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자유무역지대(AfCFTA) 발효 등 공동 협력 강화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2차, 3차 산업을 뛰어넘어 4차 산업으로 도약하기를 준비중이다.

“전 세계 인구는 감소하고 고령화되고 있지만, 아프리카만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몇십 년 후에는 세계의 젊은이들은 주로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광물 자원이 필요하다. 아프리카에는 그런 자원이 있다. 또한 혁명을 끌어갈 젊은 인재도 필요하다. 우리는 그러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2019 아프리카주간 기념으로 지난 6월 13일에 열린 아프리카 비즈니스 세미나에서 예완드 사디쿠(Yewande Sadiku) 나이지리아 투자증진위원회 사무총장 및 CEO가 한 이야기다. 예완다 사디쿠는 <아프리카의 기술 도약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발표했다.

 

예완드 사디쿠(Yewande Sadiku) 나이지리아 투자증진위원회 사무총장 및 CEO가 아프리카 기술 도약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최창희 기자

식량난, 농업과 원자재 수출에 의존한 경제구조, 도로 항만 등의 인프라 부족, 낙후된 금융과 자본시장, 정치적 부패 등 아직 성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실제로 여러 현상과 지표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 아프리카의 도약을 예견하고 있다.

 

아프리카자유무역지대(AfCFTA), 아프리카 단일시장 형성

주목해서 봐야 할 점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연합하여 공동으로 경제 발전을 실현시키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30일에는 아프리카자유무역지대(AfCFTA)가 공식 발효됐다. 통합 12억 인구, GDP 2조 달러 이상 규모의 55개 아프리카연합 회원국이 단일 경제권 형성을 통해 사회, 경제 발전과 삶의 질 향상을 이루자는 취지다. 아프리카 연합(AU) 회원국 총 55개국 중 52개국이 서명을 하고 24개국이 비준을 완료했다.

KOTRA 탄자니아 다레살람무역관에서 201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AfCFTA가 실행된다면 관세 철폐를 통해 아프리카 공동 시장 형성을 넘어 단일 통화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유엔 아프리카 경제위원회(UNECA)는 AfCFTA가 성공적으로 이행할 경우, 아프리카 역내 교역이 현재 15%에서 2022년까지 52.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IMF 또한 AfCFTA를 통한 상품 및 노동 시장 확대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국가 경쟁력 지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프리카연합(AU)에서는 2017년 dotAfrica 사이트를 개설하여 아프리카 내 디지털 무역의 장을 마련했다. dotAfrica는 제품 및 서비스, 정보를 아프리카 사람들과 온라인으로 거래하고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다. UN은 전자상거래가 아프리카에 새로운 시장, 소비자, 제품을 확보해 5년에서 10년 이내에 50억 이상의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 dotAfrica 사이트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아프리카의 조직적인 대응

특히 아프리카는 4차 산업혁명 기술 분야에서 공동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과학, 테크놀로지 분야에서 정책적인 지원, 예산,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어떻게 하면 2, 3차를 뛰어넘어 4차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개별 정부 차원뿐 아니라 대륙 전체적으로 협력해서 과학기술 인력 양성, 스타트업 육성 등을 해나가고, 기후변화, 건강, 에너지 문제 등 아프리카가 직면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 노력을 하고 있다.”

6월 13일 ‘아프리카 비즈니스 세미나’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의 아프리카 산업변화> 세션 발표를 맡은 박종길 한국기술교육대학교 HRD학과 교수의 이야기다.

공동 노력의 일환으로 소개한 것이 PASET이다. PASET(Partnership for Skills in Applied Science,Engineering and Technology)은 2013년 아프리카 국가의 과학기술 인력 양성과 산업화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세계은행 주도의 협의체로, 세네갈, 르완다, 에티오피아, 케냐, 코트디브아르 등 주요 5개국을 포함한 아프리카 26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도 PASET의 파트너 국으로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한편 2013년 10월, 아프리카 국가 정상들은 ICT를 통한 사회경제 발전 가속화 노력을 촉구하는 ‘스마트아프리카 성명서’를 채택하였다. 르완다에서 개최된 ‘Transform Africa Summit(TAS)’에서 논의한 것이다.

스마트아프리카 성명서는 ICT를 국가 사회경제 발전 의제의 중심으로 둘 것, ICT 접근성 제고, ICT를 통한 책임성 과 효율성 및 개방성 증진, 민간 부문을 제1순위로 둘 것, 지속가능발전 촉진을 위한 ICT 활용이라는 5가지 원칙을 중심으로, 이 원칙을 수행하는 스마트아프리카연합(SAA)의 창설 등의 결의 내용을 담고 있다.

