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출산율을 낮추라고? ‘다출산 정책’이라야 이치에 맞다. 그런데 뉘앙스가 안 좋다. 하나도 잘 안 낳는데 무슨 多? ‘출산 지원 (정)책’이 여러모로 설득적이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요즘은 여성계 중심으로 ‘저출산’ 대신 ‘저출생’이 세를 얻고 있다.

취향 저격? 깜찍 발랄함을 탓하자는 게 아니다. 역시 논리성이다. 취향을 죽여 없애자는 얘긴가? 설마!
‘취향 명중’, ‘취향 적중’ 이 뜻하던 바일 게다.

‘피로 회복’이 이제 ‘원기 회복’ ‘피로 해소’로 정착 단계다. 같은 맥락이다. 덧붙여 '수입산'도 말 안된다. '외국산'이거나 '수입품'이다. 잘 좀 생각하고 쓰자!

오늘밤도 무지몽매無知蒙昧와 싸워야 한다. <XBN 뉴스8> <TV조X 뉴스9>을, [뉴스팔], [뉴스나인]으로 읽는 소위 앵커들! <TV조X>, 여기는 주말도 그냥 안 놔둔다. <주말 뉴스7>을 [쎄븐]이라고 아주 당당히 발화한다. 그 發話는 나로 하여금 충분히 발화發火를 불러일으킨다. 무언가 켕기거나 어색하거나 이물감이 안 생기는, 그 무구한 담대함이 놀랍다. 화려한 조명과 세트 안에서 일어나는 생각의 빈곤! 그러나 당사자의 무감각, 무신경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전파는 넘나들고 파고들며 두루 퍼진다! ‘그름’이 ‘옳음’으로 빠르게 둔갑하기 쉬운 환경이란 말이다. 어쩔 수 없이 격발이다!

<XBN 뉴스8>는 “XBN 여덟시 뉴습니다.”
<TV조X 뉴스9>는 “TV조X 아홉시 뉴습니다.”
<TV조X 주말 뉴스7>은 “TV조X 주말, 일곱시 뉴습니다.”라고 전해야 한다.

예컨대 자막의 ‘→’는 이해를 돕은 기호일 뿐, 그것을 [화살표]라 발음하지 않는 원리다.

 신문과 방송이 다르다! 문자와 소리가 다르다! 적힌 대로 그냥 읽으면 어떡하나. 다매체 다채널 시대? 공정하고 신뢰받는 방송? 시청자를 위한 빠르고 정확한 보도? 기본부터 익혀라!

“느낌적인 느낌?”

방송에서 하루 평균 서너 번도 더 듣는 것 같다. 사람에게서, 매체를 통해. “양심적인 양심, 효과적인 효과” 말 되나? 최초 유포자 혐의를 홈쇼핑 방송에 두고 있다. 상품 선전에 탄력 받아, 되는대로 애드리브 치다 무심결에 나온 듯하다. “느낌이 왔는데 확신은 못 갖거든요? 사세요. 사시는데 책임은 못 져요.”의 얄미운 버전 아닌가? 문제는 이 말 괜찮은데! 멋진 것 같아! 라고 느끼는 불쌍한 군상들이다. 메마른 知力에 할 말을 잃는다. 언어적 감수성 박약에 또다시 무력감이다. 나는 新語에 비교적 관대한 편이다. 나를 아는 그룹 주변에 물어보라. “그 아저씨, 보기보다 리버럴해!”가 주류일 거다. (갑자기, “리버럴은 무슨...” 하며 반응하는 몇몇 낯짝들이 하나둘 어른대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造語에도 수준이 있다. 제발 좀 슬기를 되찾자. 감각을 고양시키자.

KBS 강성곤 아나운서는 1985년 KBS입사, 정부언론외래어공동심의위위원, 미디어언어연구소 전문위원, 국립국어원 국어문화학교 강사를 역임했으며 건국대, 숙명여대, 중앙대, 한양대 겸임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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