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정부에서 없어지는 일자리를 애도하며
일자리정부에서 없어지는 일자리를 애도하며
  • 장영철
  • 승인 2019.05.19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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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철 숭실대 교수(前 자산관리공사 사장)
장영철 숭실대 교수(前 자산관리공사 사장)

우리는 가끔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는 말을 한다. 무엇인가 있는 줄 알았더니 사실은 없더라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비유하면서 남을 비판할 때 주로 쓰이는 말이다. 대체로는 이름 값을 못하는 실체에 대한 비판이다. 예를 들면 ‘붕어빵에 붕어 없듯이’ 민주당에 민주가 없고 공화당에 공화가 없다. 또는 ‘정치계에 정치인이 없고, 법조계에 법조인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이러한 상황을 비판하는 것이다. 붕어빵으로서는 억울할 수 밖에 없다. 붕어빵은 붕어 모양으로 만든 빵이지 진짜 붕어로 만든 것은 아님을 모두 다 알고 있음에도 이렇게 거론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동화속의 가상현실에서는 붕어빵도 붕어로 변신한다고 상상할 수 는 있다. 마치, 목각인형 피노키오가 인형을 만든 할아버지의 간절한 기도덕분에 진짜 사람으로 변신하는 동화처럼! 그러나, 우리가 두 발을 딛고 사는 현실은 동화와 같은 상상속의 세계가 아니라 냉엄한 현실이다. 현실에서는 붕어빵에 붕어가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가끔은 붕어빵에서 붕어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을 갖고 찾아내자고 나서는 상황을 목격할 때가 있다. 이는 마치 풍차를 거인으로 생각하고 돌격하는 돈키호테의 행태와 유사하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냉정하게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가상의 유혹에서 벗어나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 된다. 

문재인 정부가 출발한 지 이제 2년이 지났다. 어느 정부든 자기 나름대로는 나라를 발전시키려고 노력해 왔다고 자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소득층이 어려운 것은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기 때문이니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 이들의 소득을 늘려주면 결과적으로 소비가 늘어나게 되면서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는 정책을 펴왔다. 또, 과도한 근로시간을 줄여서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한다는 낭만적 정책도 함께 추진하였다. 비록, 시장경제체제에서 임금은 노동의 수요와 공급, 생산성 등에 따라 결정되며 생산원가에 반영되므로 경쟁이 격심한 시장상황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자본가의 논리에 불과하며 저소득층의 소득개선이라는 이상을 구현하는 데 장애가 된다고 확신을 한 것 같다. 결국 최저임금은 평균임금에 근접하는 수준이 되었고, 주52시간제도 도입되었다. 이의 부작용으로 고용이 줄어들자 국민의 세금으로 일자리안정자금을 만들어 지원하고, 주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임금 감소분도 최근 버스업계의 예처럼 요금인상과 국민세금으로 보전하도록 하는 등 국민의 부담을 대폭 늘리면서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던 것은 오직 자기들만이 ‘정의로운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집단이라고 생각한 것으로 여겨진다. 아마도, 이러한 훌륭하면서도 ‘족보있는 경제정책’에 대한 자부심도 느꼈을 것이다. 문 대통령도 “정부의 경제정책 성과가 당장은 체감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총체적으로 본다면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현실은 유감스럽게도 이상이 아니라 우리가 먹고 살아야 하는 생존상황이다. IMF 한국 미션단장은 5.15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처럼 최저임금이 2년간 30%가량 인상되면 어떤 경제라도 감당 못한다. 그 결과 고용이 감소하고 필요이상의 충격을 받았다’고 지적하면서, ‘최저임금인상률은 노동생산성내에서 묶어야한다’고 경제학원론에 나오는 원리를 처방하고 있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시장에서 임금을 정하는 최저선의 가이드라인임에도 이를 시장 평균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인상시킨 것은 저소득층 소득증대라는 이상적 분배론을 경제원리보다 우선한 결과이다. 급격한 최저임금인상으로 영세자영업자가 1차적으로 직격탄을 맞고, 연쇄적으로 알바 일자리마저 줄어드는 등 저소득층의 일자리가 크게 줄었다. 일자리정부를 표방하면서 현 정부가 격렬하게 비판하고 있는 지난 정부 4대강 사업 예산의 3배가 넘는 엄청난 국민의 세금을 퍼부었지만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는 역설적 현상을 맞게 되었다. 붕어빵에 붕어 없듯 ‘일자리정부에 일자리가 없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구직포기자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으며 실업자는 역사상 최고수준이 되었다.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은 25%넘어가 이제는 기성세대의 무능에 대한 분노로 까지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그 결과, 저소득층들의 소득은 오히려 줄어들고 빈부격차는 오히려 커졌다. 차라리 서민을 위한 일자리정부라고 하지나 말 것이지 하는 탄식이 높아가고 있다. 그런데, 보수수준이 높아 최저임금과는 사실상 무관하다고 여겨지는 대기업들에서도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종업원들이 있다고 하고, 2019년 1분기 매출상위30개 상장사의 인건비 상승률 역시 2년전 동기 대비 22.9%나 상승하면서 기업의 이익이 크게 감소하였다고 한다.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세계경제가 어려워지고 있고, 날로 약화되고 있는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여야 하는 이 때에 필요한 투자 재원확보가 어려워지는 상황에 처해있다.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여 해외로 나가는 기업들이 급증하면서 일자리는 더욱 줄고 있다.

이 쯤되면, 기존의 정책을 재조정하여야 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더구나, 많은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현실을 외면하고 한 쪽만 바라보다가 고용참사를 일으키고 미래 성장잠재력을 까먹고 있다고 현 정부 2년의 경제정책 성과를 낮게 평가하고 있다. 이들은 이제는 우리 경제가 위기국면에 접어들기 전에 구체적으로 성과를 내는 정책을 추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으니 참고 기다리자면서 성과를 내지 못한 정책을 계속 하겠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혹시 가상현실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시장경제 원리를 무시하고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지적한 ‘정부만이 이상사회를 설계할 수 있는 가장 완전한 능력을 갖췄다’는 현 정부의 ‘치명적 자만’은 ‘한강의 기적’을 이룬 선대의 업적을 기적적으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 붕어빵에서 처음부터 없었던 붕어를 찾는 환상을 버리고 우리 앞에 닥친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는 정책적 대전환이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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