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거래소 신고․등록제 검토?…해외에선 실물 교환 ‘코인’ 활발

대표적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27일 한때 1600만원을 넘어섰다가 28일 오후 2시 기준 1300만원 초반대를 기록하는 등 롤러코스트 양상을 보이면서 블록체인과 ‘코인’의 연결성, 즉 암호화폐 규제를 둔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엔 페이스북, JP모건, 스타벅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줄줄이 암호화폐를 이용한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밝히고,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27일 “암호화폐 거래업소는 감동당국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 등록을 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암호화폐가 단순히 디지털 공간의 보이지 않는 가상의 화폐라기보단, 교환의 대상을 가질 수도 있는 (화폐로 간주할 수도 있는) 의사(疑似)화폐라고 인식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입장은 아직 확고하다. 그야말로 ‘가상(假想)’의 화폐일뿐 결코 교환가치를 지닌 화폐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식 명칭도 암호화폐가 아닌, ‘가상화폐’다. 27일 금융위원회 역시 가상통화를 통한 자산공개(ICO)는 물론, 가상통화를 활용한 해외송금, 금융회사의 가상통화 보유 등 가상통화 관련 규제 23건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거래업소에 대한 신고․등록 제도의 필요성이 정부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FATF의 ‘신고 ․ 등록’ 권고안이 나오기까지 국내 일부 전문가들도 “암호화폐의 부작용은 막아야겠지만, 그렇다고 코인의 확장성을 매개로 한 블록체인 기술 발전까지 차단할 지경에 이르러선 안 된다”며 부분적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지난해 ‘비트코인 사태’ 이후 암호화폐에 대한 인식은 아직 부정적이다. 그러나 암호화폐와는 별개로 분산원장을 무기로 한 블록체인의 투명성과 연결성 정보 불균형 해소 기능 등 잠재력에 대한 인식은 날로 강화되고 있다.
그 때문에 블록체인을 연구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규제 일변도보다는 암호화폐 혹은 ‘코인’에 대한 적절한 관리와 실용화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산업연구원 박유미 연구원은 지난 연초 이에 관한 분석 보고서를 통해 “금융당국이 암호화폐는 금융자산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관할권 밖으로 밀어버린다면 확대되어 가는 코인 생태계를 지하경제에서 성장하도록 내버려 두는 밖에 안 된다.”면서 “지난 해 이후 암호화폐 열풍이 식어가면서 ‘코인’과 블록체인을 분리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그렇다고 자산에 기반을 둔 ‘토큰’으로서 코인과 블록체인의 연결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인식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박 연구원에 따르면 앞으로 자산 기반의 토큰이 많이 생겨날 전망이다. 지난해 사회 문제가 된 암호화폐의 경우처럼 교환할 대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는 무용지물이 되거나, 그야말로 가상세계를 전제한 투기가 된다. 그러나 세계 각국에선 이미 실물 자산 혹은 블록체인 참여자(채굴자)로서의 노고에 갈음하는 코인을 설정하고, 이를 교환의 매개체로 활용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페이스북은 내년에 결제와 송금 서비스가 가능한 암호화폐인 ‘리브라’를 도입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또 JP모건도 자체 가상통화인 ‘JPM 코인’을 발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하면서 “언젠가는 은행 내에서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기업은 자사에서 판매하는 다이아몬드를 바탕으로 암호화폐와 흡사한 토큰을 발행한다. 토큰을 구매한 사람은 이 회사 자산인 다이아몬드의 지분에 투자한 셈이다. 토큰 보유자는 IoT데이터를 통해 자신이 투자한 다이아몬드에 대한 소상한 정보를 공유한다. 폐쇄적인 경매장과는 달리, 블록체인을 통해 누구나 투자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또 자가용 제트 항공기를 토큰과 교환함으로써, 항공기의 일부 소유권을 갖고 수시로 항공기를 이용하는 사례도 있다. 이는 재작년 국내에서 벌어진 ‘비트코인’ 사태와는 달리, 투기 수단이 아니라 특정 자산 투자나 서비스․재화의 이용 권리로서 토큰을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미래 어느 시점엔 공개시장에서도 블록체인에 의한 토큰 혹은 암호화폐가 쓰일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예를 들어 상장을 위한 기업 공개 수단인 IPO(Initial Public Offering)대신, STO(Security Token Offering) 즉 블록체인 기반의 증권형 토큰을 발행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판매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말하자면 기업을 공개하되, 주식 대신 토큰을 발행하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 각국은 코인 혹은 암호화폐를 기존 제도권 경제에 어떤 방식으로 접목시키느냐를 두고 다양한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래서 “현재의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를 적절하고 과도하지 않은 수준으로 수정하고, 이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면에서 국제적으로 뒤떨어지지 않도록 하는게 중요하다”는 견해다.
무조건 “화폐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경직된 태도를 벗어나 현재의 주식시장처럼 적절한 규제와 감독 제도를 개발하고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필요하다면 다른 나라들의 사례도 연구하는 등의 국제 공조를 통해 블록체인의 장점을 살리고, 이에 관한 기술 수준도 높여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정부도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신고․등록제도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이상호 기자
(참조 : 산업경제분석KIET-블록체인의 혁신사례와 발전방향, 한경 경제용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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