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서 단거리 발사체 수발 발사…합참 "70~200㎞ 비행"

북한이 4일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 일대에서 '단거리 발사체' 수발을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북미협상 교착 상황에서 북한이 '도발성'으로 간주될 수 있는 행동에 나섬에 따라 향후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합참은 이날 "북한은 오늘 오전 9시 6분경부터 9시 27분경까지 (강원도) 원산 북방 호도반도 일대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불상 단거리 발사체 수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앞서 북한이 쏜 기종을 '단거리 미사일'로 발표했으나 40여분 만에 '단거리 발사체'로 수정했다.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는 지난달 17일 '신형 전술유도무기' 이후 17일 만이다.

이번에 발사된 발사체는 동해상까지 약 70km에서 200km까지 비행했으며, 추가 정보에 대해서는 한미가 정밀분석 중에 있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합참은 "현재 우리 군은 북한의 추가발사에 대비하여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한미 간 긴밀하게 공조하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발사한 기종이 미사일이라면 2017년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 이후 1년 5개월여 만이다. 그러나 군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것은 탄도미사일은 아니다"고 전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는 북한에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떠한 추가적인 발사, 핵실험 또는 다른 어떠한 도발도 감행하지 말고, 탄도미사일프로그램 관련 모든 활동을 중단하며, 이러한 맥락에서 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움(동결)에 관한 기존의 공약을 재확립해야 한다는 결정을 재확인하고, 북한이 즉각 이러한 의무를 완전하게 준수할 것을 요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월 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2개월여 만에 이뤄진 북한의 이번 단거리 발사체 발사는 최근 대북 압박 유지를 강조하는 미국의 기조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1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사격 시험했다. 한미는 이 무기와 관련, 탄도미사일이 아닌 사거리 20여㎞의 스파이크급 유도미사일 또는 신형 지대지(地對地) 정밀유도무기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분석한 바 있다.

미국은 북한의 전술유도무기 발사 이후인 4월 18, 19, 29일 수도권 상공에서 이례적으로 RC-135W(리벳 조인트) 정찰기를 띄워 대북 감시에 나섰다.

북한은 그간 원산 호도반도에서 단거리 미사일, 대구경방사포 등을 시험 발사해왔다. 2014년 8월 14일에는 호도반도에서 '전술 로케트'를 시험발사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 로켓은 200㎞를 비행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한 뒤 이뤄진 이번 미사일 발사의 의도에 주목해야 한다. 김 위원장이 중국과 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이번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까지 만나서 비핵화 협상에 관한 전반적인 의견을 청취했을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잘 알고 있고, 트럼프도 취임 전부터 푸틴 대통령과 사적 친분을 쌓고 싶다며 적극적인 관계개선 의지를 보여왔다. 누구보다도 푸틴이 트럼프의 의중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 비핵화 협상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를 너무 믿을 경우 미국의 전략에 말려들 수 있다는 조언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러시아의 대미 견제 전략에 따른 당연한 조언이다. 

북미회담 결렬 뒤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소통을 통해 비핵화 협상 전략을 다시 짰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등을 돌려 협상 주도권을 내준 북한으로서는 당분간 강경 노선을 통해 다시 양국 관계를 대등하게 되돌려놓을 필요성이 있다. 그 결과가 바로 미사일 발사로 나타난 것이다. 당분간 북미회담 이전으로 돌아가 미사일 발사와 대북제재에 연연하지 않는 고난의 길을 다시 갈 것이다.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전략이다. 중재자 역할이 양쪽으로부터 거부당하다시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는다. 식량원조 등의 1차적이고 기본적인 대북 루트 외에는 묘수가 별로 없는 상황이다. 북한이 이렇게 문을 닫고 외통수의 길을 갈 경우 문 대통령으로서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것이다. 보수우익은 이번 미사일 발사로 더욱 대 정부 비난 강도를 높일 것이다. 국내 여론을 어떻게 잘 관리하면서 남북미 관계의 줄타기를 잘 해내느냐에 문재인 정부의 성패가 달려 있다.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다. 

 

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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