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가 보는 한일관계
돈키호테가 보는 한일관계
  • 장영철
  • 승인 2019.07.3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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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철 숭실대 교수(前 자산관리공사 사장)
장영철 숭실대 교수(前 자산관리공사 사장)

돈키호테는 중세 유럽의 기사시대 끝 무렵인 15세기 전후를 배경으로 기사도 소설에 심취하여 소설속의 기사처럼 되기를 열망하던 스페인의 한 광적인 인물의 모험적인 여정을 풍자와 해학으로 그려 낸 세르반테스의 대표적인 소설의 주인공이다. 기사도 소설에 광적으로 심취하여 환상과 현실을 구분하는 능력이 상실된 주인공은 기사로서의 모험적인 여정을 떠나면서 부딪치는 현실을 자기 나름대로 왜곡하여 인식하고 돌출적인 행동을 일삼는다. 인간의 정신상태가 한번 왜곡되면 현실에서는 어떤 시대착오적이고 비정상적인 행태가 나타나는 지를 잘 묘사하고 있다. 중세 서유럽에서 6세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무장한 기병을 지칭하는 기사제도는 12세기부터는 자손에게 세습되는 준귀족 계층으로 발전하였으며,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총이 보편적으로 사용되면서 기병의 효용성이 떨어지는 환경변화로 인하여 13세기~16세기 후반에 몰락하였다. 기사를 꿈꾸면서 기사도 소설에 빠진 돈키호테가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환상에 취한 것은 개인적인 문제이지만, 모험여정을 떠나면서 부딪치는 현실을 왜곡하여 정상적인 판단을 못하면서 보여주는 퇴행적인 행동으로 주변에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 우리에게는 이미 낯선 일은 아니다. 

조선시대 임진왜란 당시 일본이 월등히 앞선 경제력과 신무기로 침략준비를 하였음에도 일본이라는 실체를 애써 무시하다가 대규모 국가적 피해를 입었고, 중국에서 청이 명을 멸망시키고 패권을 잡고 있음에도 조선정부는 여전히 명을 사대하는 ‘소중화(小中華)’의식을 갖고 변화하는 주변정세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주전파와 주화파 간 논쟁만 벌이다가 또 다시 큰 피해를 입었다. 조선시대 말로 접어들면서는 우리보다 먼저 개항하여 경제력과 신무기를 축적한 일본군에 대하여 죽창과 농기구로 대항한 농민들의 저항이 어떤 결과로 끝났는 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외부의 도전요인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던 조선 왕조의 무능은 결국 응전할 준비조차 못한 채 망해버렸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갔다. 
토인비는 인류의 모든 문명은 도전과 응전의 결과로 나타나며, 한 때 역할을 하였던 `창조적 소수자`들의 창조력이 소멸되어 대중들이 이들을 추종하지 않자 힘으로 대중을 통치하는 `지배적 소수자`로 전락하게 되면서 문명은 쇠퇴한다고 하였다. 이는 마치 무능한 지배적 소수자가 족벌정치를 일삼으면서 외부의 변화는 아랑곳하지 않고 백성들을 억압한 조선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한국과 일본간의 경제전쟁에서도 현실을 정확히 꿰뚫어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우리나라가 일본 식민지 지배 및 6.25 북한의 남침으로 인한 폐허상태에서도 경제발전을 위하여 수출입국(輸出立國)을 기치로 삼아 열심히 노력한 결과 일본과의 경제력 격차가 과거 조선시대와는 달리 3배 수준으로 축소된 것은 정말 대단한 성과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렇지만, 우리의 주요 수출제품 생산 과정에서 필요한 원자재, 에너지 및 부품 소재 등의 상당부분은 글로벌 협력관계를 통하여 외국에서 조달하여야 한다. 특히, 일본은 우리보다 기초과학수준이 높고 산업화 기간이 길어 핵심 부품 소재 공급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거리도 가까워 우리 경제에 중요한 파트너 역할을 해 왔다. 그동안 한국과 일본 간에 정치적인 공방은 있었지만 경제적 협력관계는 계속 유지되어 왔기 때문에 기업들은 정치적 이슈가 경제에 영향을 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일본은 작년에 있었던 우리 대법원의 징용문제에 대한 판결에 대하여 1965년 한일협정의 근간을 흔드는 국가간의 신뢰 문제라고 보고 우리 정부에 여러차례 불만을 제기하였음에도 우리 정부가 외교적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자 경고신호를 보낸 바 있다. 일본은 식민지 지배 청산과 관련하여 우리의 끊임없는 문제제기에 인내심을 잃은 것 같고 차제에 우리의 미래산업을 저지하려는 의도를 갖고 수출규제를 단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아시아정책을 고려하여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미국과 사전 협의한 것 같다는 언론 보도도 나오고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일본이 계속해서 핵심 부품 공급을 중단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할 능력이 있는가? 부품 개발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하는 데, 돈만 있으면 개발이 되는가? 기술개발인력 확보 및 경제성있는 기술개발 성공가능성은 있는가? 기술개발에 성공하더라도 그동안 환경규제를 받던 공장의 건설이 가능한가? 공장가동할 때까지 관련 산업이 버틸 수 있는가? 등 수 많은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답을 낼 수 없다면 이순신 장군의 12척 배를 외치고, 거북선 횟집을 가고, 쫄지 말라고 독려한다고 해서 상황이 반전되지는 않는다. 죽창을 들라느니, 국채보상운동을 한다느니 하면서 19세기에 있었던 대응책을 21세기 첨단시대에 주장하는 것은 창을 들고 풍차로 돌진하였던 돈키호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돈키호테도 죽기 직전에는 온전한 정신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이제라도 정부는 국민들의 반일감정을 달래고 직접 일본과 협상하는 등 반일이 아니라 일본을 능가하겠다는 극일의 전향적 자세를 취하여야 한다. 중국의 모택동도 일본의 피해보상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였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일본정부도 현대의 글로벌 공급체인을 통한 국제적 협력관계를 무시하면 결국 남 좋은 일 시킨다는 국제적 비판에 귀 기울여 문제해결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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