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환자에 대한 체계적 관리와 정보공유 절실

진주아파트 방화 살인 사건의 진상도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그 책임이 국가기관에 있는지의 여부도 조사될 예정이다.

경남경찰청은 진주경찰서에 대한 조사도 시작했다. 아파트 주민들이 안 씨의 폭행 등을 참다못해 여섯 차례나 신고했지만,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당시 상황을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민갑룡 경찰총장은 이에 대해 "저희가 조사를 해서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파악을 한 다음에 조치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의 희생자 유족들은 국가기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장례 일정을 잠정 연기해 파문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족 측은 19일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진주 한일병원 장례식장에서 "이번 사건이 국가적 인재(人災)로 발생한 점을 국가가 인정하고 국가기관이 공식 사과해야 한다"며 "국가는 현재까지 이를 인정하지 않고 공식 사과를 하지 않았다. 이는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공식적인 사과를 받기 전까지 발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어떤 국가기관 사과가 필요한지를 묻는 질문에 "경찰청장"이라고 답했다. 이어 "경찰청장이 아니면 경찰서장이라도 공식적인 사과문을 발표하면 수용하겠다"며 "전날 경찰청장·경찰서장의 합동분향소 방문은 단순한 조문으로 국가기관의 공식적인 사과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유족 측은 "두 번 다시는 이런 끔찍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기관의 확실한 대응과 향후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한다"며 "관계기관의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한다"고 했다.

19일 오전 8시 30분 희생자 5명 중 황모(75)씨와 이모(57)씨, 최모(19)양 발인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유족 측은 발인을 1시간 쯤 남기고 장례식장에 "발인을 연기하겠다"고 통보했다. 유족 측은 경찰 사과를 받은 뒤 피해자 김모(65)씨와 금모(12)양 등 희생자 5명의 발인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이날 얼굴이 처음 공개된 안인득의 '외출' 사유는 병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특별한 조사 없이 진주경찰서 유치장에 계속 있다가 치료를 위해 경찰서를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범행 당시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두르다 자신의 손까지 다쳤다. 병원 치료는 지난 18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안은 소독 등 다친 양손에 간단한 치료를 받은 뒤 곧바로 경찰서로 돌아올 예정이다. 또한 그가 앓고 있는 조현병은 치료감호소에서 장기간 정밀진단을 거쳐야 하므로 정신병력과 관련한 검사나 면담 등은 경찰 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때까지 없을 예정이다. 

한편 이번 사건을 통해 조현병 환자들에 대한 '국가적 관리'도 관심을 끌고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지난 18일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 피해자 유가족들을 만난 뒤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가해자와 같은 사람들에 대해 복지 전달체계나 경찰, 관계기관이 관리해 나가는 체계들이 다 칸막이 형태로 따로따로 돼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 재발방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특히 김 지사는 "다행히 관련법이 개정돼 올해 10월부터 조현병 환자들에 대한 정보를 관계기관들이 공유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과 함께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근본 대책들을 도와 시·군 의회가 힘을 합쳐 반드시 안전한 경남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극악한 사건이 발생하면 정신이상자의 소행이라며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지고 '운이 없어서 그랬다'는 식의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번 기회에 김 지사가 밝혔듯이 조현병 환자들에 대한 국가의 체계적인 관리와 정보공유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피해자들이 안인득의 행패에 대해 여러차례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도 전혀 그의 행동이 제어되지 못한 점에 대한 책임여부도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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