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건국대·경희대 연구팀 핵심 인자 찾아내

국내 연구진이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감염병으로 꼽히는 101년 전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 내 돌연변이의 작용 원리를 규명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연세대 성백린 교수·건국대 김균환 교수와 박은숙 교수·경희대 김광표 교수 연구팀이 1918년 유행한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에서 독성을 일으키는 핵심 인자를 찾았다고 29일 밝혔다.

스페인 독감은 당시 5천만 명 이상의 사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에서 병원체가 생긴 건 아니지만, 당시 스페인에서 큰 관심을 보이면서 이런 이름이 붙은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전염병 전문가는 최근 고위험성 인플루엔자 대유행 발생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며, 예방과 조기 대응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오랫동안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다룬 연구진은 인플루엔자 단백질 'PB1-F2' 성질이 B형 간염 바이러스 'HBx' 단백질과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연구에 착안했다.

고위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원리. 한국연구재단 제공
고위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원리. 한국연구재단 제공

특히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 PB1-F2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고위험 병원체인 탓에 관리가 까다로웠으나, 지속적인 관찰 끝에 PB1-F2의 숙주세포 선천성 면역 반응 저해 원리를 확인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돌연변이 PB1-F2은 인터페론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필수 단백질인 'DDX3'를 분해한다. 이를 통해 인터페론 베타 유도를 강하게 막는다. 인터페론 베타는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해 초기 면역 시스템에서 생기는 물질 중 하나다. 인터페론 베타 유도를 막는다는 건 바꿔 말하면 바이러스 병독성(병원체가 질병·사망을 일으키는 성질)을 늘린다는 뜻이다.

연세대 성백린 교수(왼쪽부터), 건국대 김균환 교수와 박은숙 교수. 한국연구재단 제공
연세대 성백린 교수(왼쪽부터), 건국대 김균환 교수와 박은숙 교수. 한국연구재단 제공

건국대 김균환 교수는 "스페인 독감의 새로운 병인 기전을 밝힌 것"이라며 "향후 새로운 형태의 고위험성 인플루엔자 감염 치료제 개발에 응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정 위치의 돌연변이 규명을 통해 스페인 독감 같은 고위험군 바이러스를 조기에 검출하는 방법도 고안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연세대 성백린 교수는 "스페인 독감은 인류가 경험한 감염성 질환 중 최고의 사망률을 기록한 사건"이라며 "100년이 지난 시점에서 높은 병원성에 대한 해석이 가능하게 된 만큼 새로운 항바이러스제 개발 전략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과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했다. 성과를 담은 논문은 지난 12일 국제학술지 '엠보 저널'(EMBO Journal)에 실렸다.

 

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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