2018년 기준, 54개 아프리카 국가 중 총 24개국이 회원으로, AU, ITU 등 9개 파트너 기관, 플래티넘(5개), 골드(4개), 실버(4개), 스타트업(9개), 학계(4개)로 이루어진 총 26개의 민간 부문 파트너가 가입한 상태이다.

르완다는 스마트시티를, 우간다는 빅데이터, 케냐는 디지털경제 등 국가별로 중점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한편, 향후에는 스마트 빌리지, 전자결제 및 e농업, e-헬스, e-교육, 사물인터넷, 디지털 도서관, m-뱅킹 등까지 다양한 범주의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아프리카,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대륙

“아프리카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대륙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대개 매년 7, 8프로씩 성장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70년대처럼 본격적인 성장의 길을 걷고 있다. 이러한 성장이 계속 이어진다면 2030년의 아프리카는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를 새로운 기회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6월 10일 외교부에서 주최한 <아프리카 편견 깨기> 시리즈 강연 중 ‘왜 중국은 아프리카를 중시하는가?’에 대한 강의를 한 최준영 박사(前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現 법무법인율촌 전문위원)의 이야기다.

 

외교부가 주최한 <아프리카 편견 깨기> 강연 시리즈 중 최준영 박사가 ‘왜 중국은 아프리카를 중시하는가?’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 최창희 기자

 

실제로 아프리카는 현재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대륙이다. 세계은행의 ‘2018년 경제성장률 전망’에서 1위와 2위를 각각 가나(8.3%)와 에티오피아(8.2%)가 차지했다. 상위 10개국 중 6개국이 아프리카 국가들이었다. 세계은행은 코트디부아르 7.2%, 세네갈 6.9%, 탄자니아 6.8%, 르완다 5.9%, 케냐 5.5%, 우간다 5.1% 등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높은 성장률을 전망했다.

세계은행의 ‘2018년 기업환경평가’의 결과에서도 30위권 안에 두 개의 아프리카 국가가 포함돼 있다. 20위가 모리셔스, 29위는 르완다였다. 이는 30위 스페인, 39위의 일본보다 높은 수치다. 세계은행 기업환경평가는 창업부터 퇴출까지 기업의 생애주기에 따라 10개 항목을 바탕으로 작성된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2018년 기업환경평가’ 국가 순위

 

마이크로소프트, 아프리카기술개발센터 설립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아프리카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투자를 해나가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과 연관된 분야로도 투자가 많이 진행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사는 올 5월, 향후 5년간 케냐와 나이지리아에 아프리카기술개발센터를 설립하기 위해 1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개발센터에서는 인공지능, 혼합현실(MR), 머신러닝을 이용하여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며, 제휴업체, 학계, 정부, 개발자들과 협력하여 아프리카에 혁신을 불러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왜 아프리카였을까?

“아프리카는 세계 노동력의 미래이고 그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인프라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또한 아프리카의 청소년층 증가로 인한 인터넷 접속률 증가 및 경제 성장이 설립 계기였다.” MS의 COO이자 CMO인 Jaime Galviz가 한 말이다.

아프리카 내 신설되는 개발센터의 엔지니어들은 인공지능, 혼합현실 그리고 기계 학습(머신러닝)을 활용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게 된다.

한편 이미 아프리카에 기술벤처를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온 구글은 작년 6월 아프리카 최초 AI연구센터를 가나 수도 아크라에 설립했다. 이곳에서 AI 및 AI 응용 분야를 연구할 예정이며, 이곳에서 일할 기계학습 연구원과 엔지니어를 모집할 예정이다. "최근 몇 년간 아프리카 내 기계학습에 대한 관심 증가“를 연구센터 건립의 이유로 들었다.

 

우리나라도 그동안 아프리카 국가들의 산업 발전을 위해 인적자원 개발, 인프라 개발, 기술 지원, 금융 지원 등 다양한 지원과 투자를 진행해왔다.

“모바일, 드론 등 4차 산업 인프라가 선진국보다 더 빠른 속도로 구축되는 모습은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아프리카는 스마트 인프라의 산실로 거듭날 것이다.” 김동연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8년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연차총회에서 한 말이다. 꼭 발전이 단계를 밟아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 낙후됐기 때문에 오히려 더 빨리 신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지역은 인구 12억, 총 면적 약 3,210만㎢, 지구 육지 면적의 1/5을 차지하는 광활한 대륙이다. 광활한 대륙의 크기만큼이나 도약을 준비하는 아프리카,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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