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靑史)에 길이 빛날 사월의 함성
청사(靑史)에 길이 빛날 사월의 함성
  • 김부조
  • 승인 2019.04.1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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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ㆍ칼럼니스트
시인ㆍ칼럼니스트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신동엽의 ‘껍데기는 가라’)

1967년에 발간된 『52인 시집』에 수록된 이 시는 신동엽(申東曄)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반제국주의와 분단 극복의 단호한 의지가 응집되어 있는 참여시의 절정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 작품은 식민지 시대 이상화(李相和)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나 이육사(李陸史)의 ‘절정’에 닿아 있는 기념비적인 저항시로 평가받고 있다. 4·19를 노래한 많은 시인들 가운데, 이 사건을 민중사적 관점에서 파악한 이로는 신동엽이 두드러진다. 신동엽에게 4·19는 동학농민운동과 3·1운동의 연장선 위에 있었다. 그리고 혁명의 4월 하늘은 영원(永遠)의 얼굴이었다.

시인은 4·19 혁명과 동학 혁명을 통해 민중의 끈질긴 생명력과 민주에의 열망을 확인하고 이것을 억압하는 모든 비본질적 요소들이 사라지기를 희망했다. 이 시에서는 동학농민운동과 4·19의 정신이 오늘에 이어져야 할 핵심적인 전통이고, 남북으로 분단된 현실을 포함해 일체의 부정적, 반민족적인 요소들은 부정되고 극복되어야 함을 말하고 있다. 시인은 4․19 혁명에 대해 남다른 집념을 보였다. 그가 60년대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꼽힐 수 있었던 것도 4·19정신을 문학적으로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민주·자유·정의 정신을 외쳤던 4·19혁명이 올해로 59주년을 맞았다. 4·19혁명 정신은 지금도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정의를 위해서는 생명을 능히 던질 수 있는 피의 전통이 용솟음 치고 있음을 역사는 증언한다. 의기의 힘으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바로 세웠고, 해마다 사월이 오면 접동새 울음 속에 그들의 피 묻은 혼의 하소연이 들릴 것이요. 해마다 사월이 오면 봄을 선구하는 진달래처럼 민족의 꽃들은 사람들의 가슴마다에 되살아 피어나리라.’

해마다 사월이면 필자가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이 4·19 묘역의 비문(碑文)이다. 1960년 4월 19일은, 그해 2월 28일 대구 경북 고교생들의 시위에서 시작돼 4월 26일 이승만의 하야 성명으로 일단락된 ‘사월 혁명’이 그 절정에 이른 날이다. 혁명 과정에서 산화(散花)한 180여명의 과반수가 바로 이날 목숨을 잃었다.

일제 강점의 치욕을 벗겨내고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음에도 한국사회 내의 모든 사람들에게 민주적 가치와 실행에 대한 믿음은 널리 퍼져 있지 못했다. 그러나 대규모의 부정선거가 자행되자 정의를 위해 부릅뜬 눈들은 이승만 정권의 독재를 규탄하기에 이르렀다.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게 된 것이 바로 4·19혁명의 도화선이었다. 

4·19는 오늘날의 민주주의를 가능케 한 청사(靑史)에 길이 빛날 의거였고, 임시정부의 법통과 함께 우리나라 헌법전문에도 실려 있는 매우 중대한 사실(史實)이다. 그럼에도 오늘날 과연 그 의미를 제대로 새기고 있는지 우리는 겸허히 돌아보아야 할 일이다. 최근 젊은 층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4·19혁명을 아느냐는 질문에 95%가 잘 모른다는 답변이 나왔다고 하니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4월, 그날의 함성이 영원하기를 기원하며, 정의와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분들의 영전에 삼가 머리 숙여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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