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대량 유출 위험…사회적 논의가 먼저, 적절한 감독과 보호장치, 입법 필요

자료사진으로 본 기사와 무관함. 사진=애플경제DB
자료사진으로 본 기사와 무관함. 사진=애플경제DB

정부 각 부처가 앞다퉈 실시하고 있는 빅데이터 관련 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빅데이터의 무분별한 수집과 활용으로 시민들의 개인 정보 등이 유출되고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나아가선 개인정보에 대한 안전망이나 보호막이 없이 추진되는 정부의 빅데이터 정책으로 인해 자칫 1억건에 달하는 금융개인정보가 유출되어 국가적인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란 경고도 나오고 있다.

관련 학계나 소비자단체 등은 “데이터를 비즈니스나 공공정책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그중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장치나 제도를 마련하지 않은채 정부 부처가 경쟁적으로 빅데이터 관련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안전하다고 홍보하는 ‘가명(假名)처리’ 역시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들에 의하면 가명처리된 정보 역시 언제든 재식별될 수 있으며, 가명정보가 무분별하게 판매나 공유되고, 활용되면서 개인정보가 침해당할 위험성은 날로 커질 수 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지목되고 있는 사례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한 ‘빅데이터 플랫폼 및 센터 구축사업’이다. 10개 과제로 구성된 이 사업은 개인정보를 공유하고 연계시키는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예컨대 금융 빅데이터 플랫폼의 경우 KT 등 빅데이터 센터의 개인정보를 비씨카드 플랫폼으로 모으기 위해 공통적인 연계가 이뤄져야 한다. 이 경우 익명이 아닌 가명정보이어야 한다. 또 암(癌) 관련 빅데이터의 경우 주요 대형병원 등 센터의 데이터를 국립암센터 플랫폼을 통해 연계 통합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명처리된 각종 정보가 재식별되어 개인의 건강 정보나 금융거래 내역, 신용상태 등이 무분별하게 유통될 수 있다는 우려다. 

개인의 동의를 얻어 개인정보를 수집, 활용하는 ‘마이데이터’ 사업 역시 소비자단체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예를 들어 주행거리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보험료 할인을 해주는 정책과 같이, 소비자 전체의 이익없이 민감한 개인정보를 기업에 제공하는 관행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이에 대해 “그런 경우도 과연 개인정보가 얼마나 심각하게 침해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정부가 당사자에게 충분히 고지를 할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또 의료 마이데이터 사업의 경우 ‘을’의 입장일 수 밖에 없는 환자나 소비자들이 의료기관이 요구하는 민감한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밖에 없는 ‘정보의 비대칭성’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마이데이터 사업의 목적은 사실상 개인정보 거래 활성화에 맞춰져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러므로 “열람권 등 정보 주체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개인정보 처리자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유럽연합의 경우 일반개인정보보호규정(GDPR) 제정을 통해 프로파일링에 대한 권리, 프라이버시 중심설계(Privacy by Design), 프라이버시 기본 설정(Privacy by Default), 개인정보 영향평가 등 빅데이터 시대에 걸맞은 다양한 개인정보 보호 장치와 제도를 완비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의 경우 빅데이터 사업을 위한 개인정보 유통에 관한 어떤 법적 근거도 뚜렷하지 않다”는 비판이다. 현재 개인정보를 가명처리만 하면, 상업적인 목적으로 판매, 공유, 결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인재근 의원)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긴 하다. 그러나 이는 개인정보 감독을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일원화한다고 되어있는 반면, 금융위원회의 감독 권한이 빠져있고, 위원회의 (정부로부터의) 독립성도 의심스럽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이에 개인정보 활용과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한 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기 전에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문이 끊이질 않는다. 즉 무분별한 빅데이터 사업의 폭주보다는 개인정보 보호 체계 마련을 위한 논의와 함께 치밀한 대책이 있어야 진정한 빅데이터 사업의 발전을 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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