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은 흐른다
한강은 흐른다
  • 유성문(먼빛)
  • 승인 2019.08.30 10:1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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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을 타고 흐르는 한강

논산훈련소에서 신병교육을 마친 후 자대배치를 위해 열차를 타고 한강철교를 건널 때 차량의 진동은 실제보다 더 큰 덜컹거림으로 온몸을 휘감았다. 재수를 한답시고 처음 서울에 입성한 이래 숱하게 한강을 건너다녔지만 그때만큼 한강의 너비를 실감한 적은 없었다. 그리고 일산역에 부려져 마침내 배치된 곳이 임진강 부근. 작업을 위해 강안 철책 문을 밀고 들어서면 놀란 뻘게들이 새카맣게 흩어졌다. 그 시절 한강 하류가 시작되는 행주산성 아래에는 민물장어집들이 성행하고 있었다. 

두물머리에서 몸을 합한 북한강과 남한강은 한동안 한강으로 흐르다가 조강 어귀에서 임진강과 만나고, 마침내 강화(江華) 앞바다에서 그 흐름을 다한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은 아니다. 그 물들은 다시 비가 되어 북한산과 남한산, 백두산과 한라산 그 꼭대기를 적시고, 계곡으로 강으로 흐르고 흘러 다시 바다로 돌아간다. 우리네 삶도 흐르고 흘러 저문 바다로 돌아간다. 그 순환은 서럽고도 장엄하다. 모든 흐르는 것들은, 모든 저무는 것들은 흐르고 저물며 저마다의 시간을 완성하고, 다시 시작한다.

강 너머 좌로 북한산, 우로 남산의 잔영이 아련하다. 이처럼 도시와 산하를 한눈에 펼쳐 보여주는 강이 또 있을까. 거기에 역사를 담아내고 사람들의 마음까지 비춰내니 영락없는 파노라마 그 자체다.
강 너머 좌로 북한산, 우로 남산의 잔영이 아련하다. 이처럼 도시와 산하를 한눈에 펼쳐 보여주는 강이 또 있을까. 거기에 역사를 담아내고 사람들의 마음까지 비춰내니 영락없는 파노라마 그 자체다.

한강은 길이로 보면 한반도 전체에서 네 번째이지만, 유량과 유역면적에서는 단연 으뜸인 크고 아름다운 강이다. 암사동 선사유적지에서부터 드러나기 시작하는 한강 유역의 역사는 한성백제 들어서 꽃을 피운다. ‘꿈말’ 몽촌토성과 ‘바람드리’ 풍납토성, 석촌동과 방이동의 고분들이 그 흔적들이다. 한동안 그 점유를 놓고 세력쟁투의 본류가 되기도 했던 한강은 조선왕조의 개국과 함께 마침내 역사와 문화의 중심이 된다. 그러고도 강은 흐르기를 멈추지 않아 ‘끊어진 다리’로 민족의 아픔을 담아내기도 하고, ‘한강의 기적’이라는 드라마까지 펼쳐낸다.

한강 줄기를 따라 중요한 역사적 장면들이 연출되기도 했다. 잠실벌에서 펼쳐진 88올림픽은 ‘한강의 기적’을 세계에 알렸고, 2002년 상암동에서 막을 올린 월드컵은 바야흐로 ‘대한민국 신화’의 탄생이었다.
한강 줄기를 따라 중요한 역사적 장면들이 연출되기도 했다. 잠실벌에서 펼쳐진 88올림픽은 ‘한강의 기적’을 세계에 알렸고, 2002년 상암동에서 막을 올린 월드컵은 바야흐로 ‘대한민국 신화’의 탄생이었다.

강은 항상 하나로 모두어가는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흐르면서 둘로 갈라내니 강을 사이에 두고 ‘차안(此岸)’과 ‘피안(彼岸)’으로 마주한다. 서울을 강북과 강남으로 가르는 한강은 개발의 역사 속에서 사람들의 심사와 신세까지를 갈라내는 모진 물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오로지 강의 탓만은 아니다. 강남마저 ‘그냥’ 강남과 ‘진짜’ 강남으로 나누는 그 그악스러운 이해(利害)가 땅을 가르고, 사람들의 마음마저 갈라낸다. 암사동에서 시작한 한강답사가 행주대교에 이를 때쯤이면 이윽고 날이 저문다. 저문 한강은 내게 말한다. 물이 하나인데 땅이 둘일 수 없다고. 나뉜 것들마다 다시 만나 하나 되게 하라고.

행주산성의 노을. 서울 한강의 하류인 행주산성쯤에 이르면 강은 도심구간을 뒤로 밀쳐내며 산들의 능선을 잇달아 회복한다. 그곳에서 산의 수직과 강의 수평이 교차하지만 그는 하나의 풍경으로 어우러진다.
행주산성의 노을. 서울 한강의 하류인 행주산성쯤에 이르면 강은 도심구간을 뒤로 밀쳐내며 산들의 능선을 잇달아 회복한다. 그곳에서 산의 수직과 강의 수평이 교차하지만 그는 하나의 풍경으로 어우러진다.

