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현. 젊은 세대들은 그 이름 석자가 주는 무게감을 잘 모를 수도 있어. 흔히들 그를 한국 록의 대부라고 말하지. 1938년생이시니까 우리 나이로 80세가 넘으신거지. 그런데 얼마 전에 ‘신중현 헌정 기타 기념앨범’을 냈어. 예전에 만들었던 곡을 묶어서 낸 것이 아니고 2곡이 신곡을 포함하여 따끈따끈하게 만든 앨범이야. 80세가 넘어서 새앨범을 낸 것 자체가 우리 대중음악사의 사건이지.   

사실 이번 앨범은 신중현 선생이 세계적인 기타 제조사 펜더로부터 에릭 클랩턴, 제프 벡 등에 이어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기타를 헌정받은 걸 보답하기 위해서 낸 거야. 2009년 신중현이라는 이름이 새긴 기타를 받았으니까 딱 10년 만이네. 그런데 이번 앨범이 더욱 의미가 있는 건 음악을 하는 세 아들과 함께 했다는 점이야. 대를 이은 기타리스트 신대철과 신윤철은 전공 대신 각각 베이스와 건반을 연주했고, 막내 신석철은 드럼을 쳤어요. ‘빗속의 여인’등 우리가 아는 노래도 있는데 ‘겨울 공원’ ‘안개를 헤치고’ ‘어디서 어디까지’ 등 생소한 곡들이 많아요. 

이번 앨범에 담긴 그의 기타주법은 20년 전부터 연구한 새로운 주법이라는군. ‘제2의 주법’이라고 이름 붙여졌는데 기타리스트들이 보통 손가락으로 기교를 부리는데 몸 안에 지닌 힘으로 연주를 하는 거라는군. ‘사랑해줘요’라는 신곡은 애절한 트로트풍의 사랑 노래지. 아직도 식지 않은 노익장의 열정을 만날 수 있는 대목이지.

신중현은 서울 명동에서 태어났고 어릴 때 만주로 이사했어요. 아버지는 이발사, 어머니는 미용사였대요. 한국전쟁으로 부모와 막내동생을 잃고 남동생과 함께 전쟁고아로 창고지기를 하다가 고물 라디오로 미군방송(AFKN)을 온종일 들었는데 이때부터 음악에 빠지게 됐다는군. 1955년 미8군에서 히키 신이라는 이름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신중현과 엽전들’을 결성하여 만든 노래는 아직도 우리가 아는 노래들이 수두룩해요.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미인), ‘잊지 못할 빗속이 여인, 그 여인을 잊지 못하네’(빗 속의 여인) 등 지금 들어도 좋은 노래들이 너무 많아요. 지난해 작곡한 신중현 선생의 부인 정강명도 한국 최초의 여성 드러머였어요.

신중현. 피규어 제작=양한모
신중현. 피규어 제작=양한모

신중현은 1970년대 박정희 유신정권 시절 국가 찬양곡을 만들라는 지시를 어겼다는 이유로 갖은 탄압을 받기도 했어요. ‘미인’ 등 발표곡이 대거 금지곡으로 묶였고, 대마초 파동에 휘말려 고문, 감옥살이, 정신병원 감금 등 온갖 고초를 겪었지. 

1970년대 가수들 중에는 신중현이 발굴하여 명성을 날린 가수들이 아주 많아요. ‘님은 먼곳에’를 부른 김추자를 비롯하여, ‘카피 한 잔’등을 부른 펄 시스터즈 등 아마 노래를 들으면 알 수 있을 거야. 이정화와 김정미도 신중현이 발굴한 여가수였지. 그 당시에는 파격적인 창법과 춤으로 큰 인기를 얻었지만 오랫동안 가수 생활을 하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는 않았어. 남자 가수들 중에는 박인수와 장현이 신중현 사단으로 분리되는 가수들이지. 

여하튼 중요한 것은 80세가 넘어서도 그는 여전한 현역이라는거지. 이런 경우를 두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는 거겠지. 빨리 신중현의 새앨범을 구해봐야 할 것 같아. 다 팔려나가면 어떻게 해.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