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오동 전투’ 강세 속에 ‘사자’‘엑시트’ 약진! ‘나랏말싸미’고전 중~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여름 극장가 흥행대전이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여름 흥행대전 라인업이 확정되면서부터 관심을 모아온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의 ‘텐트폴 영화’ 빅4 ‘나랏말싸미’(감독 조철현, 제작 영화사두둥), ‘사자’(감독 김주환, 제작 키이스트), ‘엑시트’(감독 이상근, 제작 ㈜외유내강),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 제작 ㈜빅스톤픽쳐스, ㈜더블유픽쳐스)가 베일을 모두 벗으면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텐트폴 영화’란 텐트를 칠 때 세우는 지지대인 텐트폴처럼 각 투자배급사가 회사의 사운을 거는 극장가 성수기에 개봉시키는 블록버스터급 작품을 이르는 말. 과연 올여름 흥행대전 빅4가 회사의 주춧돌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흔들리게 하는 계륵이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영화가 공개되기 전 올여름 흥행대전 빅4 흥행은 지난해 ‘신과 함께:인과 연’과 같은 절대강자가 없기에 안갯속과 마찬가지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모든 작품이 공개된 이후에는 양상이 달라졌다. 먼저 24일 개봉된 ‘나랏말싸미’가 작품에 대한 호평에 불구하고 여러 악재로 좌초돼가는 가운데 31일 함께 개봉된 ‘사자’와 ‘엑시트’가 호불호가 나뉘지만 영화적 재미를 인정받으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29일 언론 시사를 통해 처음 공개된 ‘봉오동 전투’(8월7일 개봉)는 일본과 마찰로 반일정서가 급증하는 최근 시국과 잘 맞는 소재와 탄탄한 영화적 재미로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최강자로 점쳐지고 있다. 관객들이 궁금해하는 올여름 흥행대전 빅4의 강점과 아킬레스건을 살펴봤다.

'봉오동 전투' 사진제공=셔박스

#‘봉오동 전투’, 이번엔 바다가 아닌 산이다! 
잇단 국가적 위기로 애국주의가 팽배한 요즘 사회 분위기와 닥 맞아떨어진다.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들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물. 승리의 역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역대 흥행 1위에 오른 ‘명량’(2014년)을 연상시킨다. 거기에다 ‘명량’의 김한민 감독이 기획과 제작에 참여해 더욱 기대를 모은다. 
액션 연출에 일가견이 있는 원신연 감독은 잠시도 쉴 틈 없이 진행되는 산악 게릴라전의 긴박감을 제대로 살려낸다. 영화를 이끄는 주인공 유해진과 류준열, 조우진은 기대대로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하며 관객들의 시선을 스크린에 고정시킨다. 비교도 안 되는 적은 인원으로 엄청난 일본군에 맞서 싸우는 독립군들의 활약이 아찔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아쉬운 점은 인물에 대한 묘사와 드라마가 부족한 점. 액션의 향연이 펼쳐지는 가운데 인물에 감정이입이 힘드니 중반 이후 다소 지친다. 그러나 실화의 무게에 결국 묵직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사자'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사자’, 한국적인 퇴마 슈퍼히어로의 탄생!
참신하고 파격적이지만 다소 낯설다. ‘사자’는 지난 2017년 565만 관객을 모은 영화 ‘청년경찰’에서 ‘환상의 케미’를 선보였던 김주환 감독과 배우 박서준의 재회로 많은 기대를 모은 작품.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가 구마사제 안신부(안성기)와 손을 잡고 세상을 어지럽게 만드는 악의 세력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가 공개된 후 호불호가 극명히 나뉘는 이유는 예상했던 전형적인 오컬트 영화가 아니라 판타지 액션물에 가깝기 때문. 김주환 감독은 오컬트 특유의 신과 악마의 심리 대결에서 오는 쫄깃한 재미보다 퇴마 슈퍼히어로 탄생에 주안점을 뒀다. 새로운 도전의 신선함은 있지만 감독이 구축하려는 세계관이 다듬어지지 않아 만듦새가 다소 거칠다. 이런 가운데 박서준은 호쾌한 액션과 입체적인 내면 연기로 주연배우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관객들을 매혹시킨다. ‘대선배’ 안성기와 이루는 꿀케미는 서늘한 영화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엑시트'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엑시트’, 청년백수 흥행의 다크호스로 더오르다!
여름 흥행대작들의 세 가지 요소인 유머와 스릴, 감동을 모두 선사한다. ‘엑시트’는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을 탈출하는 청년백수 용남과 대학동아리 후배 의주의 기상천외한 용기와 기지를 그린 재난탈출액션물. 사실 베일을 벗기 전 별다른 기대를 모으지 못했지만 영화가 공개된 이후 호평이 쏟아지며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엑시트’의 최대 강점은 부담이 없이 웃기고 즐길 수 있다는 것. ‘재난 영화’를 표방하지만 영화 분위기가 시종일관 유쾌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사회뿐만 아니라 집안에서도 인정받지 못했던 짠내 풀풀 나는 백수가 일생일대 위기를 맞아 가족을 구하고 영웅이 돼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조정석은 능청스러운 코믹연기와 몸을 사리지 않은 액션 연기를 펼치며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임윤아도 물이 오른 연기력으로 첫 스크린 주연신고식을 무사히 치른다. 만화적인 구성으로 서사에 구멍이 숭숭 뚫리지만 이를 상쇄하는 사랑스러운 매력이 가득하다.

'나랏말싸미'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나랏말싸미, 팩션의 한계에 부닥치다!
여러 논란에 휩싸여 집중포화를 맞고 있지만 ‘나랏말싸미’는 분명히 높은 완성도를 지닌 지적이고 품위 있는 수작이다. 모든 걸 걸고 한글 창제를 주도한 세종과 불굴의 신념으로 이를 도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러나 개봉 직전 주연배우 전미선이 갑자기 사망하고 표절 소송이 걸리는 악재가 잇따르더니 영화가 공개된 후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면서 제대로 관객들의 평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글 창제의 주체를 두고 세종의 단독 창제설이 정설로 알려진 가운데 ‘신미 협력설’을 중요하게 다뤄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러나 실제 ‘나랏말싸미’를 보면 알겠지만 이 영화는 세종이 얼마나 위대한 성군이었음을 알리려는 작품이다. 늙고 병들고 외로운 세종이 신하들의 반대 속에서 백성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한글 창제를 주도하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세종의 업적을 깎아내리거나 스님이 한글을 창제했다는 주장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최욱(연예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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