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최북단에 케이프 레잉가가 있다. 우리나라로 말한다면 남쪽 끝에 있는 해남 땅끝마을처럼 태평양을 향해 뻗어 나간 육지의 끝이다. 최고의 전망포인트로 꼽히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데 과거 태즈먼 해를 건너 호주나 북쪽으로 항해하는 배들의 이정표가 됐던 케이프 레잉가 등대가 있다. 

많은 여행객들이 자전거로 또는 도보로 걸어서 여행을 오는 의미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곳은 죽은 사람의 영혼들이 하늘나라에 가기 전 들리는 절벽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그만큼 여기서 바라보는 풍광이 아름답다. 케이프 레잉가에서 바라보면 태즈먼 해와 태평양이 서로 부딪히며 소용돌이 치는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케이프 레잉가의  최북단에는 한 그루의 포후투카와 고목이 서 있는데 수령이 800년 정도로 추정된다. SBS TV <정글의 법칙> 팀이 다녀가서 유명해진 장소이기도 하다.

오클랜드에서는 왕복 1,100km가 넘는다. 오클랜드에서 이곳을 목표로 여행을 온다면 절대로 하루 코스로는 힘들다. 적어도 1박2일로 일정을 잡아야 한다. 또 자동차 여행이 힘들다면 오클랜드에서 출발하는 투어버스 여행도 추천할 만하다. 아니면 파이히아 페리 선착장에서 매일 아침 출발하는 1일 코스의 투어버스도 있다. 이 버스로 가면 약 2시간 40분이면 케이프 레잉가에 닿을 수 있다.   

케이프 레잉가를 둘러보았다면 근처에 있는 사막같이 생긴 모래지형으로 샌드서핑을 타러 간다. 서핑에 필요한 샌드보드는 투어버스에서 제공한다. 샌드서핑을 하기 위해 모래 언덕을 올라야 하는데 나름 체력이 필요하다. 단 2~3분을 타고 내려오기 위해 10여분 안팎을 걸어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꼭 들러야하는 곳이 90마일 비치다. 90마일 비치는 실제로 90마일의 거리는 아니지만 끝없이 모래사장이 펼쳐진 해변이다. 차를 가져가는 사람들은 바닷가를 차로 달리는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케이프 레잉가 등 위에 언급된 관광지에는 음식을 먹을만한 장소가 없다. 이 때문에 미리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대개의 관광객들은 케이프 레잉가에 가기 전 5km쯤에 있는 아름다운 타포투포투 베이(Tapotupotu Bay)에서 피크닉을 한다.

뉴질랜드 여행에서 잘 갖춰진 편의시설이나 바닷가에 분위기 좋은 카페를 만나는 걸 바라는 건 지나친 사치다. 자연 그대로 놔 두는 것이 뉴질랜드인들의 나라사랑이자 국토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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