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랑공주의 빗나간 사랑의 결말
낙랑공주의 빗나간 사랑의 결말
  • 장영철
  • 승인 2019.08.2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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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철 숭실대 교수(前 자산관리공사 사장)
장영철 숭실대 교수(前 자산관리공사 사장)

고려시대 김부식의 삼국사기에는 낙랑국의 딸인 낙랑공주와 이웃의 적대적인 나라의 왕자인 호동의 이야기가 있다. 낙랑국에는 적의 침입을 알려주는 북과 나팔이 있어 외부의 침략을 잘 막아내고 있었다고 한다. 호동왕자는 낙랑공주와 결혼한 이후 낙랑공주에게 북과 나팔을 부수라고 하자 낙랑공주는 사랑에 눈이 멀어 이를 실행하였다. 북과 나팔이 부서진 낙랑국은 이웃나라가 쳐들어왔는 데도 알수가 없어 망하였고, 낙랑공주는 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하였다는 비극적인 이야기이다. 다른 버전에서는 호동왕자도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다는 내용도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남의 불행을 동정하면서인지 남이 겪은 불행한 이야기는 행복한 이야기보다 오래 기억하는 것 같다. 

이렇게 개인의 사랑과 국가의 운명을 바꾼 이 연극 같은 이야기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재현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낙랑국이 가졌던 북과 나팔은 요즈음의 무기로 바꾸어보면 주변국의 군사동향에 대한 각종 정찰 및 정보자료 등을 수집하고 분석하여 사전에 경보를 발하는 체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금이나 옛날이나 상대방의 동향을 사전에 탐지하여 전쟁을 억제하거나 대비하게 하는 정보시스템은 국가안보에 매우 중요하다. 현대에서 이러한 정보능력을 제대로 갖춘 나라는 그다지 많지 않다. 인공위성, 경보기 및 정찰기, 무선통신망 및 분석인력 등에 엄청난 재원이 소요되는 까닭이다. 상당한 능력을 갖춘 미국도 일본의 정보수집능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많이 의존하고 있는 점을 볼 때 더욱 그렇다. 그래서, 많은 나라들이 군사정보교류에 노력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등 전통적인 사회주의 군사강국도 상당기간 군사력 건설에 투자하면서 상당한 수준이다. 우리나라를 둘러 싼 나라들이 상당한 수준의 능력을 갖고 있는 반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정보수집능력은 부족하다는 평가이다. 북한이 과거 수차례 한 핵실험 관련정보를 우리 독자적으로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였다고 하며, 최근 북한이 수차례에 걸쳐서 쏜 미사일의 정체를 즉시 파악하지 못하여 미상의 발사체라고 발표하다가 나중에 미국이나 일본의 자료협조를 받아서 확정 발표하였다. 우리는 현대전의 가장 중요한 영역인 정보 능력이 부족한 상태임을 나타낸 것으로 자칫 나라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음을 의미하며, 우리가 미국이나 일본 더 나아가 정보를 제공할 능력이 있는 나라들과 과감하게 정보를 교류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적의 위협에 대응하는 능력이 떨어져 국가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태라면 우리가 애써 만들어 놓은 재산이 보호될 수 없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한미동맹과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일명 지소미아)으로 정보협력체계를 구축하면서 우리의 부족한 능력을 보완하고 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러한 협력체계를 우리 스스로 부수는 시도가 일어났다. 정보수집능력을 다양하게 보완하는 노력을 해나가야 하는 우리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였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체결당시 과거 한일관계 때문에 상당한 진통을 겪고 나서 체결된 협정으로 정보수집능력이 부족한 우리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한미일동맹을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비록, 최근 한일간 무역분쟁이 있다고 해서, 이를 빌미로 안보의 기틀을 허물 수는 없다. 빈대잡으려고 초가 삼칸을 태우려는 격이다. 그럼에도 낙랑국의 자명고처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미리 파악하고 대비하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이 협정을 더 이상 지속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협정의 파기로 한미동맹이 위협을 받는 다면 한미동맹의 기반위에서 발전해 온 우리의 경제기반은 흔들릴 수 밖에 없다. 경제위기를 스스로 자초하는 자해(自害)로 귀결될 수 있는 상황이다. 

낙랑공주는 사랑 때문에 나라를 지키던 자명고를 찢었다고 하는 데, 현대판 낙랑공주는 누구를 사랑해서 이러한 일을 하는 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혹시, 사랑하는 인물이 최근 무한한 탐욕이 탄로 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두루 섭렵한 융복합인재’인 지 아니면 북쪽에서 우리에게 열심히 막말을 하면서 미국과 북한사이에 끼지 말라고 협박하고 있는 자인지는 모르겠으나, 최소한 우리를 사랑하는 인물은 아닌 것 같다. 우리 내부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우리를 위협하는 외부의 적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일을 소홀히 한다면 외적에게 대문을 열어 놓는 꼴이다. 나라의 운명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정치적인 이해관계만 따지는 무책임한 인물 때문에 나라가 망가진 모습이 다시금 재현되지 않기를 소망한다. 나라가 생존한 후에야 경제도 있고 사랑도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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