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①화이팅(파이팅)

이 일본식 영어 찌꺼기를 퇴치하기 위해 뜻있는 이들이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던가? 그럼에도 이리도 진한 생명력을 갖는 것은 무자격 방송인들의 안이함 때문이다. 복싱에서 양 선수가 링 외곽만 돌고 도무지 공격의지가 없을 때, 심판이 마지못해 던지는 한마디가 바로 ‘파이트(fight)’다. 이것이 ‘이상하게 말 비틀기’의 본고장 일본에서‘ing’가 덧대어져 ‘화이팅’으로 재탄생하기 이른다. 한데 이 땅에서는‘힘내라’,‘기운내라’,‘잘해라’‘이겨라’를 넘어 자기 자신에게까지 독려를 일삼는 전가의 보도로 변신했다. 가히 TV와 라디오에선‘도깨비 방망이’수준이다. 아무리 언어가 사회의 반영이요 사람들 의식의 결과물이라 하더라도 턱없고 괴이하며 졸렬한 말을 그러려니 두고만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편리‧편의성의 가치는 게으름‧방관과 때로 한편이다. 

“지금 탤런트 ○○○ 씨가 보육원에서 아기 목욕을 해주고 있습니다. 제가 살짝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주먹을 어깨 높이에서 아래로 힘껏 내리며) 화이팅!”
도대체 누구를 위한 파이팅이란 말인가? 리포터, 아니면 탤런트? 누구여도 우습긴 마찬가지다. 

“자 우리 모두‘화이팅’외치며 끝내도록 하죠.‘화이팅~’다시한번‘화이팅~’네 감사합니다, 박수~. (짝짝짝)”

좀 과장하면‘화이팅’을 추방해야 한국어가 산다. 그 정도로 심각하다. 대안은 있다. ‘서클’과 ‘엠티(M.T)’를 무력화시키고, ‘동아리’‘모꼬지’를 캐내 곧추 세운 우리 젊은이들의 곧고 참신한 결기를 본받는다면,‘아자’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②개인적으로

바야흐로 ‘개인적으로’ 광풍이다. 진행자든 출연자든 입만 떼면 ‘저는 개인적으로 ~’가 남발된다. 영어 ‘I personally ~’가 거의 틀림없는 배후다. 어차피 리포팅과 인터뷰는 개인들끼리의 의견, 생각, 주장의 마당이다. 만약 특정 기관이나 단체의 입장과 관점을 물을라치면 그 때 오히려 그 기관, 단체를 앞세워 “조직위원회 입장은 어떻습니까?”“노조 집행부의 생각은 무엇입니까?”로 국한할 일이다. 따지고 보면‘개인적으로’가 들어야 할 자리에 ‘이것은 사견인데’, ‘사적으로는’이 마땅할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저는 ~라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은 ~입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내용이 길어 별도의  텍스트가 필요할 때)가 무난하다. 발음도 문제다. ‘적(的)’의 발음은 유의해야 하는데 우선 ‘적(的)’을 포함한 음절수가 2음절일 때, 가령 ‘지적(知的)’ ‘미적(美的)’ ‘동적(動的)’같은 경우 무조건 [쩍]으로 소리난다. ‘적(的)’이 포함된 채 3음절 이상 단어일 때는 바로 앞 음절의 받침이 ‘ㄴ’‘ㅁ’‘ㅇ’이면 그냥 [적]으로 발음하며( [미온적] [양심적] [성공적] ), ‘ㅂ’‘ㄱ’일 때는 [쩍]이 된다.( [합뻡쩍] [공격쩍] ).‘ㄹ’은 원래 [쩍]이었으나 점점 [적]으로 가는 추세다. 현재는 혼재하고 있다. ([자발쩍] [저돌쩍] [정열쩍]  vs  [법률적] [포괄적] [현실적]) 그러므로 ‘개인적’은 [개인쩍]이 아닌 [개인적]이 표준발음인데 [개인쩍]이 횡행하는 현실이다. ‘개인적으로’는 심리적으로 보면 자기 확신의 부족, 책임 회피, 반대 의견 피력에 대한 두려움과 맞닿아 있다. 여러모로 버려야 한다.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