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우들의 할리우드 시장 진출 물결이 서서히 거세지고 있다. 

마동석, 전종서, 수현, 한효주, 이하늬 등 한국배우들의 할리우드산 영화와 드라마 출연 소식이 계속 들려오는 가운데 몇몇 유명 배우들도 할리우드 진출을 두고 막판 협상 중이라는 소문이 연예계에 파다하다. 유명 기획사에서는 한류 침체로 갈수록 좁아지는 시장 개척을 위해서 소속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을 적극 타진 중이다. 

과거 같으면 할리우드 진출은 밤하늘에 달을 따러가는 것과 마찬가지였을 일. 그러나 최근에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로망이 아니다. 백인 중심의 할리우드가 변화되고 있기 때문. 이와 같은 추세는 최근 할리우드의 젠더와 인종 다양성 물결이 거세지면서 아시아 배우들에게 문호가 다소 넓어지면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최근 동명 고전 애니메이션을 실사화 하는 디즈니 라이브 액션 ‘인어공주’에 흑인가수 할리 베일리가 캐스팅되고 백인 남자들의 전유물이었던 007 요원 역에 흑인 여배우 라사냐 린치가 발탁되는 등 할리우드에서는 젠더와 인종의 경계선이 무너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 배우들에게도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계 산드라 오, 존 조를 비롯해 아시아계 배우들이 할리우드 주류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류로 아시아권에서 시장성 높은 한국 배우들에 대한 현지 관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마동석. 사진제공=MARVEL STUDIO
마동석. 사진제공=MARVEL STUDIO

우선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전 세계 극장을 휩쓸고 있는 MCU(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에 입성한 마동석이다. 마동석은 마블의 새 영화 ‘이터널스’에 길가메시 역에 캐스팅돼 세계적인 배우 안젤리나 졸리, 리처드 매든, 셀마 헤이엑과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마동석은 한국계 배우 최초로 마블 영화 주인공으로 발탁돼 높은 위상을 다시 한 번 과시하게 됐다. 건장한 체구의 길가메시는 건장한 체구와 초인적인 힘을 지닌 캐릭터. 마동석과 외모가 흡사해 영화 제작 소식이 알려지면서 캐스팅 0순위에 올랐다. 제작진은 길가메시가 원작 만화에서는 동양인이 아니지만 마동석을 캐스팅하기 위해 바꿨다는 후문. 마동석은 8월 초 영화 촬영을 위해 현지로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전종서. 사진제공=마이컴퍼니
전종서. 사진제공=마이컴퍼니

전종서는 애나 릴리 아미푸르 감독의 영화 '모나 리자 앤 더 블러드문'(Mona Lisa and the Blood Moon)에 캐스팅돼 현재 한창 촬영 중이다. 전종서의 데뷔작인 이창동 감독의 ‘버닝’을 눈여겨본 아미푸르 감독측의 러브콜을 받고 오디션을 거쳐 캐스팅됐다는 후문. 전종서는 이 영화에서 케이트 허드슨, 크레이그 로빈슨, 에드 스크레인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다. 아직 국내에서도 신인급인 전종서가 첫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전 세계적인 무비스타 반열에 오를지 관심을 모은다. 

한효주 사진제공='트레드 스톤' 공식 트위터 캡처,
한효주 사진제공='트레드 스톤' 공식 트위터 캡처,

한효주는 영화가 아닌 드라마로 할리우드에 진출한다. 현재 미국 케이블 드라마 '트레드스톤' 막바지 촬영 중이다. 올가을 미국 케이블채널 USA에서 방송될 첩보 드라마 ‘트레드스톤’은 맷 데이먼이 주연한  '본'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액션물. 미국중앙정보국(CIA) 산하 비밀 조직 '트레드스톤' 요원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한효주는 베일에 싸였던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소윤 역할을 연기한다. 이란계 미국 감독 라민 바흐러니(44)가 연출하고, 미국 극작가 팀 크링(62)이 각본을 쓴다. 

수현. 사진제공= 문화창고
수현. 사진제공= 문화창고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배우 수현은 최근 제작이 발표된 ‘신비한 동물사전 세 번째 이야기’ 촬영에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수현은 2018년 개봉된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에서 미스터리한 캐릭터 내기니 역을 맡아 전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5편으로 예정된 영화에서 내기니 캐릭터가 편수를 더해갈수록 비중이 커질 예정이어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수현은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 이전에도 마블 영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과 드라마 ‘마르코폴로’ 등에 출연하며 ‘월드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활동에 올인했던 이병헌도 해외 활동을 재개할 전망이다. 이병헌은  
지난 2013년 ‘지 아이 조2’를 시작으로 ‘레드: 더 레전드’(2013년), ‘미스컨덕트’(2016년), ‘매그니피센트7’(2016년)에 출연하며 글로벌 스타 반열에 등극했다. 소속사측은 해외 활동 재개를 위해 제안 받은 작품들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한 에이전트는 “최근 할리우드는 본인만 의지가 있고 영어만 잘 한다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대부분의 오디션이 실물로 만나지 않고 영상물로 대체돼가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최종단계에만 현지에 가면 된다. 젠더와 인종 다양성 요구로 할리우드가 변화해가면서 최근 아시아계 배우들에게도 기회가 늘어가고 있다. 백인과 흑인들에 비해서는 여전히 적지만 모든 캐스팅에서 고정관념이 무너져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요즘 할리우드에서 제안 오는 역할들은 예전처럼 전형적인 동양인의 이미지가 아니라 다양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백인들이 연기했을 법한 캐릭터들에도 아시아인들이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돼가고 있다.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드라마가 아시아를 비롯해 다양한 지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걸 현지 관계자들도 잘 알고 있다. 해외에서도 인지도 있는 한국 배우가 영어만 된다면 할리우드 진출을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최욱(연예전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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