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나이에 발표한 첫 앨범, 새로운 시대를 열다

우리나라에서는 5월 2일 아침시간 한 케이블 채널을 통해 시청할 수 있었던 <2019 빌보드 뮤직 어워드>. 방탄소년단(BTS)의 <톱 듀오/그룹>과 <톱 소셜 아티스트> 2개 부문 수상은 한국 대중음악의 한 획을 긋는 대단한 결과였다. 

인기 팝 스타 할시(Halsey)가 함께 한 신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의 라이브 무대 또한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 음악팬들을 흥분의 도가니에 빠지게 만들었다. 시상식에 참가했던 세계적 팝 아티스트들 사이에서 가장 빛났던 방탄소년단의 위상과 존재감은 더 이상 논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다. 

<2019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는 특히 여성 아티스트들의 활약상이 두드러졌는데,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와 폴라 압둘(Paula Abdul),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와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에 이르기까지 ‘신구 팝 디바’들의 라이브 공연을 모두 볼 수 있는 즐거움도 상당했다. 

그 가운데 음악팬이라면 이번 시상식에서 절대 놓쳐서 안 되는 아티스트의 무대가 있었으니 주인공은 바로 ‘팝의 여왕’ 마돈나(Madonna)였다. 그는 4년 만에 발표하는 14번째 정규 스튜디오 앨범 <Madame X>에 담길 곡으로 미리 발매된 ‘Madellin'의 라이브 퍼포먼스를 선보였는데, 듀엣 파트너로 음악작업에 참여한 콜롬비아 출신 남성 팝스타 말루마(Maluma)와 더불어 흥겹고도 화려한 ’라틴 팝 타임‘을 연출해 냈다.

25세였던 1983년 자신의 첫 정규 음반을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등장했던 마돈나. 다가오는 8월 16일 만61세 생일을 맞이하게 된다. 36년간 대중음악계는 물론 영화, 출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줄곧 정상의 자리를 지켜 온 우리시대 ‘최고의 엔터테이너’. 해가 거듭될수록 마돈나란 아티스트의 존재감이 더욱 빛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돈나. 사진제공=유니버셜뮤직
마돈나. 사진제공=유니버셜뮤직

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시대를 관통한 아티스트 마돈나 

1980년대 초반 아티스트들의 뮤직비디오를 전문적으로 방송하는 M-TV(Music Television)의 등장은 팝 음악계에 상당한 파장과 커다란 변화를 일으켰다. 음악은 ‘듣는 것’은 물론 ‘보는 것’이란 개념이 생겼고, 고유의 라디오 주파수가 아닌 텔레비전 채널을 통해 노래를 접하는 생경한 상황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한 편의 뮤직비디오는 뮤지션과 노래를 홍보하기에 가장 효율적 수단이 됐고, 인기 팝 스타를 낳는 중요한 산파역할을 했다. 그 중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몇몇 솔로 아티스트들을 상징성을 담아 열거하자면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과 프린스(Prince), 마돈나와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과 자넷 잭슨(Janet Jackson) 등이 대표적 인물들이다.

위에서 언급한 뮤지션들은 1980년대 다수의 히트곡 및 앨범 발표, 라이브 활동 등을 통해 팝 음악계를 장악했고 저마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며 평단과 언론, 대중에 의해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다. 또한 1990년대와 21세기 대중음악계에서도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는 위대한 뮤지션으로서 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19년 현재 우리 곁에 남아있는 아티스트는 마돈나와 자넷 잭슨 뿐.
마돈나와 1958년 동갑내기 아티스트 마이클 잭슨과 프린스는 2009년 6월 25일과 2016년 4월 21일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리며 세상을 떠났고, ‘팝의 여왕’의 자리를 놓고 20여년 넘게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휘트니 휴스턴은 2012년 2월 안타까운 생을 마감했다.     

마돈나. 사진=마돈나 인스타그램
마돈나. 사진=마돈나 인스타그램

인기 듀오 왬(Wham!)과 솔로 활동 시절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고 직접 노래했던 싱어송라이터 조지 마이클은 가장 널리 알려진 곡 ‘Last Christmas'처럼 2016년 12월 25일 사망을 하는 비극적 운명을 맞이한바 있다.

동시대에 활동하며 대중음악계를 함께 이끌었던 동료 팝스타들의 완전한 부재는 마돈나란 아티스트의 가치와 그 존재감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우리에게 실감하게 만든다. 그저 신곡 발표나 공연 소식 등 활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들으며 성장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행복하고 소중한 일인지 모른다. 

