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여행을 떠날 때 책 한두 권씩은 꼭 챙겨간다. 여행지에서 책을 읽게 되든 아니면 다시 들고 오든 책을 챙겨가는 것은 여행의 또다른 즐거움이다. 한적한 여행지에서 책을 펼쳐들면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야말로 휴가의 로망이다.  
 최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는 <여행의 이유>라는 에세이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김영하 작가가 여행을 다니며 쓴 카메라, 기념품, 엽서, 가이드북 등을 소개하는 ‘김영하 작가의 서재’가 꾸려졌다. ‘김영하와 함께, 여행’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공간에서 인증샷을 찍고 #김영하 #여행의이유 #작가의서재 등 해시태그를 붙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하면 교보문고 안내데스크에서 확인 뒤 파우치 선물도 받을 수 있다. 7월 한 달 동안 운영하는 이 공간에는 ‘여행자 김영하가 함께하는 한여름의 북캉스’라는 테마로 여름 휴가때 읽을만한 책들도 꽂혀 있다. 김영하 작가는 어떤 책들을 들고 휴가를 떠날까

사진=열린책들

l. <프랑스 중위의 여자>, 존 파울즈 지음, 김석희 옮김, 열린책들 
19세기 영국에서 시대의 위선과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 자유에 대한 열정이 고갈된 20세기 상황에 대한 우화다. 옷깃의 주름에서부터 어투의 어색함까지 고전적인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을 재현하고 있다. 

사진=열린책들
사진=열린책들

2. <향수>,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열린책들 
이미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스테디셀러다. 18세기 남프랑스의 향수 산지로 우리를 안내한다. 지상 최고의 향수를 위해 25차례의 살인을 저지르는 악마적이지만 한편으론 천진하기도 한 주인공 그르누이의 일대기를 그렸다. 냄새와 관련해서는 천재적인 능력을 타고난 주인공이 향기로 세계를 지배하는 과정을 그린 기상천외한 소설이다. 

사진=행복한책읽기

3. <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엘리 
‘전 세계 과학소설계의 보물’로 불리는 테드 창의 단편집이다. 과학적 상상력과 문학적 사유를 동시에 전하는 책으로 읽는 것만으로도 똑똑해지는 느낌을 갖게 한다. 탑을 건설하는 고대 바빌로니아인의 이야기 ‘바빌론의 탑’, 수학을 부정하게 된 수학자 이야기 ‘영으로 나누면’ 등 여덟 편의 단편이 수록돼 있다. 

사진=우리교육
사진=우리교육

4. <아이, 로봇>,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우리교육 
 아서 클라크, 로버트 하인라인과 함께 ‘SF의 3대 거장’ 가운데 한 명으로 손꼽히는 과학소설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집이다. 아시모프가 10여 년 동안 써온 아홉 종류의 로봇에 대한  단편을 하나로 엮은 일종의 연작소설집으로 무더위를 잊게 한다.

사진=열린책들
사진=열린책들

5.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열린책들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스테디셀러다. 20세기 최고의 석학, 움베르토 에코가 쓴 지적인 추리소설이다. 중세 수도원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하여 시종일관 종횡무진 누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과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 프랜시스 베이컨의 경험주의 철학 그리고 에코의 기호학 이론 등이 녹아 있다. 

사진=동녘
사진=동녘

6.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 케이시 윅스 지음, 제현주 옮김, 동녘 
 저자는 임금노동이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좋은 것이라는 전제에 반기를 들고 이 책을 쓰고 있다. 무급 가사노동의 유급화를 주장하던 1970년대 페미니즘 운동을 재해석하는 데서 출발해, 과거의 노동 윤리를 거부하고 기본 소득을 요구하자는 대담한 주장을 펼친다. 인간에게 노동은 무엇인가 되묻게 하는 책.

사진=돌베개
사진=돌베개

7. <이것이 인간인가>, 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돌베개 
역사상 가장 잔인했던 나치 독일의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자의 증언집이다. 유대계 이탈리아인인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 말기, 반파시즘 저항운동에 참여하다 체포당해 아우슈비츠로 이송당하고, 화학공장이 붙어 있는 제3수용소에서 노예보다 못한 일상을 보냈다. 그 끔찍한 현장에서 인간에 대해 다시 묻는다. 

사진=서해문집
사진=서해문집

8. <사기열전>, 사마천 지음, 연변대학 고전연구소 편역, 서해문집 
거세이 아픔을 딛고 굵직한 역사서를 남긴 사마천의 대표작이다. 중국 상고시대부터 한무제까지 3000년의 역사를 기록한 <사기> 가운데 왕이나 제후는 아니지만 역사에 뚜렷한 업적을 남긴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열전>이다. 시대를 잘못 만나 고생하기도 하고, 아첨과 모략으로 출세하는 인물부터 주변 사람들의 배신으로 모함을 당해 죽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파란만장한 인물들을 통해 세상사가 쉽지 않다는 걸 배울 수 있다.  

사진=민음사
사진=민음사

9. <콜레라 시대의 사랑>,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민음사 
 남미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유머러스한 작품으로 유명한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이다. 콜롬비아 카리브해의 어느 이름 없는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랑이야기다. 식민 시대에서 근대사회로 넘어가는 19세기 말부터 1930년대까지 이야기를 다룬다. 세월의 흐름과 죽음, 질병을 뛰어넘는 한 여자와 두 남자 간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10. <게으름에 대한 찬양>, 버트런드 러셀 지음, 송은경 옮김, 사회평론 
행복에 관해서는 가장 위대한 저작물로 꼽히는 러셀의 대표작이다. 현대인에게 ‘행복해지려면 게을러지라’는 처방을 내리는 책이다.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과 달리 인간의 진정한 자유와 주체성 확립을 위해서는 여가가 필요하다는 새로운 주장. ‘나 이렇게 워커홀릭으로 살아도 되는 걸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선물하면 좋을 책이다. 

11. <안나 카레니나>, 레프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문학동네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3대 걸작 중 하나로 세계적인 고전이다. 사랑과 결혼, 가족 문제라는 보편적인 소재로 발표되자마자 전 러시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이다. 김영하 작가가 <알쓸신잡> 시즌1에서 ‘무인도에 가져갈 단 하나의 책’이라고 소개한 바 있어서 더 유명해졌다. 

12. <나폴리 4부작>,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한길사 
‘릴라’와 ‘레누’라는 두 주인공의 평생의 우정과 역사가 담긴 대서사시. 여성들이 겪는 보편적인 경험과 그 안에 내재한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제1권 <나의 눈부신 친구>를 비롯해 총 4부작으로 구성돼 있어서 분량이 만만치 않다.  

13. <밀레니엄>,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문학동네 
여성에 대한 폭력과 자본의 도덕적 타락에 대한 비판 등 사회의식을 담았다. 북유럽 추리소설의 명작으로 꼽힌다. 스웨덴의 기자였던 스티그 라르손이 애초 10권을 기획했지만 3권까지 집필한 뒤에 출간 6개월을 앞뒀을 때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유족과 출판사가 다비드 라게르크란츠를 공식 작가로 지정해 중단된 시리즈를 이어간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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