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계열사 결정'이라며 인수전 참여 부인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작업이 물밑에서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자구 계획에 따라 그룹매출의 60%가량을 차지하는 알짜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뼈아픈 결정을 내렸다. 여전히 박삼구 회장의 '진정성'에 일부 의심의 눈초리도 있지만, 일단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를 최적의 조건에서 팔기 위한 조정작업에 들어갔다. 

먼저 아사아나항공은 수익성이 낮은 해외 취항 노선 정리작업에 들어갔다. 수익구조 개편작업의 일환이다. 핵심 내용은 수익성이 낮은 일부 국제선 노선을 정리하는 것이다. 탑승률이 낮아서 운항을 해도 수익이 나지 않는 노선을 폐지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것. 

아시아나항공은 매각 발표가 있기 전인 이번 달 초부터 출범한 TF에서 비수익 노선 정리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인천공항 기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의 전체 탑승률은 평균 84.8%다. 아시아나항공의 상당수 노선이 탑승률이 대체로 양호해서 수익을 내고 있다. 하지만 일부 노선은 탑승률이 절반 조금 넘는 수준이어서 오히려 수익을 깎아 먹고 있다고 한다. 

인천발 노선 가운데 탑승률이 가장 낮은 노선인 러시아 사할린 노선이다. 탑승률이 절반 조금 넘는 56.8%에 불과하다. 비행기 좌석의 절반 정도를 비워놓고 운항하는 셈이다. 다음으로는 중국 옌청 노선의 탑승률이 57.7%, 러시아 하바롭스크와 남태평양의 팔라우 노선이 각각 64%로 뒤를 잇고 있다. 지방 국제공항 가운데 청주∼베이징 노선은 탑승률이 51.4%에 그쳤고, 김해∼베이징 68.1%, 김해∼선양 69.2% 등 탑승률이 70%를 넘지 않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공급 좌석은 주요 노선에서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계열 LCC를 포함한 아시아 노선은 24.0%, 북미와 서유럽은 각각 22.9%, 26.7%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나로서는 차입금 상환과 재무 안정성을 위해 출혈 감소는 필수적이다. 기존 영업라인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는 노선 폐지가 가장 효과적이다. 이는 LCC를 비롯한 항공업계의 노선 확장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노선 재편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이다. 비수익 노선에는 자유화 노선과 국토부의 운수권 배분에 따른 노선들이 포함돼 있다. 일부 노선의 폐지를 결정하더라도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없어 현실적인 노선 재편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아시아나가 이렇게 내부적으로 매각의 정지작업을 하는 가운데, 대외적으로 누가 '새주인'이 될 것인지 안테나를 바짝 세우고 있다. 일단 업계가 예상하는 매각 예상 대금부터 보자. 

IBK투자증권은 지난 16일 아시아나 매각 대금과 관련해 “1조5000억원에서 2조원 사이”라는 구체적 액수를 제시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 금액대를 일단 현실적인 액수로 보고 있다. 

아직까진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곳은 한 곳도 없다. 하지만 재계에선 몇 가지 눈에 띄는 변화가 감지된다. 가장 주목되는 곳은 바로 한화그룹이다. 한화그룹은 또 다른 매력 구매대상인 롯데카드 인수 본입찰에 참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두고 한화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계에선 한화의 롯데카드 인수 여부를 아시아나 인수의 시험무대로 보고 있었다. 한화가 롯데로 돌아설 경우, 아시아나 매각전은 또 다른 구도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애초 한화가 롯데카드를 인수할 경우 아시아나항공까지 인수하는 건 무리란 시각이 많았다. 본입찰에 참가하지 않으면서 한화는 1조원 이상의 실탄을 확보한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이를 두고 한화그룹측은 “롯데카드 인수와 본입찰 참가 포기는 모두 계열사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라며 “현 단계에선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한화그룹이 이렇게 ‘계열사 결정’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한화의 의중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기울고 있다는 해석이 많다. 사실 한화그룹으로서는 롯데카드 인수가 갖는 의미가 각별했다. 한화생명과 한화증권, 한화손해보험 등 금융 계열사를 거느린 한화그룹에 대형 카드사를 추가하면 그야말로 화룡정점이 되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경영 전면에 나선 김승연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롯데카드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얘기도 돌았다. 재계에서는 “지난해 연말부터 6개월 가까이 이어진 롯데카드 인수 작업에서 한화가 막판에 손을 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화는 10대 대기업 집단 중 유일하게 항공 관련 산업을 유지하고 있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항공 정비 등에서 시너지가 날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이렇듯 정황으로만 놓고 보면 한화그룹이 롯데카드 인수 중단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확실한 방향등을 넣은 것으로 봐야 한다. 재계에서는 "롯데카드 인수전에 한화가 막판에 발을 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전보다는 인수 추진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는 반응이 많다. 

다만 아직 매각주간사도 선정되지 않는 등 정확한 매각계획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한화가 섣불리 나설 상황이 아니다. 매각협상에서 선수를 뺏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금호아시아나의 확실한 의중과 타 그룹의 움직임과 적극성 등이 더 드러나야 본격적인 매각적인 오를 전망이다. 

 

최기준 기자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