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남용이 문제인 어구와 표현(2)

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①“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일부 MC들이 잘못 사용해 무비판적으로 답습하고 있는 한심한 클로징 멘트다. 도대체 누구의 건강을 말하는가? 앞뒤 정황으로 보면 필시 화자話者의 건강이다. 의문이 스멀댄다. 혹 그렇다면 이제까지 아프거나 컨디션 난조의 진행이었단 말인가? 정상이었다면 그럴 말을 하기 만무하지 않은가 말이다. 냉정하게 들리지 모르나, 수용자는 리포터나 진행자의 건강을 챙길 만큼 한가하지 않다. 아니 컨디션을 정상으로 만들어 프로그램 임하는 것은 방송 진행자의 책무에 속한다.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건강에 유의하시고요) 저는 내일(다음 주) 다시 찾아오겠습니다.”가 엉겁결에 텍스트 하나로 묶이고 이를 기계적으로 답습한 이상한 결과물이다. 

②“-적(的)(으로, 인)”
‘-적’은 영어의 ‘tic'에 해당한다. ’romantic'은 ‘낭만적’, ‘systematic'은 ’체계적‘, 아주 잘 들어맞는다. ’‘-적‘ 자체는 이렇게 별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런데 이것이 남발되고 오용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기분적으로 그렇게 하셨다는 것이죠?” “마음적으로는 아직 좋아하신다 그거죠?” “협조적으로 생각해주세요.”따위는 어색하고 이상하다. 홈쇼핑 방송에서 나오는 “오늘 가격적으로 유리한 상품이 많아요.”“품질적으로는 흠 잡을 데가 없어요.” 등도 ‘-적’의 본래 용도를 벗어난 것이다. ‘-적’ 앞에는 한자어에 명사가 오는 것이 자연스럽다. 또한 ‘-적’을 떼어 내도 뜻이 통하면 없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질적’으로는 오롯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실제’ ‘실제로’ ‘실지’로 충분하다. ‘참고적’‘직접적’‘즉각적’도 ‘참고로’ ‘직접’ ‘즉각’이면 족하다.

③“말씀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말 명사 ‘말씀’은 매우 독특한 단어다. ‘남의 말을 높여 이르는 말’이기도 하고‘자기의 말을 낮추어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따라서 전자로 쓰이게 되면 상대에는 합당하나 자기는 해당이 안 되고, 후자로 치면 상대는 맞지 않고 자기는 부합한다. 곧 나눔의 대상이 명확치 않아 나누어지지가 않는다. 또 하나는 어미‘-도록’이다. ‘-도록’은 “나무가 잘 자라도록 거름을 주었다.”“손님이 편히 주무시도록 불을 넣었다”처럼 사역(使役)이 따라야 자연스럽다. 따라서 “OOO께서 나와 계십니다.” “OOO 씨 자리했습니다.” 정도 하고 바로 질문 들어가는 것이 좋은 선택이다.
 

강성곤 KBS 아나운서는 1985년 KBS입사, 정부언론외래어공동심의위위원, 미디어언어연구소 전문위원, 국립국어원 국어문화학교 강사를 역임했으며 건국대, 숙명여대, 중앙대, 한양대 겸임교수를 지냈다.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