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리미엄 커피브랜드 한국 본격 영업

미국의 프리미엄 커피전문점 브랜드 블루보틀이 한국에 상륙했다. 커피 업계가 주목하던 블루보틀은 3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한국 1호점을 개점했다. 한국 진출설이 처음으로 흘러나온 2017년 연말부터 마니아들은 1년 반 가까이 기다린 셈이다.

붉은 벽돌 건물에 특유의 파란색 병 모양 로고가 걸린 1호점 앞은 새벽부터 소식을 듣고 몰려온 손님들로 북적였다. 기다리는 손님은 개점 1시간 30분 전인 6시 30분 20명에 달하더니, 오전 7시가 되자 50명으로 불어났다.

블루보틀 성수점은 커피를 볶는 로스터리를 비롯해 바리스타 교육과 시음회가 가능한 트레이닝 랩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빨간 벽돌 건물에 들어선 매장은 일본 건축가 조 나가사카가 설계했으며, 자연광으로 채광되는 따뜻하고 담백한 공간을 앞세웠다. 블루보틀은 "외부에서도 누구나 블루보틀의 로스터리를 볼 수 있다"며 "지하로 내려가면 호두나무 의자와 테이블에서 휴식을 즐길 수 있다"고 소개했다.

매장 내부는 노출 콘크리트 구조에 커다란 통유리를 통해 자연광이 들게 했다. 일렬로 정돈된 레일등과 원목 탁자를 배치했다.

1층 도로에 인접한 창문이 커다란 통유리여서 외부의 행인도 매장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매장 내 꽃장식은 국내 플로리스트 김형학 씨와 손잡고 '따뜻한 미니멀리즘'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만들었다. 커피와 더불어 손님을 이끌 빵 메뉴는 제빵업체 '메종엠모'와 협업했다.

성수점 매장은 지하 1층과 1층 2개 층을 사용한다. 이 가운데 1층에는 로스터리가 자리하고, 손님이 실제로 주문을 하고 사용하는 공간은 지하 1층이다.

블루보틀 관계자는 "지하 좌석 수는 80∼90석이지만, 실제로 공간은 꽤 넓다"며 "지역과 상생하자는 의미에서 성수동 본래 분위기를 잘 살린 이 건물에 손을 많이 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개점 첫날 직원들은 새벽 이른 시간부터 매장 안에서 이리저리 분주히 움직이며 손님맞이를 준비했다. 이번 개점을 맞아 블루보틀 채용 사이트를 통해 한국인 바리스타 20명을 새로 뽑았다고 했다.

지하 1층에는 원하는 커피 품질을 유지하고자 매일 테스트하는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블루보틀의 한국 가격은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 5천원, 라테는 6천100원 등이다. 에스프레소 기준으로 미국에서는 3.5달러(약 4천75원), 일본에서는 450엔(약 4천698원)을 받고 있다.

블루보틀은 성수점 개점을 기념해 '서울 토트백'·'블루보틀 글라스 머그' 등 다양한 상품도 내놨다. 앞으로 종로구 삼청동에 2호점을 낼 계획이며 연말까지 2개 지점을 추가로 열 예정이다.

한편, 이날 블루보틀 한국 1호점 첫 손님은 친구 사이인 이난희(23)씨와 전경은(24)씨였다. 이 씨는 이날 0시 25분부터 무려 7시간 30분 넘게 근처에서 밤을 지새웠다.

이 씨는 "사실 과거 미국이나 일본에서 블루보틀을 가 본 경험이 없다"며 "그래도 이왕 언젠가 올 거 처음 가 보자 해서 줄을 서게 됐다"고 말했다. 친구 전 씨는 "일본 도쿄에서 블루보틀을 가 본 적이 있다"며 "라테를 좋아하는데 블루보틀 커피가 입맛에 맞더라. 카페를 찾아다니기 좋아하고, 예전에 나에게 맞는 커피를 찾아다니던 기억도 있어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블루보틀'이 미국 일본보다 커피 가격을 한국에서 더 비싸게 책정해 논란이 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블루보틀 대표 메뉴인 '뉴올리언스'는 한국에서 5천800원에 판매될 예정이지만, 미국에선 4.35달러(약 5천70원), 일본에선 540엔(약 5천630원)에 판매되고 있는 상태다. 까페라떼는 미국, 일본 가격에 비해 각각 약 16.8%, 3.9% 더 높다. 

한국에서만 커피 가격을 비싸게 책정한 것은 '블루보틀'뿐만이 아니다. 스타벅스 역시 까페라떼를 미국에서 톨 사이즈 기준 3.2 달러(3천730원), 일본에서 410엔(약 4천280원)에 판매하지만, 한국에서는 4천600원으로 가격을 책정했다. 

블루보틀의 이 같은 프리미엄 전략에도 한국 1호점 오픈 첫 날인 이날 오전에는 문이 열리기 전부터 수백 명의 사람들이 매장 앞에 서 있을 만큼 높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블루보틀의 한국 진출은 일본에 이어 두 번째 해외진출로, 성수동에 이어 조만간 삼청동에 2호점을 낼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보다 비싼 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일본보다 더 비싸게 가격을 책정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커피 애호가들의 기대가 큰 만큼 블루보틀의 한국 상륙으로 커피업계에 지각변동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블루보틀은 창고 창업, 괴짜 창업자, 독창적인 제품, 열광하는 소비자 등이 애플과 닮은꼴이라 ‘커피계의 애플’로 불린다. 손님이 주문을 하면 커피콩을 저울에 달고 갈아서 핸드드립 방식으로 커피를 내리는 ‘슬로우 커피’가 특징이다. 현재 미국(57점)과 일본(11점)에서 운영 중인 68개 매장은 모두 직영점이다. 커피 맛에 집중할 수 있도록 메뉴는 6~8가지로 간소화했다고 한다. 

넷플릭스가 자본과 유통망으로 전세계 영화 미디어 시장의 지각변동을 불러오고 있다. 이번에 문을 연 블루보틀 역시 미국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금력을 갖추고 한국에 진출했다. 커피점은 골목상권을 중심으로 영세업자들도 많은 업종이다. 상생이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고급화 전략으로 무장한 블루보틀의 시장잠식이 과연 어디까지일지 커피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최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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