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 자가호흡…이재용 부회장 등 가족 수시로 병문안

삼성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누운 지 오는 10일로 만 5년을 맞는다. 8일 재계와 복수의 삼성 관계자 등에 따르면 현재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VIP 병실에 입원 중인 이 회장은 여전히 의식이 없으나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10일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켜 인근 순천향대학 서울병원에서 심폐소생술(CPR)을 받은 뒤 다음날 새벽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져 막힌 심혈관을 넓혀주는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이후 심폐기능이 정상을 되찾자 입원 9일 만에 중환자실에서 병원 20층에 있는 VIP 병실로 옮겨져 지금까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병세나 치료 진행 상황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고 있지만 이 회장은 인공호흡기나 특수 의료장비 없이 주로 병상에 누운 상태로 자가호흡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의식은 없지만 접촉과 소리 등에 반응하고 있기 때문에 병실에서 영화와 음악 등을 켜놓는 '자극 요법'을 진행하는 한편 의료진이 휠체어에 태워 복도 산책을 시키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원 초기에는 그룹 임원들이 무의식 상태인 이 회장에게 수시로 업무 보고도 했는데, 이 역시 과거에 익숙했던 환경을 만들어 의식 회복에 도움을 주려는 자극 요법의 하나였다는 후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증권가 정보지 등을 통해 수차례 위독설, 심지어 사망설까지 돌았으나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장기 입원에 따른 합병증 우려도 있었으나 철저한 치료와 관리로 예방에 힘쓰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동일인 변경에 따라 이 회장으로부터 '삼성 총수'를 물려받은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가족은 수시로 병원을 찾아 문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건희 회장은 1979년 삼성그룹 부회장에 오르면서 이병철 선대 회장으로부터 본격 승계를 대비한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이 회장이 회장직에 취임한 1987년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1조원이었다. 지난 5월 2일 기준 삼성전자의 시총은 304조 6244억원을 기록, 이 회장의 취임 당시보다 300배가 넘는 성장을 이뤘다.

그룹 매출과 영업이익만 놓고 봤을 때도 엄청난 발전이 있었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2018년 매출액 243조 8000억원에 영업이익 58조 9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장 취임 때 삼성그룹의 매출 17조 4000억원과 비교하면 매출도 무려 14배나 늘었다.

삼성전자는 현재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유력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해 발표한 ‘2018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 순위에서 삼성전자는 7위에 올랐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구글과 애플, 아마존 등 글로벌 브랜드를 제치고 프랑스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은 2018년 매출 상위 10대 기업의 총매출액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해외 매출 비중은 86.1%였다.

이 회장이 병상에 누워있지만 존재감은 여전하다. 삼성 이건희·이재용 부자가 올해도 개인 배당 순위에서 나란히 1·2위를 기록했다. 이들의 배당총액은 6147억원에 달했다. 가장 배당을 많이 받은 사람은 이 회장이었다. 이 회장의 배당금은 총 4747억원으로 전년(3063억원)보다 55.0% 늘어났다.

최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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