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회장 취임 1년 3개월, 지난해 6월 취임하고 이제 1년이 막 지난 LG가 확연하게 이전과 달라졌다. 전선은 확대하면서 전투에선 물러서지 않고 있다. 그게 누구든 미래전략사업을 지키기위해서는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다. 인사로 드러나는 내부정비는 때가 따로 없고, 순혈주의 타파, 성과체제 확립, 사업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야말로 확연한 공격적인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인화’를 기치로 하는 얌전한 모볌생의 이미지는 없어졌다. 계열사별 독립 경영으로 일사불란한 모습이 보이지 않던 LG그룹이었지만 최근에는 전 계열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투적인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LG의 달라진 모습은 핵심 계열사인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제기한 소송에서 잘 드러난다. 지난 4월 LG화학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제조공정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5월에는 SK이노베이션 인사 담당 직원 등을 서울경찰청에 형사 고소했다. 이에 맞서 SK이노베이션도 LG화학을 상대로 명예훼손 맞고소를 하는 등 첨예한 대립각을 세운 상태다.

LG전자도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가전전시회 ‘IFA 2019’ 현장에서 삼성전자의 QLED 8K TV 화질에 대해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비판하더니 지난 17일에는 아예 경쟁사 제품을 뜯어가며 날을 세웠다. LG가 먼저 나서서 경쟁사에 비판의 날을 세운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재계의 시선이다. 지난 6월에는 LG유플러스가 자사 5G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강조해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에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사업구조조정은 과감하다. 내부적으로도 LG는 최근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 중 실적이 제대로 나지 않거나 LG가 가야 할 방향과 맞지 않는 사업군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있다. 연료전지 업체인 LG퓨얼셀시스템즈 사업을 청산하고, LG디스플레이는 일반 조명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에서 손을 뗐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생산 거점을 베트남으로 옮긴다. LG전자는 또 수처리사업 매각을 진행 중이며, 지난 2월 소모성자재구매(MRO) 사업을 영위하는 서브원 경영권 매각을 마쳤다.

본격적인 인사쇄신도 이뤄지고 있다. 당장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전격 퇴진하면서 정호영 신임 사장이 선임됐다. LG디스플레이는 이에 대해 “‘책임경영’과 ‘성과주의’라는 LG의 인사원칙을 반영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과거의 LG라면 생각하기 어려운 이같은 인사는 이미 작년말부터 시작된 것이기도 하다. LG화학은 작년말 3M 수석부회장 출신의 신학철 부회장을 CEO로 영입, 순혈주의 타파의 신호탄을 쏘아올렸고 컨설팅기업 베인앤컴퍼니 대표 출신인 홍범식 ㈜LG 경영전략팀 사장,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 출신의 김형남 부사장 영입도 내부 승진 관행을 깼다.

LG의 이같은 공격적인 자세로의 변화는 구광모 회장의 1등 전략에서 비롯된다고 풀이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SK와의 배터리 분쟁이나, 삼성의 TV제품에 대한 공세 등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LG가 보여주고 있는 공격적인 모습으로의 변화는 구 회장 체제가 1년을 넘어 안정된 결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올 연말 LG의 정기인사에도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재계에서는 구광모 회장의 취임 2년차인 올해 정기인사에서는 대대적인 인적쇄신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해 6월 말 취임한 이후 첫 정기인사에서는 쇄신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신규 임원 승진자가 134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지만, 주요 계열사 부회장급 대표들은 모두 유임됐다. 사장급 승진도 단 1명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는 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LG는 하반기 계열사별 사업보고회가 마무리되면 이를 반영해 매년 11월 말을 전후해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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