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①“오늘은 여기까집니다.”
대다수 MC들이 방송 프로그램 말미에 자주 쓰는 말이다. 그런데 마치 배급 식량 타러 갔다 바로 앞줄이 끊기며 듣는 소리 같다. 편리하긴 하다. 그러나 전혀 수용자 중심이 아니라 생산자 중심이다. 말을 맺는 마당에 이렇게 야멸쳐도 되는가. 길어지는 걸 못 참는 습성도 까닭 중 하나요 마땅한 맺음말을 찾기 어려워 되는대로 말하는 버릇도 원인이다. “행복한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늘 건강 챙기시기 바랍니다.” 등으로 간단하나마 구체적으로 내용을 넣어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②“좋은 하루 되세요.”
‘사람’이 ‘하루’ 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간이 아무리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에로의 변형은 어림없다. 말이 안 되고 어법에 안 맞는 말이다. 그런 뜻이 아니라고 하소연할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이상한 말을 한 셈이다. 이것도 따지고 보면 그저 대충, 빨리, 쉽게 마무리 말을 하려다 나온 것이리라. 우리 인사법은 상당히 구체적이며, 그래야 마땅하다. 인사를 자주 안 하는 대신 일단 하면 정중하고 내용이 있어야 한다. 아침이라면 ‘활기찬, 힘찬, 보람 있는, 즐거운’등을, 오후라면 ‘편안한, 넉넉한’, 밤 시간이라면 ‘포근한, 아늑한’ 등을 앞에 두고 ‘보내세요, 맞이하세요, 이어 가세요’ 등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적당하다.   

③“그래요,(자!)”
방송은 듣는 이, 보는 이를 의식하고 공공재인 전파를 이용하는 공식적‧격식적 행위의 일환이다. 따라서 언어예절에 민감해야 한다. 우리말은 주지하다시피 높임법이 매우 다양하고 발달해 있다. 특히 상대 높임법에 유의해보자.

**참고. <상대 높임법>의 형태

격식체(格式體) : 공식적, 의례적, 직접적, 단정적, 객관적, 권위적인 높임법 

-해라체(아주 낮춤→높이지 않음) : -다,-냐,-자,-(어/거)라,-구나
-하게체(보통 낮춤→조금 높임) : -네, -게, -세, -이, -나 
-하오체(보통 높임→많이 높임) : -오, -읍시다, -시오 
-합쇼체(아주 높임→가장 높임) : -습니다, -습니까, -시지요  

비격식체(非格式體) : 비공식적, 일상적, 간접적, 주관적, 친근한 높임법 

-해  체 (두루 낮춤) : -아/-어, -지, -을까 (해라체+하게체) 
-해요체 (두루 높임) : -아/어요, -지요, -을까요 (하오체+합쇼체) 

위에서 보듯 방송은 대개 격식의 ‘합쇼체’와 비격식의 ‘해요체’의 혼용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기본은 ‘합쇼체’다.
‘그래요’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앞뒤 텍스트가 격식의 합쇼체가 기저(基底)를 이루는 데 중간에 ‘그래요’를 자꾸 끼어 넣으면 텍스트의 성격이 불분명해지면서 균형이 깨진다. 둘째 ‘그래요’는 ‘그렇습니다’라는 긍정의 응대를 갖는 의미인데 그러려면 그 전에 상대의 응답이나 반응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의 ‘그래요’는 다음 멘트를 준비하기 위한 간투사間投詞 형태로 뜬금없이 나타는 게 보통이다. 정리하면 이 ‘그래요’는 청소년이나 어린이와의 인터뷰라면 모르겠으나 그 외에는 무례로 비추어지는 게 보통이다. 버려야 한다.

강성곤 KBS 아나운서는 1985년 KBS입사, 정부언론외래어공동심의위위원, 미디어언어연구소 전문위원, 국립국어원 국어문화학교 강사를 역임했으며 건국대, 숙명여대, 중앙대, 한양대 겸임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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