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을 키우는 벤처캐피탈들의 좌담 '무엇이 우리를 투자하게 하는가'

올해 국내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총 2,854억 규모다. 플래텀의 국내 스타트업계의 투자 유치 및 동향에 대한 리포트에 따른 것으로, 2019년 1월 1,529억 원, 2월 707억 원, 3월 618억 원의 스타트업 투자가 이뤄졌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데 왜 우리는 투자를 못 받을까? 어떻게 하면 투자를 잘 받을 수 있을까? 혁신을 추구하는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지난 5월 2일 스타트업, 혁신기업, 정부가 함께하는 컨퍼런스 '360˚ Seoul'에서는 그 고민 해결에 대한 팁을 줄 수 있는 라운드 토크가 진행됐다.

 

초기 투자 전문 벤처캐피털 카카오벤처스 정신아 대표가 발언 중이다. 사진= 최창희 기자
초기 투자 전문 벤처캐피털 카카오벤처스 정신아 대표가 발언 중이다. 사진= 최창희 기자

 

토스, 배달의민족 등 국내 스타트업을 유니콘 기업으로 견인해온 벤처캐피탈 알토스벤처스의 오문석 수석심사역, 국내 벤처 생태계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초기 투자 전문 벤처캐피털 카카오벤처스 정신아 대표, 석종훈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 실장, 김호민 스파크랩 파트너 & 공동설립자가 ‘무엇이 우리를 투자하게 하는가’라는 주제의 좌담을 진행했다. 이들의 좌담을 토대로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를 잘 받기 위해서 꼭 점검해야 할 4가지 포인트를 정리해본다.

 

1. 당장 수익은 없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있는가?

“투자 결정을 할 때 제일 처음에 보는 것은 회사가 영위하는 사업 자체가 얼마나 큰 시장인가이다. 시장의 잠재력과 성장성에 대해서 가장 많이 본다. 지금 당장 수익이 나지는 않더라도 향후 어떠한 형태로 수익화를 할 수 있겠느냐에 대한 것도 중요하게 본다.” _ 오문석 (알토스벤처스, 수석 심사역)

“우리는 초기 기업 시작 단계인 시드 단계에 주로 투자를 한다. 투자하는 분야는 IT와 소프트웨어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하에 실제 시장을 얼마나 혁신할 수 있는지를 보면서 투자를 한다.” _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

 

2. 반드시 이뤄내고야 말겠다는 창업자의 의지가 있는가?

“투자할 때 첫 번째로 보는 것은 창업자가 말하는 문제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느냐다. 이 문제가 풀어야 할 큰 문제라고 공감이 되면 그다음에 보는 것은 창업자가 이 문제에 얼마나 꽂혀 있느냐는 것이다. 창업을 막 시작했을 때는 뭐든지 다 잘할 수 있을 거 같지만, 투자를 받고 나면 귀신같이 죽음의 계곡이 찾아온다. 그 계곡을 지나기 위해서는, 성공할 때까지 끈질기게 끝까지 해내겠다는 창업자의 의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_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

“우리도 투자할 때 보는 것을 시장과 사람이라고 한다. 성장할 수 있는 시장이냐, 그리고 나머지는 결국은 사람과 사명감이다. 투자자들이 돈을 안 주더라도, 우리는 계속 할 것이다라는 사명감을 가진 사람들이 투자자의 마음을 움직이다. 투자는 결국 투자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_ 김호민 (스파크랩 파트너 & 공동설립자)

 

벤처캐피탈 알토스벤처스의 오문석 수석 심사역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최창희 기자
벤처캐피탈 알토스벤처스의 오문석 수석 심사역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최창희 기자

 

3. 함께 이뤄낼 팀이 있는가?

“우리에게 투자를 받으러 올 때는 혼자 오면 안 된다. 좋은 아이디어인데 개발은 어떻게 하려고요? 물었을 때 외주를 줄 겁니다, 혹은 팀이 있긴 한데 돈만 주시면 참여할 겁니다,라고 대답하는 곳에는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_ 김호민 (스파크랩 파트너 & 공동설립자)

“아무리 좋은 모델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팀이 없으면 투자하기 어렵다. 초기 단계에서 투자하다 보니 창업자와 팀을 가장 많이 본다.” _ 오문석 (알토스 벤처스, 수석 심사역)

“팀이 갖춰져 있는가를 중요하게 본다. 물론 초기 단계에서 환상적인 팀을 갖추기는 어렵다. 결국은 이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게 무엇이고, 그 기능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가 중요하다. 그것이 갖춰져 있으면 그다음부터는 투자하면서 채워나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_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

 

4.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정직함이 있는가?

“저희는 신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르는데 안다고 하면서 말 바꾸는 걸 싫어한다. 앞으로 계속 어려움을 같이 겪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투자자로서 실패는 열심히 안 하는 팀 혹은 거짓을 말하는 팀에 투자하는 것이다. 모르는 거 같은데 안다고 말하거나, 알고 보니 팩트가 다른 경우, 그런 레드 시그널이 있음에도 사업이 괜찮아 보여서 투자했던 경우는 결과가 안 좋았다. 자신들의 단점도 솔직하게 인정한다는 마음으로 와주면 좋겠다.”_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

“저희 내부적으로 ‘지적인 정직함(intellectual honesty)’이라고 이야기한다. 객관적으로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는 대표님과 팀을 좋아한다. 결국 사람을 보고 투자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꽤 오랜 기간 대표님과 신뢰가 쌓였을 때 투자까지 연결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적인 정직함’을 갖고 꾸준히 잘 해나가는 기업은 투자자들이 알아보는 거 같다. 좋은 팀은 적은 금액으로 많은 걸 실험하고 배우고, 잘못한 걸 개선한다. 잘 못하는 팀은 잘못된 건 계속하고 다른 데 핑계를 댄다. 그런 분들을 꺼리고 경계한다.”_ 오문석 (알토스 벤처스, 수석 심사역)

스타트업이란 어찌 보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다. 지금도 수많은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 밤잠을 설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 노력만 하는 것은 더 이상 올바른 성공법칙이 아니다.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장 가능성이다. 기존 시장은 이미 대기업이 거의 다 차지하고 있다. 메이저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한다. 그때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이 바로 성장 가능성이다. 아무리 기술이 좋고 시장성이 있어도,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라면 그 사업은 재고를 해봐야 한다. 일단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틈새가 비치는 곳을 뚫어야 한다. 그것을 명확히 한 다음 할 것이 창업자의 확신과 투자를 끌어오는 열정이다. 스타트업에서 한번쯤 되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최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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