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사학(植民史學)’, 그 함정의 늪
‘식민사학(植民史學)’, 그 함정의 늪
  • 김부조
  • 승인 2019.08.08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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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ㆍ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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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권에서도 그러했지만, 지난 정권에서도 공직 후보자의 잇따른 낙마 소식에 우리는 허탈감을 맛본 적이 있다. 특히 친일(親日)의 뉘앙스가 짙었던 모 국무총리 후보자의 일부 역사관은 몇 차례에 걸친 해명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변명(?)으로 비쳐지고 말았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자신이 담고 있는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언론의 자유가 있다. 하지만 그 발언이 고유한 우리 민족사를 왜곡하거나 훼손하는 쪽으로 기울면 마땅히 저지되어야 하고 논란에 따른 책임 또한 발언자가 져야 할 것이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한반도를 강점한 36년 동안 민족의 긍지와 유대감을 심어 주는 우리의 민족사를 그들의 식민 통치에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했다. ‘조선은 당파싸움 하다가 망했다.’, ‘한국 사람은 단결할 줄 모른다.’, ‘한국은 약소국으로 늘 강대국의 외침에 시달리다가 망했다.’는 등의 주장을 줄기차게 펴 왔다. 이것은 모두 일제의 ‘식민사학’이 파 놓은 함정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 함정에 발이 빠져 있으면서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제는 자신들의 식민 통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우리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이렇게 왜곡했다. 이것이 곧 ‘식민사관’이다. 일제는 자신들의 식민 통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왜곡된 관점으로 식민사학이라는 변조된 한국사 연구를 한 것이다.
 
“조선인은 자기 힘으로 하는 것이 없다. 무력에서도 문명이란 점에서도 자기 힘으로 이룬 바가 없다. 그래서 늘 큰 나라의 눈치를 보고, 큰 나라 따르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일본 역사학자 시라도리(白鳥庫吉)가 한 말이다. 조선은 스스로 독립할 수 없으므로, 누군가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이다. 아예 이러한 타율성을 조선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게다가 일제강점기 어용학자들은 일본의 한국 식민지화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한민족의 타율성·사대주의·정체성 등 부정적 요소만을 드러낸 식민사관을 강조하는 데 앞장섰다. 
 
그러나 이를 참지 못해 반발한 민족 사학자들은 ‘민족사관(民族史觀)’을 내세웠다. 일제의 왜곡과 탄압에 맞서 역사·종교·언어 등에 걸쳐 우리 민족문화 수호운동이 일어났던 것이다. 한민족의 기원을 밝히고 우리 민족문화의 우수성과 한국사의 주체적 발전을 강조하는 ‘민족사학(民族史學)’이 이루어졌다. 한국사의 근원을 ‘민족의 혼과 정신’이라 내세우며 비록 국가의 외형은 잃었어도 그 근원인 ‘혼과 정신’을 지키면 국권을 회복할 날이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저버리지 않았다. 
 
박은식(朴殷植)과 신채호(申采浩)가 그 대표적인 민족주의 사학자였다. 박은식은 중국 상하이에서 한국의 아픈 역사라고 할 수 있는 ‘한국통사(韓國痛史)’를 저술했다. 이 책에서 박은식은 근대 이후 일본이 한국을 침략하는 과정을 밝혔다. ‘한국독립운동지혈사(韓國獨立運動之血史)’에서는 일제의 침략에 대항, 투쟁한 한민족의 독립운동을 서술했다. 책 제목 그대로 독립운동을 위해 피 흘린 역사의 기록이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역사를 미화하고 국민들이 자부심을 갖도록 이끌어 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이와는 반대편의 입장에 서서 우리 스스로를 은근히 깎아내리거나 부끄럽게 생각하는 계층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 오랜 시간이 강물처럼 흘러 일제의 강점에서 벗어난 지도 어느덧 70여년이 지났다. 바로 이 시점에서, 혹시 조금이라도 그러한 열등감에 젖어 있다면 이제 그 함정의 늪에서 단호히 발을 빼야 한다. 일제의 ‘식민사학’은 자신들의 침략만행을 합리화하기 위해 내세웠던 비열한 논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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