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이끌었던 여성운동가
문 대통령, "순방 마치고 바로 뵙겠다"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지난 10일 오후 11시 37분 별세했다. 향년 97세. 김대중평화센터는 "고령에 의한 노환으로 끝내 소천하셨다"고 밝혔다. 

1922년 태어난 이 이사장은 1942년 이화여자전문학교(이화여대), 해방 후 1946년 서울대 사범대, 미국 램버스대를 거쳐 스카렛대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이화여대 강사로 교편을 잡았고, 한국 여성단체협의회 이사를 역임하며 여성운동가로 활동하며 민주화를 이끌었다. 

이 이사장은 1962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결혼한 뒤 활발한 내조활동으로 김 전 대통령의 정치활동을 도왔다.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망명과 납치 사건, 내란음모 사건과 수감, 가택연금 등 군사정권 내 이어진 감시와 탄압을 감내했고, 1980년 내란음모 사건 당시에는 국제적 구명운동에 앞장섰다. 당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또한 김 전 대통령이 지난 1997년 대통령에 당선된 뒤 여성재단을 설립, 여성문제와 아동문제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보였고, 여성들의 정치 진출의 도우기도 했다. 이 이사장은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미경 한국국제협력재단 이사장 등을 정계에 진출시켰다.

특히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 전 대통령과 동행해 영부인으로는 최초로 평양을 방문했었다. 

이 이사장의 별세 소식을 핀란드 국빈방문 중 들은 문재인 대통령은 SNS를 통해 "이 여사님이 김대중 대통령님을 만나러 갔다. 조금만 더 미뤄도 좋았을텐데, 그리움이 깊으셨나보다"고 밝히며 ""평생 동지로 살아오신 두 분 사이의 그리움은 우리와는 차원이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는 오늘 여성을 위해 평생을 살아오신 한명의 위인을 보내드리고 있다"고 말하며 이어 "두 분(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 여사) 이 만나셔서 얘기를 나누고 계실 것"이라며 "하늘나라에서 우리의 평화를 위해 두 분이 늘 응원해 주시리라 믿는다. 순방을 마치고 바로 뵙겠다"고 남겼다.

고인의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됐다. 장례절차는 오늘 오후 2시부터 5일 동안 사회장으로 치뤄지며 14일 오전 6시 발인,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에 합장한다. 장례위원장에는 장상 전 국무총리서리와 민주평화당 권노갑 고문이 맡는다. 

유족으로는 아들 김홍업(전 국회의원)·홍걸(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씨와 며느리 윤혜라·신선련·임미경씨 등이 있다.

최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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