물론 그 역시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시련과 역경, 추문과 송사 등이 있었겠지만, 그런 상황을 모두 견디고 이겨내 36년간 정상의 자리를 줄곧 지켜 올 수 있었던 철두철미하고 강인한 프로정신으로 40년 가까이 자리를 지켜온 마돈나란 위대한 아티스트에게 경이로움을 표할 수  밖에 없다.

그가 얼마나 대단한지 음악분야로 한정지어서 이야기를 해보자. 마돈나는 6월에 발표될 작품을 포함 14장의 정규 스튜디오 음반과 영화 OST, 히트곡 모음집, 라이브 및 리믹스 음반 등 총 24장의 앨범을 1983년부터 2019년까지 발표했다. 마돈나 음악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다양한 스타일의 댄스곡들은 물론 팝, 발라드, 알앤비, 라틴 및 월드뮤직, 록, 힙합, 재즈 등 팔색조와 같은 장르의 다양성을 역대 발표 앨범들에서 드러내왔다.  

게다가 80년대, 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 각 시대별로 대중적 음악트렌드를 때론 과감하게 주도하고 때론 절묘하게 따라가는 등 ‘새로운 도전과 과감한 시도, 실험정신이 강하게 드러나는 것이 바로 마돈나의 음악’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20대 나이의 마돈나‘가 어느새 ’60대 초반의 마돈나‘가 되어 버렸지만 그가 음악을 하는데 있어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한 것 같다. 왜나 하면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마돈나가 펼쳐 온 노래와 앨범, 라이브 무대는 항상 시대를 관통한 듯 새롭고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마돈나 초창기 사진. 사진=유튜브
마돈나 초창기 사진. 사진=유튜브

살아있는 팝음악의 역사, 마돈나를 다시 읽다 

6월 14일 발매되는 마돈나의 새 앨범 소식에 그의 음악을 오랫동안 즐기고 사랑해 온 팬의 한사람으로서 흥분과 설렘을 감출 수 없었다. 새 작품이 공개되기 전 36년 발매된 데뷔 작 <Madonna>로부터 출발해 소장하고 있는 마돈나 관련 'CD와 LP 타이틀 다시 듣기'는 내게는 어느새 하나의 습관이 됐다.

당연히 나보다 훨씬 깊고 짙은 열정과 애착을 갖고 ‘마돈나에 관한 많은 것, 모든 것’을 수집하고 탐닉하려는 마니아들이 전 세계에 부기지수일거다. 그런데 왜 수많은 사람들이 마돈나란 아티스트에게 열광할까? 그리고 어떻게 그는 40년 가까이 최정상의 자리에 서있을까? (물론 마돈나가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벗어나 성공하고자 했던 강한 의지와 담대함, 선천적으로 타고난 예술적 재능, 마돈나에게 더 자연스러워 느껴지는 비범함, 새로운 도전을 서슴지 않고 트렌드를 이끄는 카리스마, 실패와 좌절이 찾아 온 상황에서는 변화와 진화를 통해 다시 정상의 자리로 귀환하는 저력 등 마돈나가 ‘우리 시대 가장 성공한 엔터테이너이자 사업가’로 굳건히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들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마돈나. 사진제공=유니버셜뮤직
마돈나. 사진제공=유니버셜뮤직

지금, 한 권의 책을 책장에서 꺼내 읽으며 글을 계속 써 내려가고 있다.  2003년 2월 국내에서 마돈나 관련 서적으로 최초로 출간된 <마돈나 Sexual Life: 울지마, 울지마, 울지마 / 원제 - Madonna. New York: St. Martin's Press>다. (이후 마돈나 관련 몇 권의 책들이 번역서 위주로 소개된 바 있다.)
  
전기 작가로 널리 알려진 영국 출신 앤드류 모튼(Andrew Morton)이 마돈나의 어린 시절부터 2001년까지의 인생을 조명한 작품으로 책 속에 담긴 ‘마돈나 관련 이야기들이 전부 다 사실이다’라고 작가가 완벽하게 정의하지는 않는다. 의문을 던질 수 있는 부분에 있어서는 독자들 스스로에게 판단을 내리게 한다. 그런 면이 내게 반복적으로 이 책을 읽게 만드는 흥미로움이다.

바로 이 순간 ‘왜 마돈나인가?’, ‘마돈나가 대체 누구야?’란 의문과 질문을 갖고 있는 분들이라면 - 비록 2000년대 이후 이야기는 알 수 없는 아쉬움은 있지만 - 한 번쯤은 글로 접해보는 경험을 하는 것, 결코 나쁘지 않을 거다.

왜냐하면 마돈나는 ‘팝음악의 살아있는 역사,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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