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할런지/갈런지/될런지/행복했을런지/사랑했을런지,,, 모두 틀린다. ‘런지’는 우리말에 없다. ‘ㅡ’모음과 ‘ㅓ’모음의 전도轉到 현상이 원인일 듯하다. ‘른지’는 당연히 아니며, 오직 ‘는지’만 맞는다. 될는지, 맞을는지, 저지를는지, 영원했을는지,,, 이런 게 바른 것이다.

‘던지’는 과거형에 쓰인다. 어찌나 마음을 졸였던지, 얼마나 고왔던지, 왜 그렇게 비굴했던지 등등. 추측/감탄/의문의 쓰임새다. 뭉뚱그리면 ‘막연한 의문’을 동반하는 연결어미다.

 ‘든지’는 나열과 선택이다. 냉면이든지 밀면이든지 막국수든지 다 좋아요(조사/나열). 떠나든지 남든지 어서 결정해라(어미/선택). 단, ‘든’으로 줄여 쓰면 ‘건’으로 바꿔도 된다. 어떻건=-어떻든, 좋건 싫건=좋든 싫든, 하든 말든=하건 말건. '건'이 선택을 나타내는 ‘거나’의 준말이기에 그렇다.

‘건지’는 ‘것인지’의 준말이다. 앞의 어간 다음에 띄어야 한다. 할 건지, 살 건지, 그만둘 건지 등. 우선 '런지'부터 추방하자!

▲‘서’와 ‘써’

‘서’는 자격/지위를 나타내는 조사다.

누이는 존경 받는 의사로서 명예로운 삶을 살았다.
할아버지는 마을의 어른으로서 늘 솔선수범하셨다.

‘써’는 도구/수단의 의미로 쓰인다.

말로써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에어컨 고장은 필터를 교환함으로써 해결되었다.

서와 써의 다툼에서 애꿎게 시달리는 게 ‘비로소’다. 비로서/비로써, 둘 다 아니다. ‘비로소’는 ‘비롯하다’에서 온 부사로, ‘소’라는 접사가 붙는 흔치 않은 예다.

▲워/와

아름다와/가까와/아니꼬와/괴로와, 다 틀린다. 아름다워/가까워/아니꼬워/괴로워 가 맞는다.

단음절 어간을 갖고 있는 곱다/돕다, 단 2개만 ‘와’를 허용한다. 그래서 ‘고와’ ‘도와’다. '고워' '도워'는 정말 이상하니까! 

 나머지는 모두 다 어간 끝 ‘ㅂ’의 어미로 ‘ㅜ’를 택한다. 그래서 ‘워’로 적는다.

고마워/아름다워/무거워/즐거워/아니꼬워/괴로워 가 맞는 이유다.

어간 끝에 ‘ㅗ’나 ‘ㅏ’가 오면 ‘와’로 적고 싶은 충동을 모르는 바 아니나, 고마워/놀라워/정다운(정다워)/그 사람다워 등의 사례를 떠올리며 참고 달랠 일이다.

강성곤 KBS 아나운서는 1985년 KBS입사, 정부언론외래어공동심의위위원, 미디어언어연구소 전문위원, 국립국어원 국어문화학교 강사를 역임했으며 건국대, 숙명여대, 중앙대, 한양대 겸임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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