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우리 표준어 규정은 제2부 표준 발음법에 겹받침(쌍받침)의 발음 요령을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걸 진득하게 보고 제대로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다 보기도 전에 질리기 마련이다. 관통하는 법칙이 굳건하지 않고 복잡하며 용례가 시의성과 거리가 멀다.

내가 찾은 요령이다.

1. 겹받침 용언은 뒤의 것을 기본적으로 발음 요소로 보자.
2. 네 가지 큰 예외만 기억하자.

1. ‘맑다’부터 보면, [말따]가 아니라 [막따]가 맞다. 왜? ㄹ,ㄱ 중에 기본적으로 뒤의 자음, ㄱ을 취했기 때문이다. 이럴 때, 예외적인 경우 두 가지만 기억하자. 상식적인 것이니 긴장할 필요, 전혀 없다. ①겹받침 뒤에 모음이 오면, 앞의 받침을 택해 모음과 연결시킨다. ‘맑다’의 경우는 그러니까, 맑아[말가] 맑으니[말그니]가 될 것이다. 보통의 경우는 그대로 뒤의 것을 택하면 되니, 맑지[막찌] 맑고[막꼬/마꼬]가 된다. ②겹받침 중 뒤의 자음과 같은 자음이 다음 음절 초성에 이어 붙으면 앞의 자음을 취한다. 다시 말해 맑겠고[말껟꼬/말께꼬]가 그 예다. ‘맑’의 ㄱ 다음에 ‘겠’의 ㄱ이 왔으니 말이다. 그래서 종합하면, ‘맑디맑겠고’는 [막띠말껟꼬] [막띠말께꼬]가 된다. 생활 속에서 자주 틀리는 발음은 그래서, 밟고 가[발꼬가X] [밥:꼬가O] 읽지 그래[일찌 그래X] [익찌 그래O] 맑겠습니다[막껟씀니다X] [말껟씀니다/말께씀니다.O]

2. ‘넓다 얇다 짧다 떫다’는 [널따] [짤따] [얄:따] [떨:따]가 큰 예외다. 에외적으로 겹받침 중 앞의 것으로 발음요소로 삼는다고 기억하면 좋다. 바지통이 좀 [넙따], 치마가 [짭따], 종이가 참 [얍:따], 감이 아직 [떱따]는 오발음誤發音이다. ‘훑다’도 앞을 택하나, [훋따/후따]라고 하는 이는 거의 없기에 자연스레 [훌따] 하는 데 문제가 없다. 솔직히 넓다[널따]는 다른 차원에서 불만이다. 내 생각엔 넓다[널:따]가 돼야 옳다. 얼다[얼:다]지만 얼음[어름]처럼 어간 다음 모음이 붙으면 짧아지는 부류의 단음절 용언에 속해야 마땅하다. [널;꼬] [널:찌]지만 모음이 와서 ‘넓어’는 [널버] ‘넓으면’은 [널브면] 해야 훨씬 설득적이라는 생각이다. 발음 사정할 때, 허투루 넘어간 게 아닌가, 강력한 의심이 든다.

3. 학술 눈문이나 세미나/포럼 등에 보면 가끔 Marx를 ‘맑스’로 표기하는 게 눈에 띈다. 깜찍 발랄하다. 독어獨語 원음도 촉급하게 ‘arx’를 발음할 터다. 그러나 우리 겹받침의 발음 요소는 어디까지나 하나다. 둘 중 선택이다. 그래서 ‘마르크스’다. 

강성곤 KBS 아나운서는 1985년 KBS입사, 정부언론외래어공동심의위위원, 미디어언어연구소 전문위원, 국립국어원 국어문화학교 강사를 역임했으며 건국대, 숙명여대, 중앙대, 한양대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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