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1만명 참석 집회준비, 민주당 '할 테면 해보라' 무시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재가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기다렸다는 듯 장외투쟁을 선포하며 맞서고 있다. 특히 야당은 문재인 정권을 '불통·무시' 프레임으로 거세게 몰아붙이며 일전을 벼르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황교안 구하기'에 불과하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 후보자 임명 직후 "문재인 정권이 국민과 야당의 마지막 열망을 걷어찼다"며 날선 발언을 쏟아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4월 19일은 문재인 정권이 좌파독재를 길을 선택하고 좌파독재의 퍼즐이 완성된 날"이라며 "대한민국 헌법이 모욕당한 날이고 헌법재판소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날"이라고 했다. 

전 대변인은 "이 후보자 본인은 제기된 의혹에 횡설수설을 거듭했다"며 "정작 해명은 후견인을 자처하는 남편이 했다"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 컨설팅' 받아 남편이 해명글 올리고, 인사검증 담당 조국 민정수석이 퍼날랐다"고 했다. 

전 대변인은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 과연 이미선인가 남편 오충진인가, 대한민국 헌법재판관은 9명인가 10명인가"라며 "제 앞가림도 못하는 사람에게 그동안 재판 받아온 사람들도 기가 막힐 판국에 하물며 대한민국 최고법인 헌법을 다루며 헌법재판관을 하겠다니 가당키나 한가"고 비판했다. 


이어 전 대변인은 "이 후보자를 젊은 여성 후보자라 치켜 세웠지만 청문회 과정을 통해 이 사람이 자의식은 있는지, 자기결정 능력이 있는지, 저런 여성이 어떻게 여성 몫을 대표해서 저 자리를 가겠다는 것인지 대한민국 여성들이 망신살이라며 혀를 찼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오는 20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문재인 정권 국정운영 규탄' 집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청와대 인근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까지 가두행진을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국당이 '당원 총동원령'을 내린 만큼 집회에는 1만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인사 문제뿐 아니라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등 현 정부 정책을 규탄한다는 계획이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도 이 후보자의 임명 강행에 대해 "국민을 무시하는 정부"라며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 스스로 오만과 불통, '국민 무시'의 정점을 찍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집권 2년도 안 된 정부가 15명이나 국회 청문보고서 없이 장관급 임명을 강행했다"며 "국회 인사청문제도의 존재 이유를 깡그리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는 검증을 포기했으며, 국회의 인사청문회는 '통과 의례'이고 국민의 판단도 '참고 사항'으로 전락했다"며 "법도, 윤리도, 국민의 마음도 땅바닥에 내동댕이 쳤다"고 말했다. 

박주현 평화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절반의 국민이 부적격이라고 판단한 후보에 대한 청와대의 임명 강행은 향후 개혁 추진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조동호·최정호 장관 후보자 등의 낙마는 불법이 있어서가 아니었다"며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사퇴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부적절하다는 것이 이유였다"며 "이 후보자에 대해서만 불법이 없으면 된다고 강변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의 반발을 기다렸다는 듯 반격을 하고 있다. 오히려 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이 과도하고 거친 대응에 나서는 것은 '작전명 : 황교안 대표 구하기'"라며 야권 공세에 맞불을 놨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법적 절차에 따라 이미선·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할 것으로 알려지자 한국당이 '최후통첩', '결사항전', '장외투쟁' 등 으름장을 놓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변인은 한국당이 이 후보자를 향해 근거 없는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며 "이 후보자가 내부 정보를 주식 투자에 이용한 것도 아니고, 작전세력처럼 불법적으로 주가 조작을 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식 투자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과도한 정치공세"라며 "문 대통령이 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어깃장 정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기석·조용호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끝난만큼 조속히 헌법재판관을 임명해 공백이 없도록 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라고 했다.

이 대변인은 또 "황 대표와 곽상도 한국당 의원이 '김학의 별장 성폭행 사건'의 수사 외압·은폐 축소 의혹에 휩싸이고, 황 대표와 김성태·정갑윤 의원의 자녀들도 'KT 특혜채용' 논란에 휩싸이자 '강 대 강 대치'를 통해 논점을 흐리고 위기 상황을 빠져나가려는 시도"라고 봤다.

사실 이미선 후보자의 경우 헌법재판관이 비록 장관급 예우를 받기는 하지만 정국의 핵심 직위도 아니기 때문에 야당이 장외투쟁을 할 만큼의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기싸움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자 "이때다" 싶을 정도로 신속하게 장외모드로 돌아섰다. 여기에는 황교안 대표 체제의 조기 정착 전략도 깔려 있다. 국회의원 초선도 아닌 초보 대표를 여당이 무시하는 경향도 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황 대표를 대여 전투를 이끄는 확실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여당에서 '황교안 구하기'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주당도 야당 못지 않게 강경모드다. 여당은 민심이 자유한국당의 어깃장을 동의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민심은 우리편'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는 듯하다. '할 테면 해보라'는 식이다. 여론전에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내년 총선 때까지 자유한국당을 '대안 없이 정치투쟁만 일삼는 무책임한 정당'이라는 포지셔닝을 계속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선 후보자 정국도 이런 점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야는 문재인 정권 출범 뒤 만성적인 싸움에 빠져 있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생산적인 국회는 물 건너 간 지 오래다. 건수만 있으면 물고뜯기부터 한다. 야당은 기계적인 반발을, 여당은 기계적인 반응을 보인다. 누구의 책임이 더 약하다 할 수 없지만, 정국을 책임지고 있는 여당이 야당의 일탈을 수수방관만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1g이라도 더 여당의 책임이 무겁다. 여당은 국회를 뛰쳐나가는 야당을 '데려와야' 한다. 적어도 그런 시도와 노력은 해야 한다. 그래야 대화가 이어진다. 생산적인 국회를 기대하는 국민들은 여야의 명분 없는 싸움에 그냥 질릴 뿐이다. 

윤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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