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친구(들)이란 호칭은 없다
우리 친구(들)이란 호칭은 없다
  • 강성곤
  • 승인 2019.06.21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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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①우리 친구(들)
한국인에게는 대화 말머리에 우선 상대의 호칭을 불러야 안정이 되는 경향이 있다. 김 과장, 이 선생, 박 주임, 최 기사 등등. 상하(上下), 장유(長幼), 주종(主從)이 확인되고 스스로 수긍이 갈 만한 관계 설정이 되어야 대화가 풀린다. 한데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 친구들”은 바로 이 비극적 상황(?)이 빚어낸 매우 어색한 결과물이다. ‘학생’이라 부르면 왠지 자신이 나이든 사람처럼 느껴지고 명사 ‘어린이’를 호칭으로 쓰기엔 뜨악하다. 고민 끝에 답을 저 멀리 아메리카합중국에서 찾은 것은 아닐까? 그것도 중서부 휑뎅그렁한 사막지대 카우보이에게서. 그들은 알다시피 격식과 복잡성을 싫어한다. 주위 사람의 분류는 대개 처단해야 할 적이거나 아니면‘프렌드(friend)’, 바로‘친구’다. 서부극의 원형이라 할 만한‘셰인(Shane)'을 기억하는가? 주인공 셰인과 꼬마 조이(Joy)의 관계는 무엇이었던가? 둘에게 물으면 필경 ‘친구’라며 씩 웃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 미국 국적‘친구’를 이 땅에 섣불리 들여 올 일은 정말 아니었다. 수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방송에만 나가면 자신들을 향해 쏟아지는 이 이상한 호칭에 열없어 했고 지금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상대가 여럿이면 ‘우리 친구들’, 혼자면 ‘우리 친구’, 이렇게 조악하고 뜬금없으며 후진 호칭도 드물 것이다.

“우리 친구들 한 주일 동안 잘 지냈나요?”
“우리 친구들 이리 다 모여 보세요.”
“우리 친구는 어느 학교 누구예요?”
“우리 친구는 오늘 이렇게 성악가 선생님 노래를 들으니 어땠어요?”

가장 좋은 대안은 안 쓰는 것이다. 대체재를 찾지 말고 상황과 맥락을 보완재로 활용할 일이다. 프로그램을 모니터 해보면 습관적‧상투적으로 ‘우리 친구(들)’을 남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 호칭이 필요하다면 상대의 이름을 부르든가, 아니면 그저‘학생’이 차라리 무난하다.

②너무
국립국어원이‘너무’의 긍정 의미 용법을 최근 인정했다. 그러나 그것을 장려할 것이냐와는 별개의 문제다. 더구나 ‘너무하다’는 여전히 부정적 어구에만 어울리므로 반쪽짜리 개선이라는 지적도 있다. ‘너무’는 동사 ‘넘다’에서 온 부사다. 상식선에 맞는 일정 기준을 넘어버린 것이다. 영어‘too'와 우리의 ’너무‘는 용법이 똑같다. 너무 다음에는 여전히 부정(否定)적 언사가 와야 어울린다. “너무 무겁다” “너무 어렵다”“너무 힘들다”“너무 썩었다” “너무 많이 먹었다” “너무 골치가 아프다” 등등.

강성곤 KBS 아나운서는 1985년 KBS입사, 정부언론외래어공동심의위위원, 미디어언어연구소 전문위원, 국립국어원 국어문화학교 강사를 역임했으며 건국대, 숙명여대, 중앙대, 한양대 겸임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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