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法은 [불뻡]이요
不法은 [불뻡]이요
  • 강성곤
  • 승인 2019.09.20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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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佛法은 [불법]으로 소리 난다. 文字도 일반적 의미일 때는 [문짜]지만, “공자 앞에서 문자 쓰고 있네.”처럼 한자 숙어나 成句, 문장 등의 활용은 [문자]로 발음한다. 발에 나는 병, 발病은 [발뼝]이지만, 병이 생기는 發病은 [발병]이다.

소리와 발음의 미학美學이다. 평음이냐 경음이냐는 언제나 발음 쪽의 ‘뜨거운 감자’다. 34년째 한국어 발음에 촉을 세우고 있다. 아나운서는 물론 국어학자가 아니다. 그러나 읽기와 말하기로 대표되는 기능국어에 관한 한, 가장 예민한 관찰자요 철저한 검수자다. 학자들이 책상 앞에 앉아 있을 때, 우리는 현장을 서성이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아쉬운 점 세 가지.

1.사물 일반의 물건物件은 [물건]이지만, 동산/부동산 거래의 대상인 물건物件은 [물껀]으로 현실화해야 한다. ‘현장’에서 그렇게 지배적으로 쓰인다고 본다. 그래서 [물껀]이 합리적이다. 언중은 이미 그 의미의 구분을 위해 발음을 진즉 차별화했는데 규범이 이를 못 따라가고 있다.

2.열병熱病도 대다수 언중의 발음을 좇을 때가 되었다. 사전은 아직까지 [열병]이지만, 내 시각으로는 인제 [열뼝]이 적실的實하다. 병원 현장에서는 발열병/황열병 등이 무수히 떠돈다. 이걸 [바렬병] [황녈병]하기엔 뜨악하다. [바렬뼝] [황녈뼝]해야 설득적이다. 閱兵[열병]과의 구별 효과도 덤으로 얻는다.

3.‘도긴개긴’도 시대착오적 [도긴개긴]에서 벗어나야 한다. [도찐개찐]? [도낀개낀]?을 물었더니, 답이 [도긴개긴]이 뭔가? '자장면' 시즌2에 맞먹는다. 電擊[전:격]도 [전:껵]이 대세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長의 발음

흔히 ‘긴 장’字로 통하는 長은 묘한 글자다. ‘길다’라는 의미일 때, 발음은 오히려 짧다!.

長身[장신] 長髮[장발] 長長[장장]이다.

長을 만만히 보면 안 되는 이유가 있다. 종종 간과하는 게, prime/premier의 뜻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다. ‘으뜸’ ‘제1의’ ‘최고의’다. 이럴 때 비로소 길게 발음해야 한다.

長孫[장:손] 長官[장:관] 長老[장:로]다. 

長, ‘긴 장’ 字만 보면, 괜스레 길게 발음하고자 하는 충동에 사로잡히게 되는 건, 충분히 예측 가능하고 보통의 상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때로, 정확한 발음의 가치는 이렇게 허를 찌른다. 그래서 오히려 흥미롭지 않나? 

*참고로, 장점長點은 장단長短의 대조성으로 다루기에 [장쩜], 짧게 소리 난다. 단점短點 역시 유쾌한 반란의 미학이다. 뜻은 짧아도 발음은 길다. [단:쩜]이다.

[장:신] 선수, 하지 말 일이며 [단쩜]의 유혹과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KBS 강성곤 아나운서는 1985년 KBS입사, 정부언론외래어공동심의위위원, 미디어언어연구소 전문위원, 국립국어원 국어문화학교 강사를 역임했으며 건국대, 숙명여대, 중앙대, 한양대 겸임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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