[한강유람선 승선기]

취재랍시고 한강 구석구석을 어지간히도 다녔지만 배를 타고 한강을 흐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것도 유람선으로. 늘 강 밖에서 강을 향해있던 시선은 처음 강에서 강 밖으로 열린다. 그 시선이 담아내는 풍경은 새롭고도 익숙하다. 그것이 유람이면 어떻고, 항해이면 또 어떠리. 가을을 앞둔 바람은 마냥 삽상하고, 몸마저 거침없이 강물을 헤쳐 나가나니.   

시작은 한강 여의도선착장이다. 이랜드크루즈에서 운영하는 한강유람선은 여의도선착장과 잠실선착장 두 곳에서 출발한다. 기본인 스토리크루즈와 달빛크루즈(야경)는 각각 당산철교(여의도)와 성수대교(잠실)를 돌아오는 코스고, 뮤직크루즈와 불꽃크루즈는 각기 출발 선착장에서 반포대교(무지개분수쇼)를 돌아 회항한다. 여의도에서만 운항하는 런치크루즈와 디너크루즈도 있다. 요금은 15,000원(스토리크루즈)에서 99,000원(디너크루즈 창가석)까지다.

선상 콘텐츠는 별거 없다. 갈매기 먹이주기와 선내에서의 간단한 공연이 전부다. 그도 그럴 것이 고작 40분을 돌아오는 코스만으로는 한강을 둘러보기에도(그것도 극히 일부만) 급급한 지경이다. 그마저도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거의 갈매기 먹이주기로 소모한다. 예전 석모도 뱃길을 끈질기게 따라붙던 ‘거지갈매기’들의 명성은 이제 한강유람선에서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어김없이 따라붙을 그들을 위해 미리 새우깡이나 말린 멸치 같은 먹이를 준비한다. 
먹이를 겨냥한 그들의 몸짓은 좀체 실수하는 법이 없다. 유람객의 쭉 뻗은 손 주위를 선회하다가 거리가 맞다 싶으면 쏜살같이 먹이를 낚아채지만 사람의 손가락을 무는 일은 거의 없다. 마치 시혜자에게 조금의 결례라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듯이. 설령 먹이를 낚아채다 떨어뜨린다 해도 수면 위에는 이미 2선 수비들이 포진하고 있다. 아마도 그들은 좀 더 게으른 놈들일 게다. 한강의 갈매기들은 이제 비상을 위한 근육마저 퇴화한 채 오직 걸식만을 위해 가뜩이나 비만한 몸통 통째로 떠다닌다.

그렇다고 갈매기는 그리 만만하게만 볼 새는 아니다. 리차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에서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은 하늘 높이 날아올라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고 일갈하고, 압구정(狎鷗亭)은 이름 그대로 한강을 거슬러 내륙 깊숙이 날아드는 갈매기들의 놀이터였다. 그 압구정에서 한명회는 갈매기들과 함께 한 시대를 노닐었고, 또 다른 임진강가 반구정(伴鷗亭)에서는 황희 정승이 갈매기를 벗하여 노년을 보냈다. 

“왜 그러니, 존? 왜 그래? 여느 새들처럼 사는 게 왜 그리 어려운 게냐, 존? 저공비행은 펠리컨이나 알바트로스에게 맡기면 안 되겠니? 왜 먹지 않는 게냐? 얘야, 비쩍 마른 것 좀 봐라!”
“비쩍 말라도 상관없어요, 엄마. 저는 공중에서 무얼 할 수 있고, 무얼 할 수 없는지 알고 싶을 뿐이에요, 그게 다예요. 그냥 알고 싶어요.” 
-리처드 바크 <갈매기의 꿈> 중에서

1900년 한강철교가 처음 개통된 이래 한강에는 32개의 다리가 놓였다(33번째 다리는 상암동과 염창동을 잇는 월드컵대교로 2021년 완공 예정이다). 그 다리들은 겉으로 강이 갈라놓은 땅들을 잇고 다닌다. 하지만 마포대교 건너의 여의도가 보여주듯 강 건너 역시 공룡 같은 세속도시의 수직구조물들로 가득하다. 다리는 강을 건너며 짐짓 수평을 흉내 내지만 그 수평은 수직과 아무 다를 바가 없다. 자연은 선이 아니라 흐름인 것을. 여의도에 대해서는 밤섬과 함께 이미 여의도 편에서 이야기했고, 특히 하마 속 시끄러우니 국회의사당 조망은 생략하련다.

