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불고기는 그냥 [불고기]라 발음하고, 물고기는 [물꼬기]라고 소리낸다. 왜?
우선, 불고기의 정체성(正體性)을 보자. ‘불에 구운 고기’가 맞나? 틀리진 않지만 많이 부족하다. 불고기는 불을 사용하지만, 그 형태에 있어 조린 국물과 당면, 채소가 어우러져야 불고기다. 곧 그 음식을 정확히 표현하기엔 어딘가 성기고 허술하다. 복합어인데 착 붙는 합성명사가 애초에 아니었던 거고 그 상태로 굳은 거다. ‘불갈비’ ‘불백’이 [불깔비] [불빽]이 못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에 비해 물고기는 ‘물에 사는 고기’가 오롯하다. 들이나 산에 사는 고기는 한정하기 어렵고 형태도 다종다양해 뭉뚱그리기가 어렵다. 게다가 그건 너무 흔해 따로 명명(命名)하기도 옹색하다.

 “[길고양이]예요? [길꼬양이]예요?” 후배가 물었다. 나의 대답, “지금은 [길고양이]지만, 나중엔 [길꼬양이]가 될 것이다." 

같은 원리다. 복합어의 발음은 ‘관성慣性의 농도濃度’가 좌우한다는 생각이다. 한 단어로 인식되면 적극적으로 경음화, 음운첨가 등 음운현상이 활발히 작동한다.

삼일교회나 경동교회 다니는 신도는 [삼일꾜회, 경동꾜회]가 일반적이다. 아산병원, 삼성병원 의사나 간호사, 환자는 [아산뼝원, 삼성뼝원]이 입에 붙는다.

[중부찌방]은 거리낌이 없는데, [동부찌방] [서부찌방]? 낯설다. [남부찌방] [북부찌방]은 맘이 좀 놓인다. 근친覲親과 접촉接觸의 강도 아니겠는가 말이다.

‘암캐, 수퇘지’ 등은 발음이 세勢를 얻어 아예 표기까지 바꾸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런데 ’암게, 수벌‘은 같은 조건인데 아직이다. 과거에는 게가 흔치 않아 용례를 놓쳤을 수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암놈 게 , 수놈 게로 눙칠 것인가? ‘수벌’은 더 뜨악하다. 병아리도 '수평아리' 하는 마당에 수벌이 뭔가. 이제 ‘수펄’로 正名정명해야 한다!

Since의 천국?

출근길. 벌꿀회사인지 상점인지, 떡~하니, “Since1982”. 1982년에 뭘 했다는 얘기인가? 그때부터 회사 창업해 벌꿀 제품을 팔았다고? 아닐게다. 82년에 본 적이 없다! 아마도 양봉을 시작했겠지. 미필적 고의 거짓말이다!

허름한 보쌈집도 Since, 꾀죄죄한 족발집도 Since, 조악한 카페도 Since, 쾨쾨한 분식집도 Since!! 어쩌자고 이러나. Since가 그리도 익숙한 영어단어란 말인가? 정녕 그런가?

경찰 풀어 최초유포자 색출하고 싶은 마음이다. 어쩜 이리도 괴이한 허세를 부렸는가 말이다.

1996년이라면, 소박하게 ‘1996년부터, 1996년 개업/창업, 1996년 설립/세움, 1996년 시작’, 어떨까. ‘1996년 엶’이라고 한다면 안아주겠다!

KBS 강성곤 아나운서는 1985년 KBS입사, 정부언론외래어공동심의위위원, 미디어언어연구소 전문위원, 국립국어원 국어문화학교 강사를 역임했으며 건국대, 숙명여대, 중앙대, 한양대 겸임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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