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뉴스 리포트에 많이 나온다. 팩트가 기사의 생명이라지만 관용어구에 대한 상식이 아쉽다.

‘보’란 무엇인가? 보洑는 농사를 위해 물을 담아두는 데다. 물을 잘 조절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건 터지면 일단 비상非常이다. 봇물은 ‘이루는’ 게 아니다. 어디에 다다르고 뭘 성취하는 것과 무관하다. ‘봇물이 터지다’만이 비유적 관용표현이다. 그리고 엄밀히는, 좋은 것보다는 나쁜 쪽 의미로 써야 원래 뜻에 부합한다.

 “봇물 터지듯 투표 인파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이 마치 봇물 터지듯 다가옵니다.”

-위 예시는 틀렸다고는 하기 어려우나, 적확한 것은 아니다. 

“적군이 봇물 터지듯 밀려오고 있습니다.”
 “봇물이 터진 듯이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합니다.”

-제대로 쓴 텍스트다.

웨더와 넥스트!

‘날씨’가 드물다. ‘곧 이어’가 사라졌다. 그나마 ‘웨더’도 없다. ‘넥스트’도 신해철에만 있었다. Weather와 Next가 지상파/종편/케이블 할 것 없이 판을 친다. 글로벌 대한민국이라 그런가? 외국말 갖고 장난 잘 치는 일본도 이러진 않는다. 일본은 다른 걸로 우리를 여태 욕보인다. ‘기상정보氣象情報’, 일본이 원류다. 일본말이다. 

그걸 우리는 ‘날씨’란 빼어난 우리말의 대체 용도로 쓰고 있다. 케케묵은 한자 투성이에, 무엇보다 ‘말의 경제’, 즉 함축/간결의 가치를 사정없이 저버린, 멍청하고 둔중한 복합어다. '날씨'는 기막힌 토박이말이다. “날이 어떨까?”, 날의 모양/형세/상황을 담은 것이다. ‘말씨, 마음씨’와 결이 같다.

 독일은 적어도 공영방송 날씨는 기상학 석사 이상 전문가가 맡는다. 상업방송은 어쩔 수 없더라도 배울 만한 점이다. 우리도 김동완/조석준이라는 빛나는 전통이 있다. ‘기상캐스터’는 또 뭔가? ‘날씨 진행자’, ‘날씨MC’면 족하다. 짧은 치마 경쟁은 많이 없어졌다, 고무적이다. 그러나 비현실적이며 다분히 도발적인 실루엣을 위한 등허리 거대 집게는 일부 여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윗사람들이 문제다! 불쾌까지는 아니지만 불편하다.

국민 MC, 국민 타자?

‘소녀 가장, 소년 장사’를 보자. 현실/실제는 ‘소녀’인데 ‘가장’이라는 역할/임무를 실현하는 존재다. ‘장사’라는 목표/꿈이라는 위치에 오른 인물이지만, ‘소년’이라는 현재성이 먼저이며 변함은 없다.

‘국민 MC’는 이 땅의 평범한 국민이 어떤 행사, 이벤트에서 MC라는 롤role을 맡을 때라야 온당한 말이다. ‘국민 타자’는 그냥 야구를 하며 배트를 휘두르는 국민이라야 맞다. 

 잘못된 조어造語 방식이다. 그러나 단순, 생략의 묘미로 ‘사회적 합의(?)’에 따른 관성의 열매를 이미 따 먹어버린 듯하다. 그래도 난 불만이다. 우리는 어법도 어법이려니와, 말 만들 때 과장과 독점, 배타를 아무렇지도 않게 여긴다. 멀리서 크게 보면, 이것도 고약한 ‘승자 독식’의 바이러스다.

대안은 ‘명MC(타자), 유명인, 명사名士, 스타’다. 무리 없이 덤덤한 것, 이런 게 오래 가고 낫다는 생각이다.

KBS 강성곤 아나운서는 1985년 KBS입사, 정부언론외래어공동심의위위원, 미디어언어연구소 전문위원, 국립국어원 국어문화학교 강사를 역임했으며 건국대, 숙명여대, 중앙대, 한양대 겸임교수를 지냈다.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