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ㆍ칼럼니스트
시인ㆍ칼럼니스트

‘우생마사(牛生馬死)’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홍수로 불어난 빠른 물에 소와 말이 빠지면 소는 살아남지만 말은 익사한다는 데서 생겨난 말이다. 말은 헤엄을 잘 치기 때문에 강한 물살을 이겨내려고 물을 거슬러 헤엄쳐 올라가게 된다. 그러나 1미터쯤 전진한 뒤 물살에 밀려 이내 1미터쯤 후퇴한다. 말은 이런 과정을 거듭하며 20여 분 맴돌다가 마침내 지쳐 익사한다.

반면에 소는 절대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지 않는다. 그냥 물살을 등에 지고 둥둥 떠내려가면서 10미터쯤 떠내려가서는 1미터쯤 강가로 접근하는 동작을 되풀이하며 어느새 모래밭에 발이 닫아 엉금엉금 기어 나오게 된다. 아무리 힘이 좋아도 말은 게센 물살을 이길 수 없는 법인데 제멋대로 발버둥 치다 그만 제 꾀에 빠져 죽게 된다는 것이 ‘우생마사’의 교훈이다.  

살다 보면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릴 때도 있지만, 또 어떤 때는 아무리 애써도 마냥 꼬일 때가 있다. 그렇다고 환경을 내 뜻대로 바꿀 수도 없다. 우리는 신(神)이 아니므로 세상의 일들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또한 어렵다. 결국 올바른 태도는 변화무쌍한 상황에 알맞게 대응하는 일일 것이다. 예측할 수는 없지만, 상황에 대처하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이든 대응만 잘하면 좋은 쪽으로 변화할 수 있다. 모든 상황을, 그 가치를 증명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안 좋은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믿음을 증명할 기회로 삼으면 되는 것이다.

공자가 증자에게 용기에 대해 말했다. “스스로를 생각해서 옳지 않다면 누더기를 걸친 비천한 사람에 대해서도 두려움을 느끼게 되고, 스스로 생각해 봐서 옳다면 천군만마가 쳐들어와도 나아가 용감하게 대적할 수 있는 것이다” 또 공자는 “군자의 도(道) 세 가지 가운데 내가 가능한 것은 하나도 없다. 어진 사람은 근심하지 않고(仁者不憂), 지혜로운 사람은 미혹되지 않으며(知者不惑), 용기 있는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勇者不懼)”고 했다. “어진 사람은 반드시 용기가 있다(仁者必有勇)”고도 했다.

맹자는 ‘부동심(不動心)’, 즉 ‘마음 흔들리지 않음’으로 용기를 설명하고 있다. ‘부동심’은 육체적인 용기가 아니라 마음 자체가 핵심이다. 맹자는 마음이 주인이고 육체적인 기(氣)는 그에 종속되는 것이라 했다. 마음이 단단하면 기는 그 위에 따라온다는 것이다. 이처럼 공맹(孔孟)이 다 용기는 흔들림 없는 마음의 떳떳함에서 온다고 했다.

그 용기를 기르기 위해서는 기를 잘 닦아야 하는데 맹자는 그것을 호연지기(浩然之氣)라고 했다. 그것은 행동하는 데 있어 양심에 부끄러움이 없는 상태를 가리킨다. 인간이 그런 상태가 되었을 때 비로소 비도덕적인 것을 배격하고 도의를 실천할 수 있는 힘이 나오게 되는데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용기라는 것이다. 

마하트마 간디가 평생 소원한 주문과도 같은 신념이 용기다. “나에게 사랑할 수 있는 최상의 용기를 주소서, 이것이 나의 기도입니다. 말할 수 있는 용기, 행동할 수 있는 용기, 당신의 뜻을 따라 고난을 감수할 수 있는 용기, 일체의 모든 것을 버리고 홀로 남을 수 있는 용기를 주소서”라고 기도했다.

넬슨 만델라는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이기는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알았습니다. 지금 기억나는 것보다 더 여러 번 두려움을 느꼈지만, 담대함으로 두려움을 감췄습니다. 용감한 사람은 무서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두려움을 정복하는 사람입니다”라고 노벨평화상 수상소감에서 밝혔다.

중요한 승부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부동심’이다. 중요한 승부에 임하거나 커다란 위기상황에 처했을 때는 홍수에 떠내려가는 ‘부동심의 소’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그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소가 보여주는 순응(順應)의 지혜에도 한 번쯤 눈길을 돌려 보는 것은 어떨까.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