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수요 위축

한국 경제가 반년째 부진한 상태에 빠져있다는 진단 결과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행한 '경제동향 9월호'에 따르면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며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KDI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경기 상황에 대해 '둔화'라고 진단했고 4월부터 반년째 '부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전산업 생산이 0.5%의 증가율을 보였지만, 이는 조업일수가 하루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됐으며 제조업 재고율은 115.2%로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이달에는 전과 달리 경기가 아닌 경제가 부진하다는 표현을 붙였지만, 의미상 큰 차이는 없다고 설명했다.

KDI 김성태 경제전망실장은 "경제가 더 악화한 것은 아니고 옆으로 횡보하는 모습"이라며 "수출이 가장 좋지 않다"고 부연했다.

또한 소비, 투자, 수출 모두 부진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같은 달 소매판매액은 1년 전보다 0.3% 줄었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보다 3.4포인트 내린 92.5로 집계됐고, 소비재수입 증가율은 전월치(13.5%)에 한참 못 미치는 2.9%에 그쳤다. 또한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0.0% 상승률을 기록해 역대 최저를 기록했고 근원물가 상승률은 0.8%였다.

수요 위축에 공급 기저효과가 더해진 결과로, 올해 말이면 일시적 요인이 소멸해 반등할 것이라고 KDI는 내다봤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7월 설비투자는 1년 전과 비교해 4.7% 감소했다.

세부 항목별로는 기계류(5.8%), 운송장비(1.8%)는 물론 특수산업용기계(-16.2%)에서 감소세가 이어졌다. 특수산업용 기계는 반도체 산업 관련 설비투자를 나타내는 항목이다.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8월 자본재 수입액은 1년 전보다 8.8% 감소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KDI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액 증가율이 -34.9%를 기록해 반도체 관련 설비투자의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설투자는 주거 부문 부진 탓에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7월 건설기성(불변)은 전년 동월 대비 6.2% 감소했고, 건설수주(경상)는 23.3% 급감했다.

건설투자 관련 선행지표인 주택 인허가는 52.7%, 주택착공은 8.7% 감소하면서 향후 건설시장의 부진이 계속될 것임을 보여줬다.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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