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에콰도르에서 숨진 것으로 확인된 정태수 한보그룹 전 회장은 누구인가? 왜 그동안 도피생활을 해왔을까? 정태수 전 회장의 사망이 확인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정 전 회장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던 대학 교비 7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다가 2007년 5월 지병 치료를 이유로 출국해 12년째 도피생활을 해왔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카자흐스탄을 거쳐 키르기스스탄에 거주한 사실을 확인하고 두 나라에 범죄인인도를 요청해놓은 상태였다.

정태수 전 회장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촉발한 ‘한보사태’의 장본인이다. 특혜 대출 등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지만 6년 만에 병보석으로 풀려났다. 이후 또 다른 횡령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중 2007년 일본으로 간 뒤 자취를 감췄다. 

국세청 세무 공무원 출신인 정 전 회장은 1974년 ‘한보상사’를 설립했다. 52세의 늦은 나이로 출발했지만 사업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회사 설립 2년 뒤 ‘한보주택’을 세운 정 전 회장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당시 국내 최대 규모인 4,424가구의 은마아파트를 건설했다. 이로인해 돈방석에 오른 그는 1980년 ‘한보철강’을 세우며 한보그룹을 대기업 반열에 올려놓았다. 

재계서열 14위까지 성장했던 한보그룹은 1997년 1월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한보철강이 부도가 났다. 당시 한보그룹의 대출 규모가 약 5조원. 정 전 회장이 청와대, 정관계 고위 인사 등에 각종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으며 이 사건으로 전직 은행장, 정치인 등과 김영삼 대통령 차남인 김현철 씨까지 구속됐다. 정 전 회장은 로비 과정에서 무차별적으로 금품을 살포하는 배포(?)가 확인되면서 세간의 화제가 됐다. 정 전 회장은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지만 수감생활 6년 만인 2002년 12월 그는 병보석으로 특별사면됐다. 

4년 뒤인 2006년 정 전 회장은 다시 법정에 섰다. 자신이 세운 ‘한보학원’ 교비 72억원을 빼돌린 혐의다.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정 전 회장은 2심 재판이 진행되던 2007년 암 치료를 받겠다며 일본으로 출국했다. 거기까지가 정 전 회장의 마지막 행적이었다. 

1923년생인 정 전 회장이 확인된 것처럼 지난해 12월 사망했다면 95세까지 산 셈이다. 국세청의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 오른 정 전 회장의 국세 체납액도 2225억원이 넘는다. 이를 포함한 한보 일가의 체납액은 3000억원대다. 그러나 정 전회장의 사망이 확인될 경우 천문학적 세금은 환수가 불가능할 전망이다.

류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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