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관련 연구기관들 “대출규제, 경기부진 영향, 하락세 지속”

사진은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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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하반기 이후 전국 집값은 대체로 제자리 걸음을 하거나 소폭 내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는 현대경제연구원,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등 건설 ․ 부동산 관련 연구기관들의 연구 분석이나 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1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의하면 하반기 주택 매매가격은 1.6%, 전세가격은 2.5% 동반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앞서 있은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도 이와 대동소이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주택 매매시장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보고서를 통해 “전체 응답자의 53.6%가  올해 주택 매매가격 변동률이 0% 수준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소개했다.
특히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금리와 유동성, 수출, 내수, 투자 등 거시경제 요인을 함께 분석해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경기 악화와 대출 규제 등 유효 수요의 위축으로 상반기에 이어 집값 하락세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도권은 상반기의 하락폭보다는 줄어든 0.5% 가량 내릴 것으로 보이고, 지방은 하락폭이 더 늘어나 0.9%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전세값 역시 떨어질 전망이다. 특히 부산, 경남에서 준공물량이 증가하면서 전세물량이 대폭 늘어나는 바람에 1.1% 가량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연간으로 따지면 2.5%나 하락하는 것이어서 15년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한 것이다.

서울 강남권의 영향도 이같은 집값 흐름을 거스르기엔 역부족이다. 강남권의 재건축 현장이나 신축 아파트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날 조짐은 있지만, 각종 규제로 인해 추가로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허가와 분양시장 역시 위축과 감소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19년 인허가와 분양시장은 시장의 전반적 위축으로 전년보다 13% 이상 감소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공공부문 수요는 유지되지만, 민간부문 감소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19년 인허가는 2018년 대비 13% 이상 감소하는 48만호에 그치고, 2019년 분양은 2018년 대비 9% 내외 감소하는 26만호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물론 지난 주 서울연구원의 조사에선 서울의 경우 ‘주택 구입태도지수’가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처음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9.13 부동산 대책의 약발이 어느 정도 떨어지고, 다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도 6월 셋째 주 강남3구의 집값이 지난 주보다 상승ㆍ보합세를 보였고, 마포구, 용산구 등 강북지역 집값도 상승세로 전환됐다는 발표가 나왔다. 부동산114 통계에서도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직전 주보다 0.03% 오르면서 작년 11월 이후 7개월 만에 처음 상승세로 돌아선 뒤 2주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소개되었다.
그러나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강남권과 ‘마용성’의 이런 오름세 조짐에 대해 “일부 지역에서 가격 흐름의 변화가 포착되었지만, 규제로 인해 추가 수요 유입 여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도 “이런 현상은 이사철을 앞두고 실수요가 아닌 호가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면서 “대출 규제에다 정부의 추가적인 집값 억제책이 예상되고, 경기 등 거시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상승세를 유지하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하반기에는 거시경제와 주택 수급의 영향이 크고 하방압력 변수가 많다”면서 비교적 정밀한 거시경제의 측면에서 부동산 시장의 위축을 점치고 있다.
이 기관은 “트리플(수출, 내수, 투자) 악재 속에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확대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며 “다만 경기 악화에 따른 가계 지불능력 위축으로 인해 상․하방 요인이 모두 존재한다”고 신중한 의견을 보였다. 즉 금리 인하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다고 해도, 대출 규제는 물론, 경기 부진으로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져 빚내서 부동산 투자를 할 여력이 적다는 해석이다. 오히려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비주거용(수익형), 즉 시세차익을 노리고 사둔 주택이나 오피스텔 등에서 자칫 손해를 볼 수도 있을 만큼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는 부동산에 대한 소비자심리에서도 엿볼 수 있다. 역시 현대경제연구원이 실시한 조사에선 국민 절반 가량이 “올해 주택 매매가격 변동은 0% 내외로 보합세에 머물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서울의 경우 기대섞인 상승 전망이 우세했으나, 부산을 비롯한 지방은 모두 ‘하락할 것’이란 예상이 절대적이었다.
건설산업연구원 역시 “전국적으로 주택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수도권 외곽지역과 지방 시장의 하락세가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건설업계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결론짓고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선도시장(서울 강남권 등)의 주택가격이 상승세로 전환할 경우 정부가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규제 강화를 시사하고 있다”면서 “(건설업계가) 사업을 계획할 때는 이처럼 예상되는 정책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유연하게 반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론적으로 연구원은 “지난 2018년 4분기 이후 이어지고 있는 하락세는 2020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건설업계가 이에 걸맞은 중장기적 리스크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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