배는 절두산성지가 보이는 당산철교쯤에서 회항한다. 그러고 보니 한강 가에는 유독 천주교 성지가 여러 곳이다. 김대건 신부를 비롯하여 숱한 사도들이 피 흘린 새남터성지와 함께,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의 목이 잘려나간 절두산성지가 한강을 바라보고 있고, 용산의 당고개성지나 왜고개성지도 한강에서 그리 멀지 않다. 절두산성지 가까이 양화진에는 외국인 선교사 묘원과 함께 순교자기념관이 있다. 
그 수난의 장소들은 비단 천주교 신앙뿐만 아니라 고스란히 우리 역사의 수난과도 맞닿아 있다. 새남터 모래밭은 단종의 복위를 도모하던 사육신의 충절이 피로 물든 자리이며, 또 역모에 몰린 남이 장군의 원혼이 스러져간 곳이기도 하다. 양화진은 또 어떤가. 이른바 병인양요 사건으로 외세와 첨예하게 부딪친 역사적 현장이며, 상해에서 암살당한 김옥균의 시체가 청나라와 정부에 의해 능지처참당한 곳이기도 했다. 그처럼 한강은 역사의 숱한 피와 눈물을 씻어 내리며 묵묵히 흘러왔으니. 

한강유람선은 평일 천여 명, 주말에는 3천여 명이 이용하며, 연간 이용객 수가 50만 명에 달한다. 그 중 상당수가 외국인 관광객들이다. 이랜드크루즈 측에 의하면 이용객 10명 중 3명 정도가 외국인들로, 대다수가 중국인, 나머지는 일본인, 베트남인 순이라고 한다. 얼마 전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탄 유람선이 사고를 당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지만, 그 영향은 거의 없는 듯했다. 오히려 ‘태양의 후예’, BTS 등 한류 붐을 타고 동남아에다 중동 국가의 관광객들까지 가세하는 추세라고. 그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큰 강이 도시를 관통하고 있는 것에 놀라고, 이토록 폭이 넓은 강에 이처럼 많은 다리가 놓인 것에 다시 한 번 놀란다. 

한 가족이 배 난간에 기대어 만경창파 푸른 물결을 바라본다. 그 푸른 물결에 온갖 시름마저 다 떠내려갔으면. 그리하여 순풍에 돛 단 듯 어디론가, 어디로든 흘러흘러 갔으면. 그곳이 어디이든 강물에 기대는 사람들의 바람은 한결같고, 강을 바라보는 마음 또한 동서가 다르지 않으리라.

두둥실 두리둥실 배 떠나간다/ 물 맑은 봄바다에 배 떠나간다/ 이 배는 달 맞으러 강릉 가는 배/ 어기야 디여라차 노를 저어라 –우리 가곡 ‘사공의 노래’

창공에 빛난 별 물위에 어리어/ 바람은 고요히 불어오누나/ 내 배는 살같이 바다를 지난다/ 산타 루치아 산타 루치아 –나폴리 민요 ‘산타 루치아’

여행작가 유성문은 길에서 길의 내력을 들춰왔다.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새겨왔다. 그 내력과 사연은 먼빛이 되어 다시 그를 길로 내세운다. ‘길에서 길을 묻다’(경향신문), ‘사람의 길’(주간경향) 등 오랫동안 길과 사람 이야기를 써왔다. 문학관기행 <문향을 따라가다>(어문각)를 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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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지서(위영) 2019-09-10 09:07:24
태백 검룡소에서 발원한 남한강과 북한 금강산에서 발원한 북한강이 양평 두물머리에서 만나서 하나가 되어 서울을 관통하며 일산과 김포를 지나 임진강과 만나 강화도 앞을 지마 서해로 빠진다.

그 사이에 수많은 지류강들이 만나 하나가 된다. 이처럼 강은 합치고 합쳐저 하나가 되는 과정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길은 나누고 나눠진다. 그러나 결국에는 서로 만나게 되는 것이 길이다. 이첨럼 길과 강은 서로가 만나는 것이 본질이다. 그렌데 사람은 사람과 사람을 계급으로 구분한다 요상한 족속이다.

한강 유람선이 행주대교에서 암사대교까지 운영되길 희망한다. 서울시에서 특별히 관심을을 가지고 개발하여 세계적인 볼거리를 제공하는 명소가 될 날이 올 것이다.

그 날에 유성문 작가의 새로운 한강기를 읽고 싶다.

이혜숙 2019-09-07 22:13:01
유년시절 한강을 보며 자랐고 중고등학교조차
한강을 건너 다녔으며 결혼후 30년동안 한강근방에 살고있다. 나는 한강을보며 추억을 떠올리는데 한강주변은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아로미 2019-09-02 09:32:02
갈매기의 꿈..
중학교때 남영역부근 극장에서 단체관람했던 기억이 난다,
갈매기만 나오는 영화라 친구들 반응은 시쿤둥했지만
나에게는 가슴뭉클한 여운으로 책으로 한번 더 만나게 했던 영화...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
한동안 잊혔던 이름...넌 내게 처음으로 희망이라는 꿈을 알게 해주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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