으로 사망 5명, 중상 3명, 경상 3명 등 자상으로 인한 사상자가 총 11명 발생했으며 연기흡입 등으로 9명도 병원 치료를 받았다. 

 

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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