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국회 보이콧·천막 농성 등 강경 의견도…추경안 내용에도 반대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엄중한 경제 상황에서 정치권의 대립과 갈등이 격화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리고 "국회가 조속히 정상 가동돼 추경안이 신속히 처리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경제는 타이밍이라면서 추경 예산안 처리가 늦어질수록 민생경제에 부담이 늘어난다"며 추경에 대한 빠른 처리를 국회에 당부했다. 

하지만 추경이 문 대통령의 뜻대로 제때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국회의 상황을 볼 때 추경안은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의 패스트트랙에 발목잡히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4당이 29일 자유한국당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들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웠고, 한국당은 본격적인 장외 투쟁을 예고했다. 특히 당내에서는 국회 보이콧 내지 천막 농성 등 초강경 의견도 나오고 있어 상당 기간 여야 협상 자체가 시작되기도 힘든 상황이 됐다.

정부는 지난 25일 6조 7천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추경안은 강원 산불 등 재난피해 복구 지원, 미세먼지 대책, 선제적 경기 대응 등을 위한 예산안을 담고 있다. 당초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국회는 국무총리로부터 시정연설을 청취한 뒤 기획재정위, 행정안전위 등 12개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 본회의 의결 등의 처리 절차를 밟게 된다.

그러나 패스트트랙 처리로 당분간 추경안 논의는 어려워졌다. 한국당이 패스트트랙에 반발하며 장외 투쟁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2주째 이어온 주말 광화문 장외 집회를 이어가는 것은 물론 전국을 권역별로 돌며 대여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현재 추경안을 심사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원내에서 무엇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장외로 나가 국민께 실상을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추경안의 내용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번 추경안은 나라 빚을 내는 '빚더미 추경'이면서 '총선용 정치 추경'이라는 것이다.

문재인정권 경제실정백서 특별위원회는 지난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 예산에 편성돼 있는 예비비를 신속히 집행해 국민들 불편을 최소화하되, 상반기가 지난 뒤 추가 재정이 필요하면 추경 편성을 검토하는 것이 순서"라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은 한국당을 상대로 추경안 심사에 임하도록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추경안 처리가 늦어지면 추경안의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지난 24일 서면 논평을 통해 "신자유주의의 첨병이라고 비판을 받았던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조차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사회안전망 강화를 주문했다"며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추경안 심사에 적극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한국당이 '초강공 모드'를 유지하고 끝내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지 않는 경우 정부·여당이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도 주목된다. 패스트트랙으로 여야 관계가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황에서 추경안 처리마저 강행할 경우 여야 관계는 그야말로 파탄에 이르고 강행 처리를 반복한다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여기저기에서 우리 경제의 '적신호'가 들어오는 상황에서 추경안 처리를 마냥 기다릴 수도 없다.

한국당 역시 당분간은 초강공 모드로 간다고 해도 향후 전략에 대해서는 고민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현 상태에서 국회 복귀는 난망한 상황이지만, 장외 투쟁이 길어지는 경우 정쟁을 이유로 국회를 거부하고 민생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이 장외투쟁을 계속 이어갈 경우 여당이 추경안마저 강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당 입장에선 개혁입법과 추경 등으로 총선 전까지 민생 성과를 내야 하는 압박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한국당 해산 청와대 청원이 30일 이미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런 뜨거운 여론도 여당이 기댈 수 있는 명분이다. 물론 청와대 청원이 여론의 지표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지만, 그 상징적 의미는 크기 때문에 여당은 여론전에서도 뒤질 게 없다고 본다. 이럴 경우 추경안도 강행처리할 명분이 생긴다. 하지만 추경안까지 강행한다면 여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어 여당 입장에선 신중함을 기할 수밖에 없다. 

여야의 싸움은 이제 시작됐다. 추경은 타이밍이 생명이다. 적시에 적정한 곳에 빨리 투입해야 효과가 있다. 갓 시작된 여야 전투에 추경이 저 멀리 강으로 떠밀려 갈 상황에 놓였다. 


윤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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