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결론부터 말해 이제는 리설주/최룡해가 맞다. 실제 그 이름이라야 그 사람을 가리키고, 명백한 북한인의 정체성正體性이 나오며, 그런 정보 전달력을 가짐으로써 남한 사람도 익숙하고 편하게 만든다. 즉 이젠 리설주, 최룡해라야 인지조화認知調和가 원활하다는 말이다. 

메이저급 방송‧신문 중 유독 한 신문사만 아직도 이설주/최용해를 고집하고 있다. 단견이다! 아마도 이렇게 항변할 것이다. 

“1992년 10월 19일 국어심의회 한글분과위원회는, 원칙적으로 북한의 고유 명사 표기도 한글맞춤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2013년 5월 30일, '최용해/최룡해, 이설주/리설주' 표기가 혼란스러워지자 국립국어원은 량강도, 로동신문도 양강도, 노동신문으로 쓰라며 '북한 고유 명사 표기 시 두음 법칙 적용'을 재차 강조했다.” 우리는 이 권고를 따랐을 뿐이다. 

그런데 시점이 자그마치 5년 전이다. 앞으로의 추이와 상관없이 남북관계는 이제 꽤 밀접한 상수常數의 관계 모드다. 우리 음운체계의 ‘두음법칙을 따르라’라는 건조하고 무신경한 결정에 그냥 안주할 때인가?

리설주만 봐도 그렇다.

“성姓성이 사람의 혈통을 표시하는 고유명사로, 일상생활에서 본래 소리 나는 대로 사용해 온 사람에게까지 두음법칙을 강제해 기존에 쓰던 표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인격권 또는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다.” 2007년 대법원 판결이다. 그 예규로 羅 씨와 柳 씨가 ‘라’ ‘류’ 로 적는 게 가능해졌다. 류현진이 오롯하고, 라경민, 라영찬도 있다. 심지어 李 씨도 ‘리’로 적는 분이 있다.(춘천교대 리의도 교수)

최룡해는 두음법칙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남한 사람도 이름 중간과 말미에 수두룩하게 ‘ㄹ’ 초성을 쓴다. 고려진, 명로준, 박라민, 최리현, 이미류, 김영라, 정래현, 황우루, 조 린, 장 룡 등등. 
현 내각 부총리 리룡남은 필시 가장 당혹스러울 것이다. 
 "동무레 이름이 남조선에서는 이용남이랍네다!“ ”뭐라, 이용남? 오! 고조 내레 감격시렵구나야.“ 반응이 이럴까? 그렇게 상상하기가 나로서는 어렵다. 그 반대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람 이름자에 복수 표기가 가능한 한자가 꽤 있다. 龍(용/룡) 倫(윤/륜) 烈(열/렬) 律(율/률) 林(임/림/님) 魯(노/로) 麟(린/인) 羅(라/나) 來(래/내) 利(리/이) 麗(려/여) 鍊(연/련) 蓮(련/연) 禮(례/예) 등등.

선동열은 사실 선동렬이 옳다. 그러나 가장 큰 기준은 본인의 의사다. 그래서 선동열이다. 윤석열은 묘하다. 열이 기쁠 열(悅)이다. ‘렬’이 아니다. 그래서 [윤서결]로 소리나는 게 설득적이나, 검찰 출입 기자들이 물었더니, 자기는 어려서부터 [성녈]로 불렸다고 했다. 그러면 [윤성녈]이다. 강원룡 목사는 [강원뇽] [강월룡] 둘 다 가능하나 본인이 [강월룡]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원로 아나운서 황인용도 龍자를 쓰는데, 이 분은 ‘용’으로 표기하는 바람에 자연스레 [황이뇽]이 되었다. 寜도 재밌다. 이어령 선생은 ‘령’, 神窮이라 불렸던 양궁의 김수녕 선수는 ‘녕’, 작가作家 이영희는 ‘영’ 으로 썼던 것이다.

빼놓은 게 있다. 국내의 수많은 진짜 이설주/최용해/이용호/이용남들이다. 이 분들이 그 특정 신문을 접하며 어떤 심경일까 말이다. 짐작컨대 뜻모를 당혹감, 더 나아가 열패감 언저리 아닐까? 아니 왜 난데없이 리설주/최룡해/리용호/리룡남이라는 명백한 북한인이 내 이름으로 둔갑해 나를 혼미하게 하는가!

이게 바로 ‘정보의 해석과 관리’ 라는 기제機制다. ‘북한 인명’이라는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고 관리해야 수용하는 사람들이 혼란을 겪지 않고 동의할 수 있는가, 그 문제다. 가장 중요한 이 대목에서 국립국어원은 미안하지만 실패했다. 어서 빨리 국어심의회를 다시 열어라! 그리고 그 신문은 게으름과 아집을 버려라!

KBS 강성곤 아나운서는 1985년 KBS입사, 정부언론외래어공동심의위위원, 미디어언어연구소 전문위원, 국립국어원 국어문화학교 강사를 역임했으며 건국대, 숙명여대, 중앙대, 한양대 겸임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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