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김훈 선생이 <칼의 노래>에서 둘 중 어는 것을 쓸까 하루를 고민했다 한다. 우리말의 맛과 멋, 뉘앙스는 이리도 미묘하다. ‘은/는’과 ‘이/가’는 어떻게 다른가?

우선 ‘이/가’만이 주격조사다. ‘은/는’은 보조사다. 여기서 일말의 힌트가 있다. ‘이/가’는 그래서 문법적인 구실만 하는 당당함이 있는 것이고, ‘은/는’은 기능과 뜻을 더해준다고 보면 대충 얼개가 잡힐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우선, ‘영희가 1등이야’. 이러면 당연히 영희에 힘이 실린다. 그래서 주격조사 ‘가’가 오롯이 빛난다. ‘이/가’는 이렇듯 주어가 관심의 초점일 때 쓴다. 다음 ‘옛날 어느 마을에 어떤 공주가 살고 있었다.’처럼 ‘이/가’는 새로운 정보를 제시할 때 쓴다. 마지막으로 주로 사진 해설 같은 경우가 해당되는데 ‘대통령이 영령들의 빈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사진)’ 이/가’는 이렇게 묘사문(객관적 서술)일 때 쓴다.

다음은 ‘은/는’이다. ‘은/는‘은 먼저 서로 비교할 때 쓴다. 철수는 사과를 좋아하고, 미혜는 배를 좋아해’, 여기서 ‘은/는’ 주어를 대비시켜 의미를 또렷하게 하는 보조사 역할에 충실하다. 다음으로, 은/는’은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기능을 갖는다. ’강원도는 자연이 훌륭하다‘ 여기서 ‘는’은 ‘문장주제어’라고도 한다. 영어와 기본적으로 가장 차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물론 ‘난, 짜장면!’ 이건 더하지만... 끝으로는 이런 경우다. ‘명호는 우리 팀 에이스야!’ 이 문장에서 ’에이스’에 확실히 무게중심이 있다. 곧 서술어의 영역에 관심이 모일 때, ‘은/는’이 앞에 자리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신임 대사들에게 임명장을 주었습니다.” 경우도 대통령은 물론 중요한 인물이지만, 일상으로 나오는 사람이다. 그래서 ‘은/는’이다. 평범한 설명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6박7일간의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합니다.’ 할 때는 주어에 다시 힘이 들어간다. 귀국 사실보다 대통령이 더 중요하다.
 

강성곤 KBS 아나운서는 1985년 KBS입사, 정부언론외래어공동심의위위원, 미디어언어연구소 전문위원, 국립국어원 국어문화학교 강사를 역임했으며 건국대, 숙명여대, 중앙대, 한양대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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