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①외국
외국이 왜? 의아해할지 모른다. 그러나 뿌리 깊은 잘못된 쓰임이 여전하다. 좋은 사례, 본받을 만한 점을 물을 때, “외국 같은 경우는 일찌감치 정착이 됐죠. 어떻습니까?”자기도 모르는 사이 ‘사대주의’의 늪에 빠진 것이다. 대한민국은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이제 세계에서 상위권인 나라다. 사회간접자본이나 행정인프라도 톱클래스 수준이다. 웬만한 나라가 갖추지 못한 것보다 갖춘 게 더 많은 나라다. ‘외국’이 곧 ‘선진국’을 의미하는 등식이 언제부턴가 우리 뇌리에 박혀 표출된 아이러니다. 우리보다 잘 된 사례를 물을 때는 반드시‘선진국’혹은 아예 구체적으로 ‘우리보다 선진국’으로 바꿔야 한다.

②저희나라
많이 없어졌으나 아직도 나타난다. 새삼스럽지만 자신이 나고 자란 조국을 겸양하는 것은 무식이요 비례(非禮)다. 같은 맥락에서 국가대표 감독들도 “저희 팀이~” 이러면 안 된다. 우리 국민들 앞에서 우리 선수들을 지칭하기 때문이다. 만약 다른 나라에 원정 경기를 가서 그 나라 언론 앞에서라면 “저희 팀”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어차피 그들에겐 주체 낮춤의 겸양 어법이 없을 확률이 높다. 요즘 웬만한 지방 명승지에 단체관광을 가면‘문화해설사’가 안내를 맡는다. 말머리에 ”우리 고장 OO을(를)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한다. 여기서‘우리’는 고향에 대한 자부심과 애향심의 발로다. 역시‘저희’보다 낫다.

③일단(은)
젊은 층이 툭하면 쓰는 단어다. 주로 말을 시작할 때, 다음 말할 것을 잠시 생각할 때 주로 많이 사용한다. ‘일단(一旦)’은 사전적으로 ‘우선 먼저’ ‘우선 잠깐’의 의미다. 그러니까‘나중’이 뒤에 붙어야 자연스럽다. “일단 보시고 말씀 드릴게요.”“일단은 경과를 보고 입원 여부는 나중에 결정하는 거죠?”등이 바른 경우다.
“(최근에 본 영화는 어떤 게 있습니까?) 일단은 없고요. 음~” 
“이 책은 비타민의 허와 실을 잘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일단 드네요.”
이런 식이 문제다. ‘일단’이 다음 말을 생각하는 방편으로 용도 격하되는 것도 서러운데 마무리를 허투루 눙치는 데도 악용되는 것이다. 
연전에 입사시험 실무‧적성 면접관 노릇을 한 적이 있다.
“최근에 감명 깊게 읽은 책이 있습니까?” “네, 저는 일단은 개인적으로 소설을 되게 좋아하는데요.”그 수험생의 불합격은 여기서 이미 결정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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