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단언컨대, 먹물들이 민초들보다 우리말 오염에 책임이 더 크다. 외래어/외국어 쪽은 특히 압도적이다. 심야토론/백분토론에서의 만행들을 보라!

“아이로니하다.” 정말 많이 쓴다. 그런데 정작 그런 상황이 아니라, 자신의 주장/의견이 사건/현안과 잘 들어맞지 않으면, 그 상황을 교묘히 피해나가려 할 때 많이 이용한다. 차치하고, 그 표현 자체도 틀린다는 말이다.

 수많은 구미어의 형용사를 부득이 그냥 차용해 쓰고자 할 때, 우리 어문 세칙은 ‘~하다’ 어미를 택한다. (be) smart, (be) sexy니까, 그냥 ‘~이다’로 쓸라치면 우리 말법과 멀어지기에 그렇다. “그이는 스마트하더라.” “그 여자는 참 섹시해.” 하지 “그이는 스마트이더라.” “그 여자는 참 섹시야.” 하지 않는다. 곧, 외래어/외국어는 형용사 다음에 반드시 ‘~하다’를 붙이는 형태라야 한다. 

명사는 해당이 안 된다. ‘아이로니하다’가 아니고 ‘아이러니컬하다’가 돼야 하는 이유다(표준 표기). ‘아이로니칼’하다 하면 아저씨. 꼰대다! 그냥 순하게 모순적이다/역설적이다 하는 게 제일 낫다.

또, 일 처리가 꼼꼼한 사람한테, “참 디테일하다.” 라고 많이들 하는데 역시 아니다. 디테일detail은 어디까지나 명사다. “참, 디테일이 뛰어나!” “디테일에 강점이 있어.”하는 게 좋다. 우아/세련된 여성한테 “엘레강스하다.”도 문제다. 그녀는 정말 엘레강트élégant해.“가 옳다.

'럭셔리하다?" 어디 회초리 좀 없나? luxurious는 모르거나 너무 복잡하니 대충 뭉갠 거다. 이걸 따라 한다면 부끄러워야 마땅한 거다.

자문諮問의 함정!

'자문'은 아주 단순하다. ‘묻다’의 의미다. 자諮도 물음이요 문問도 묻기다. 

자문을 구하다? 제대로 묻는 곳, 혹은 진정코 무엇이 질문일까를 찾는다? 요즘이 그렇게 소박하고 순진한 세상이었던가? 질문조차도 다른 이에게 의존해 구해야할 만큼?
자문을 받다? 물음을 받는다고? 나는 대답하는 사람? 아니면 그저 질문만 받으면 된다는 의미? 
자문을 해주다? 이건 제일 이상하다. 대신 물어봐 주었단 말인가? 그것 참 힘 안 들이는 일일 것 같다.

'자문을 구하다/자문을 받다/자문을 해주다' 많이 써왔고, 흔히 사용하지만, 모두 틀린 말이다.

주객전도主客顚倒의 대표적인 예다. ‘자문을 구하다’는 ‘조언을 구하다’, ‘자문해주다’는 ‘조언해주다’ ‘도움말을 주다’가 돼야 옳다. 그럴 일이 적겠으나, 정말 질문만 할 요량이면 ‘자문하다’가 맞다. 자문위원/자문위원회/자문위원단도 이상한 말이다. 그저 ‘위원’ 하거나 '전문위원' ‘상담위원'. 단체는 ‘평의회’ 등이 어떨까 싶다. ‘전문가 집단(그룹)'도 대안 중 하나다.

아무튼 아무개의 전문적 지식/경험/판단을 구하고자 하는 것과 자문諮問은 미스매칭이란 것만이라도 알아두자.

비슷한 사례가 신청/접수다. 

“오는 22일까지 OO에 접수하시면 됩니다.” “인터넷 주소, OOO에서 접수를 받습니다.” 모두 잘못된 표현이다. 아직도 남은 관官 주도의 사고의 단편이다. 접수는 담당자들이 하는 것이고, 시민들은 신청하는 것이다. 모두 신청으로 고쳐야 한다.

메르켈 총리가 모로코 근위대의 사열을 받았습니다? ‘사열査閱하다’가 맞다. 굳이 사열을 받는다면 주인공은 군인들일 터다. 더불어 ‘사사師事하다’도 많이 틀린다. ‘사사하다’는 그 자체가 ‘스승으로 섬기다. 또는 스승으로 삼고 가르침을 받다’의 뜻을 담고 있다. 따라서 ‘아무개 밑에서 사사를 받았다’는 식으로 쓰면 오류다. OOO를 사사했습니다’가 맞는다.

KBS 강성곤 아나운서는 1985년 KBS입사, 정부언론외래어공동심의위위원, 미디어언어연구소 전문위원, 국립국어원 국어문화학교 강사를 역임했으며 건국대, 숙명여대, 중앙대, 한양대 겸임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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