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기본법 등 국회 계류 중…지난해 통과 불발

강원 속초·고성 산불을 계기로 소방관 국가직 공무원 전환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거세지고 있지만 정작 국회 내 법안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21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소방관 국가직 전환 관련 법안 심사를 위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일정에 이견을 보이고 있다. 

국가직 전환을 위해선 소방기본법, 소방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개정안 등이 통과돼야 한다. 이들 법안은 지난해 11월 열린 법안소위에서 의결 직전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처리되지 못한 채 행안위에 계류 중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강원 산불 이후 소방관 처우 개선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커진 만큼 법안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방관 국가직 전환에 대한 국민 청원은 20일 현재 26만 명을 넘겼다.

행안위 여당 간사이자 법안소위원장인 홍익표 의원은 통화에서 "민주당은 오는 23일과 24일 소위를 열어 처리하자는 입장이지만 한국당이 국회 일정 자체를 보이콧하고 있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야당이 불참하면 의결은 어렵겠지만 소위는 열겠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강원 산불을 계기로 여론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된 상태"라며 "대형 재난에 체계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 국가직화가 필요하다. 지난해 11월 한국당의 갑작스런 퇴장으로 통과가 불발된 만큼 이번에 논의를 하고 그대로 통과시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도 소방관 국가직 전환 자체에는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산불재난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국가직 전환을 긍정적·적극적으로 보고 있다"며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국가직화 하는 부분, 처우나 신분보장, 소방 장비 등 지방마다 차별·차이가 없는 부분까지 한꺼번에 다 놓고 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안 처리에는 미온적이다. 한국당은 지난 9일 강원 산불 현황 보고를 위해 열린 행안위 전체회의에서도 국가직화에는 찬성하지만 법을 급하게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행안위 간사인 이채익 의원은 "국가직화 문제를 두고 행정안전부와 소방청, 기획재정부 의견 조율이 미흡했다. 여당이 사전 조율을 하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니냐"고 했고, 같은 당 이진복 의원 역시 "소방관 국가직화에 찬성하지만 법을 얼렁뚱땅 만들어 넘겨주면 갈등만 더 증폭된다"고 했다. 

행안위 법안소위 소속인 윤재옥 한국당 의원은 "4월 국회 일정 자체가 합의 안 된 상황이기 때문에 법안소위 일정을 잡을 수 없다"며 "국회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여야 간 입장 조율도 어렵고 현재로서는 개의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바른미래당 역시 국가직 전환에 긍정적이다. 바른미래당 행안위 간사인 권은희 의원은 통화에서 "소방직 사무 전체를 국가 사무화해야 한다"며 "그러면 자연히 장비나 소방관을 국가 예산으로 관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안소위를 열어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권 의원은 "여권이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을 강행하는 등 독단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어 4월 국회와 상임위원회 일정은 원내에서 추가 협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법안소위가 열려도 회의에 불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행안위는 법안소위 일정에는 합의하지 못했지만 25일 전체회의는 열기로 한 상태다. 

홍익표 의원은 "경찰 관련 질의를 위해 한국당이 전체회의를 소집한 것"이라며 "전체회의는 열면서 법안소위는 열지 못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법안 통과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여야는 소방관 국가직 전환에 모두 찬성한다는 기본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 등과 관련한 후유증으로 여야 정쟁의 발목에 묶여 있는 셈이다. 이렇게 하다가 발의된 법안이 또 차일피일 미뤄지다 통과가 안 될 수도 있다. 그동안 수많은 법이 여야 정쟁에 떠밀려 사라졌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30만건에 육박하고 있다. 청원자들이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윤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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