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가수 XX가 불법 촬영물 유포 혐의로 추가 입건됐습니다. 성매매 알선 혐의도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데요. 여기에 횡령·배임·탈세 혐의까지 첩첩산중입니다. 더구나 앞선 해명들 역시 거짓말로 탄로 나고 있습니다. OOO기자의 보도입니다.> 채널A 뉴스. 

첩첩산중疊疊山中은 산세가 더 깊어진다는 뜻. 보통, 하려는 일이 더 막히고 어려워지고 가능성이 작아질 때 쓰는 표현.

 예)“부장 결재도 받아야 하고, 국장 설득도 해야 하고, 사장의 최종 판단도 기다려야 하니 첩첩산중일세.”

점입가경漸入佳境은 “가면 갈수록 경치景致가 더해진다.”는 의미. 보통 어떤 일/사건/사태가 더 보태지거나 심각해지거나 흥미로워지거나 할 때 비유적으로 쓰임.

위 건은 당사자 입장에서는 ‘첩첩산중’이지만, 국민/시청자 입장에서는 비록 혀를 끌끌 차기는 하겠으나, ‘점입가경’이 적절하다.

바라겠습니다?

뜨거운 응원, 바라겠습니다./많이 참석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부지불식간에 많이 쓰는 ‘바라겠습니다.’ 는 틀린 말이다. ‘바랍니다.’가 맞는다.

동사 ‘바라다’는 그 자체에 미래/희망을 담고 있다. 그래서 미래/추측을 뜻하는 어미 ‘겠’과 중첩된다. (같은 맥락으로 ‘기대하겠습니다/시작하겠습니다’보다 ‘기대합니다/시작합니다’가 더 세련된 표현이다.)

 ‘바랍니다.’ 대신 ‘바라겠습니다.’를 자주 쓰게 되는 언중들의 처지를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바랍’의 ‘ㅏ’ 모음은 입을 가장 크게 벌린 상태, 곧 혀가 맨 아래 자리에 위치한다. 그러나 다음에 오는 ‘니’의 모음 ‘ㅣ’는 혀끝이 가장 들린 상태로 단번에 위치 이동하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자칫 잘못하면 [바람미다]의 굴욕적 상황에 맞닥뜨릴수도 있다!

그래서 그 중간 쯤 자리하는 ‘ㅔ’모음이 들어있는 미래형어미 ‘겠’을 찾고자 하는 욕구가 발현되리라는 게 내 추측이다. 이런 것만 연구하는 者이니, 얼추 맞을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발음의 편의가 올바른 어법을 제칠 수는 없다!

차제에, 모든 ‘바람’은 ‘바람’이다. 부는 바람도 ‘바람’, 외간남녀外簡男女에게 몸과 마음을 뺏기는 것도 물론 바람, 그리고 바라다의 명사형도 ‘바램’이 아니라 바람이다.

삐까뻔쩍은 버리자.

아저씨/꼰대들이 여태 잘 쓴다. 삐까ぴか가 일본말로 ‘번쩍/반짝/뻔쩍/빤짝’이다. 그러니 ‘삐까뻔쩍’하면 잡탕이다. 이상한 말이 된다. “오늘 무슨 좋은 일 있나? 옷이며 구두며 번쩍번쩍한데.” 혹은 “멋진데. 아주 근사하구먼.”하든가.

곤색도 생명력이 긴 것 같다. 감색紺色의 감紺이 일본어 발음으로 ‘곤こん’이다. 그러니 이것도 韓日이 뒤섞인 것이다. 우리말로는 감색/진청색/진남색이다.

여름 생선 중 아지가 있다. 그런데 아지의 실체는 アジ, 역시 일본말이다. 우리말로는 전갱이다. 아지보다 발음이 어렵고 조금 길고, 무엇보다 생선 이름 같지 않아 덜 썼을 수 있다.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전갱이를 전갱이라고 제대로 부르자.

KBS 강성곤 아나운서는 1985년 KBS입사, 정부언론외래어공동심의위위원, 미디어언어연구소 전문위원, 국립국어원 국어문화학교 강사를 역임했으며 건국대, 숙명여대, 중앙대, 한양대 겸임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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