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민주주의의 의의’를 어떻게 발음할 것인가. 요령이 있다. 1.단어 맨앞의 ‘의’는 올곧게 [의]라고 소리 낸다. 2.낱말의 맨끝에 놓인 ‘의’는 [①이/②의] 둘 다 가능하다. 3.격조사 ‘의’는 [①에/②의] 역시, 둘 다 맞는다. 그러나 자연스럽기는 ①이 공히 낫다. 그래서 적용시키면 [민주주이에 의이]가 된다. 

과거 어느 앵커가 대표적으로 격조사 ‘의’를 [의]로 고집스럽게 발음한 대표적 인물로 기억된다. 도지사 선거에서 떨어지고, 국민들 시선에서 멀어졌다. ‘의’가 가운데 올 때도 있다. ‘한의사’ ‘군의관’ ‘도의적’ 등등. 모두 [의]로 소리 내야 한다. 

‘의’는 주지하다시피 이중모음이다. ‘으’와 ‘이’의 촉급한 결합이다. 중설모음 ‘으’를 전설모음 ‘이’ 위치에 갖다 놓으면 된다. 혀끝을 상대적으로 높인 상태로 ‘으’ 소리를 냄과 동시에 그것을 앞으로 주저 없이 내밀라, 치아가 살짝 보일 정도로. 어려울 턱이 없다. [의]가 완성되었다! 

단어 앞 '의' [의]를 [으]나 [이]로 소리 내면, 자신의 게으른 혀를 마구 탓하라. 혀도 적당한 운동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지켜본다고? 

뉴스진행자/시사 프로그램MC들이 인터뷰 말미 때, 언제부턴가 즐겨 쓰는 말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주의를 기울여 살펴보다”로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말이란 상대적이며 특유의 분위기와 뉘앙스가 있다. 거기다 방송이라는 공간은 언어예절이 비교적 엄격히 작동되는 곳이다. 시청자가 보고 배우고 따라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네가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마.” 학생 때, 선생님께서 많이 해주시던 말이다. 대개 뭔가를 잘못한 후 용서하시며 쓰셨다. 그게 관용적인 쓰임이고 제대로 된 경우다.

지켜보겠다는 건,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써야 어울린다. 잘못이 없는 당당한 사람이 일견 어수룩하고 모자란 사람을 대하며 사용해야 대체로 걸맞다. 우리 언어 정서가 그렇다.

뉴스진행자들이 매사에 그렇게 당당한 사람들인가? 고위 공무원이나 기업 관계자들이 죄인인가? ‘지켜보겠다’는 건 덧붙여 문제가 또 있다. 실제로 잘 지켜보지 않는다. 그렇게 잘 지켜봤으면 같은 실책/사고가 계속 일어날 리 만무하다.

그냥 허언虛言에 가깝다. 물경 오만傲慢하기 짝이 없는 말이다! 이게 혹여 보통 사람의 관계에서도 맺음말로 자리 잡지나 않을까 저어한다.

대안은? ‘자기’ 대신 ‘국민’이다.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걸 잊지 마시고 잘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민들께서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내가 예민한가?

그리고 나서?

‘그러고 나서’가 맞다! ‘그러다’가 원형이기 때문에 그렇다. 부사 ‘그리고’에 붙는 게 아니다. 동사 ‘그러다’는 ‘그리하다’의 준말이다. 그러니까, ‘그렇게 하고 나서/그리하고 나서’의 의미다. ‘나서’는 ‘완료’를 의미하는 보조 동사다, ‘자고 나서’ ‘먹고 나서’ 등이 그 예다.
‘그리고는/그리곤’도 그래서 틀린다. ‘그러고는/그러곤’이 맞다. 보조사 ‘는’은 (접속) 부사 다음에 올 수 없다. 참고로 예전엔 ‘그리고/그러나/그런데’를 ‘접속사’라고 불렀는데, 영어의 영향이다. 한국어의 품사 명品詞 名엔 ‘접속사’가 없다! 우리는 단박하게 부사, 아니면 접속 부사라 칭한다.

KBS 강성곤 아나운서는 1985년 KBS입사, 정부언론외래어공동심의위위원, 미디어언어연구소 전문위원, 국립국어원 국어문화학교 강사를 역임했으며 건국대, 숙명여대, 중앙대, 한양대 겸임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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